[충남] “이른바 ‘을질’ 조례안 제정 행태 멈춰라!”

최대현 주재기자 | 기사입력 2024/06/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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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이른바 ‘을질’ 조례안 제정 행태 멈춰라!”
충남도의회 교육위, 문제의 조례안 12일 통과
전교조 충남지부, "갑질 면책 조항의 명문화"
최대현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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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 교육위, 문제의 조례안 12일 통과
전교조 충남지부, "갑질 면책 조항의 명문화"

충남교육청과 충남도의회가 이른바 ‘을질’을 근절하는 방안과 조례안을 추진해 비판을 받고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6월12일 문제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남지부는 “기막힌 작태를 규탄한다”라고 직격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2차 회의를 열어 ‘충남교육청 갑질, 을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5월31일 조례안을 예고하고서 보름도 안 돼, 문제가 되는 이른바 ‘을질’ 내용도 강행한 것이다. "을질 내용을 반대한다"는 전교조 충남지부를 비롯한 학교 안의 노동조합들의 의견서(6월7일 제출)도 외면했다.

 

▲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6월12일, 제352회 정례회 2차 회의에서 이른바 '을질'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충남도의회 누리집

 

문제의 조례안은 갑질과 동등한 개념으로 ‘을질’을 포함했다. 조례안에서 을질을 ‘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업무지시나 요구 등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이를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 부당하게 주장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나아가, 이런 을질을 하는 교사와 교직원에 대해 징계, 근무지 변경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도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학교장은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절하고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민원을 책임져야 한다. 교권침해 사안이 발생 시 교사의 보호조치를 해야 함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학교장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이에 대한 교사의 정당한 문제 제기가 을질로 판명될 여지가 생긴다면, 어떤 교사가 소신껏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교권침해 상황에서 학교에 대한 신뢰를 품고 교육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심성훈 충남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현장은 불합리한 업무가 넘쳐난다. 아무리 불필요한 업무라도 절차에 필요하거나 학교장이 원하면 교사들은 해야만 한다”라고 전하며 “이에 대한 시정조치는 미비한 상황인데, 불합리한 업무지시에 대한 정당한 갑질 신고를 을질로 치부해버린다면 교사가 교육활동에 매진하기는커녕 교사로서 가지고 있는 소신마저 내팽개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전교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문제의 조례안 출발은 충남교육청 감사관실이었다. 감사관실은 지난 3월 이미 ‘을질’ 내용을 포함해 조례안과 동일한 이름의 근절계획을 마련했다. 이후 진행한 ‘갑질 등 근절과 상호 존중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직종별 간담회’(4월18일)에서 조례안 추진을 공식화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11개 노동조합은 갑질 근절계획에 '을질' 내용이 포함되면 안 된다는 반대와 우려를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그런데도, 감사관실은 사실상 의원 발의 형태로 문제의 조례안을 강행한 것이다.

 

▲ 1인 시위에 나선 박영환 전교조 충남지부장과 심성훈 충남지부 정책실장  © 전교조 충남지부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날 내놓은 성명서에서 “충남교육청은 ‘을질’ 때문에 갑질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목한다.”라고 분석했다. 정당한 업무지시, 요구 등을 거부하거나 이러한 요구 등에 대한 상대방의 행위를 갑질로 인식하는 행위 자체가 을질이라는 것이다.

 

충남교육청이 교육부를 통해 한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0~2023년 9월까지 초·중·고 관리자 갑질 관련 신고 건수가 39건이었지만, 24건이나 ‘해당없음’으로 처리했다. 갑질이 아니라고 한 비율이 61.5%에 달한다. 갑질 인정이라고 해도, 중징계는 고작 1건(2.6%)에 그쳤다.

 

심성훈 충남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현장의 갈등에 대한 조정을 도교육청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학교 일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 조정은 학교장 재량이라 뒤로 숨고, 정당한 갑질 신고는 을질로 치부하겠다는 도교육청의 비겁한 처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을질’의 규정은 도리어 상위자의 ‘갑질 면책 조항의 명문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날 교육위 회의에서 조례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의원이 조례안 강행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공식 반대 의견 없이 조례안은 통과됐다. 문제의 조례안은 오는 6월 24일 정례회 마지막날인 본회의 절차만 남겨뒀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문제의 조례안은 학교 현장의 갈등,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며, 학교가 민주적 운영을 통한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기보다 일방적 지시에 따라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비민주적인 학교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위험성을 대단히 많이 가지고 있다.”라고 판단하며 “충남교육청과 충남도의회는 이른바 ‘을질’ 조례안 제정 행태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학교의 교직원 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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