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주 칼럼] 교사들의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막으려면

정용주 · 서울천왕초 교장 | 기사입력 2024/05/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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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주 칼럼] 교사들의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막으려면
소진되고 낮은 효능감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
‘사전 예방 조치’와 ‘포괄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용주 · 서울천왕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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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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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되고 낮은 효능감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
‘사전 예방 조치’와 ‘포괄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 정용주 천왕초 교장  

 

우리는 “교사 없이는 학교도 없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너무나 당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가르치는 환경에 대한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러는 사이, 작년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다.

 

형식적으로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긴급히 다양한 명칭의 종합대책을 쏟아냈다. 법률 개정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점과 구조적 원인 등에 대한 체계적·심층적 분석은 부족했다.

 

교원단체 등 주요 정책 이해관계자 집단들과의 대화와 정책 협의 과정은 있었다. 하지만, 미시적-거시적 대안을 아우르는 교사의 ‘가르치는 일’을 보호하기 위한 중단기 정책 대안과 효과적인 실행전략 등은 한계가 있었다.

 

소진을 넘어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앓고 있는 교사들

나는 교육당국이 서이초 사건과 9.4 집회를 겪으면서 종합대책을 수립·실행하고 있고, 법률도 개정했으니 교사들이 이제 교실로 돌아가 수업에 집중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특히 교사들이 ‘교사 소진’을 넘어 소진이 구조화된 현상인 ‘책임 과부하 증후군(Responsibility Overload Syndrome)’을 앓고 있는 상황을 매우 깊이 있게 성찰하기를 바랐다.

 

‘책임 과부하 증후군’은 교사들이 안전하게 가르칠 환경이 제도화되지 않아 무거운 개인적 책임을 안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겪은 결과, 소진되고 낮은 효능감이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교사들이 “지금 나는 교실에서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며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탈진이나 소진 이상의 복합적인 문제로, 교사들의 교육동기 부여와 직무 만족도를 크게 저하시킨다.

 

또한, 학교에서 ‘돌봄서비스’가 강화되면서 ‘가르치는 존재’로서의 정체성 혼란, 정서적 지원 부족은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낮은 효능감의 지속은 ‘체험학습 거부’, ‘상담주간에 대한 부정적 의견’ 등으로 표면화되고,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활성화되어야 할 학습공동체를 통한 비공식적 배움, 인간적 관계 등은 점점 약화되게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학교교육의 질은 더 낮아지고, 학생들에게 끼칠 부정적인 영향도 커질 것이다.

 

깊고,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접근방법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장기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절차적으로 신규교사, 젊은 교사의 의견을 듣고,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시적-거시적 대안을 아우르는 효과적인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해결하는 실행 전략과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방안은 부족하다. 대응은 주로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대처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이러한 처방적 접근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전 예방 조치는 부족하다.

 

또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표면적인 증상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학교폭력 대책, 학생인권 대책도 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이 아니라 그때그때 사회적 이슈가 될 때 그 분야에 고립되어 정책을 종합패키지로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정책을 쏟아내지만 대부분이 처벌위주의 사후대책에 집중하다보니,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막을 방안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 조치’ 강화와 ‘포괄적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있을 수 있을까?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이렇다.

 

- ‘업무 이관’ 정도를 넘어서서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발생하는 소진과 과부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

- 학령인구 감소를 기회로 삼아 더 많은 교육재정을 투자하여 선진국형 학교 체제로 전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업무지원팀 교사는 수업을 하지 않도록 하여 업무지원과 수업시수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 초등에서는 담임교사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교과전담제 확대를 통해 수업연구 교과 수를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교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물리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포함한 포괄적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확보하고 가르치는 활동에서 산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 더 나아가 교사들의 노력과 기여에 합당한 보상과 권리를 보장하며, 성별, 나이 등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 교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성 준수라는 이유로 개인으로서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계속된다면, ‘책임 과부하 증후군’은 해결될 수 없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교사들이 ‘책임 과부하 증후군’을 극복하고,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책임 과부하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 교사들의 교직 생활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시 한번 교육당국이 이 증후군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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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lina 2024/06/07 [06:22] 수정 | 삭제
  • 이정도로 생각이 정돈되어 있는 교장선생님이라면 그 학교 구성원들이 참 편안? 하겠네요. 얄팍한 교육철학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승진에 목숨건 무지한 스타일만 봐서 저 학교교사들이 참 부러울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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