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수 칼럼] 근본적인 입시개혁, 언제쯤 가능할까?

하병수 교사 | 기사입력 2024/06/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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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수 칼럼] 근본적인 입시개혁, 언제쯤 가능할까?
대학서열화 해소는 입시개혁과 지방대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향
하병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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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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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열화 해소는 입시개혁과 지방대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향

▲ 하병수 교사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 가면 전교조 퇴직 교사 여러 명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조희주 선생님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시작하였고 용산 시대에는 주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다가 2024년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햇수로 8년째다. 단일 교육 사안으로 최장기간 1인 시위로 추측된다. 한 주도 빠짐없이 8년째 1인 시위를 주도한 조희주 선생님은 얼마 전 큰 병을 앓았고, 최근에 퇴원하자마자 또다시 피켓을 들고 있다. 광화문 앞 피켓 내용은 이렇다.

 

세계 1위 저출생, 세계 1위 사교육비 -> 나라 망한다.

해법은? 입시 경쟁 교육 폐지! 대학 무상교육 대학 평준화 실현!

 

▲ 광화문에서 1인시위 이어가는 조희주 퇴직교사

대학평준화 운동이 시작되다

대중적인 ‘대학 서열화 해소 운동’은 2000년 초반에 시작되었다. 교사뿐만 아니라 교수, 학부모, 학생 등 근본적인 입시개혁을 요구해 왔던 여러 단체들이 여름이 되면 방방곡곡 전국을 다니며 대학평준화 교육혁명행진을 해왔다.

 

이들 단체는 2021년 11월에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이하 대무평)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대학평준화 운동을 펼쳤다. 대무평은 관련 입법 활동과 토론회, 교육혁명전국행진을 통해 대대적인 선전전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그동안 대학 서열화 해소 관련 정책들이 총선과 대선 공약에 꾸준히 반영될 수 있었던 것도 대무평의 활동 덕분이다.

 

앞으로 대학서열화 해소는 지방대학 위기의 속도만큼 빨라질 것이다. 근본적인 입시개혁과 지방대학의 소멸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보수 정권하에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지방대학 소멸을 막기 위해 올해 ‘대학의 격차 해소 및 균형 발전 특별위원회’(이하 대학격차 해소 특위)를 발족시켰다.

 

이 특별위원회의 기본 방향은 대학서열화 해소로 맞춰져 있다. 5월 27일 국가교육위원회 5개 특위 발족식에서 대학격차 해소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대화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위원회는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세계는 대학 간 연합을 통해 대학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방대학 소멸 위기로 대표되는 현재의 대학위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안이다. 유럽의 대학들도 대학의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내고 있다. 유럽 대학 간 대표적인 네트워크 프로그램인 ‘볼로냐 프로세스’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국가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수강 기회와 다양한 전공을 이수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개별 대학의 생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최근 영미보다 프랑스, 독일의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상교육 정책에 따른 저렴한 유학비와 유럽 대학 간 연합체제에 따른 학문적인 다양성과 풍부한 교육자원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랑스의 대학 평준화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어왔던 그랑제꼴(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들, 프랑스 대학 전체 입학생의 1% 이하)에도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21년 대통령 마크롱은 자신을 포함해 대통령만 4명을 배출한 ENA 국립행정학교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ENA는 신분과 배경에 관계없이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초기 설립 취지와 달리 정부 고위 관직을 독점하는 특권층 집단을 양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 프랑스 고등교육 장관 비달은 그랑제꼴 대학입학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추가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고 그랑제꼴과 일반 대학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대학 간의 경계를 허물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개혁안은 그랑제꼴의 엘리트주의를 줄이면서 대학 평준화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프랑스로의 유학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대학 평준화의 방향, 규모의 경제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대학의 규모를 키워 대학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의 RIS, USG, DSC 등 다양한 공유대학 사업과 윤석열 정부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대학 간 교류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대학과 지자체와 기업 간의 결합력을 높여 지방대학의 소멸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일부 학과로 제한하거나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맞춰져 있어 대학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일부 대학만 살아남게 하려는 정책으로 귀결되었다.

 

대학의 소멸을 막으면서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국내외 공통적인 흐름은 대학 간 연합을 통해 대학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이 다수이고 서울과 지방 간의 대학 서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대학 간 결합력을 높이고 규모를 키우는 데 있어 다소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다수 사립대학, 대학서열화 해소 전략이 필요하다

크게 2가지 방안이 거론되었다. 하나는 전국 주요 거점 국공립대를 통합하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방안이고, 또 하나는 광역 단위 내 대학 간 연합체제를 구축하는 ‘지역연합대학’이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와 지역연합대학의 특징은 대학 간 공동입학, 공동학위, 공동학점, 교수교류 등 공동으로 학사를 운영하면서 대학의 규모를 키워 평준화시키는 것에 있다.

 

대학의 규모를 파악하는 1차적인 기준이 대학 교원 수다. 현재 하버드대, 서울대 등 세계 주요 대학의 교원 규모는 약 2,500명 전후다. 서열화에 상위를 점하고 있는 서울의 주요 사립대 교원 규모는 2,000명 전후, 서울 중하위 사립대학과 지방 국립대의 교원 규모는 1,000명 전후다. 현재의 대학 서열이 신입생의 입학성적을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면서 교원의 규모 및 대학의 재정 규모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 교원의 숫자가 늘고 재정 수준이 높으면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교육과 연구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고등 교육 재정투자를 늘리고 대학 간 연합을 통해 대학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학 교원 수를 늘리고 대학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실질적인 연합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1단계로 학점교류, 공동의 모듈 프로그램(전공과정) 개설 등 교류형으로 시작해서(유럽 볼로냐 프로세스), 2단계로 각 학교 이사회 운영 등 법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의사결정 기구를 설립하여 추진하는 동맹형(미국의 위스콘신 사립대학 연합)으로 발전시키도록 한다. 3단계로는 통합형(경상대, 경상과기대 통합)으로 하나의 집합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공립통합네트워크는 3단계, 지역연합대학은 2단계가 적합해 보인다. 지역연합대학을 만들면 대다수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기능과 공동 기구의 역할을 구분해줄 필요가 있다. 지방의 사립대학들은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이웃 대학과 동맹하고 연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방에 있어도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 규모를 키우거나, 카이스트와 포항공대처럼 정부의 재정투자를 늘려 대학의 질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절대평가 현실화의 조건, 대학서열화 해소

입시개혁의 두 축인 내신과 수능의 평가방식이 온전히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다. 다만 현재의 대학 서열 시스템에서, 내신 절대평가는 내신 부풀리기를 불러오고 수능 절대평가는 변별력 약화에 따른 대학 본고사의 부활을 유도하게 된다.

 

절대평가 정착과 공교육 정상화의 바로미터는 대학서열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에 있다. 최소한 차기 정부에서는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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