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김형배 · 의정부여중 | 기사입력 2024/05/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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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전국교사대회 현장발언 ③
김형배 · 의정부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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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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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사대회 현장발언 ③

▲ 김형배 교사  © 오지연 기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기본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검열하는 교사

원래 헌법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정당에 휘말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공무원을 통제하기 위해서 공무원의 의무로 만들어 버리며 재갈을 물려버렸습니다. 그 이후 수많은 교사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당하고 이념공세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체육대회때 아이들이 단체로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자꾸 눈이 가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생각됩니다.

 

SNS에 '좋아요' 눌렀다고 법정에 서는 교사

2016년에도 저는 의정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총선에서 한 청년이 ‘박근혜 탄핵 벽보’를 선거포스터로 만들어 출마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청년의 선거운동이 신선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해당글에 '좋아요'와 '공유'를 몇 번 눌렀습니다.

 

당시 보수우익단체는 저와 전교조 조합원 약 70여 명을 선관위에 고발했습니다. 그 중에 절반 이상은 재판정에 섰고, 대부분 선생님들은 3년의 시간을 거쳐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상당히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1심에서 검사는 저에게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선거법 100만 원이상의 벌금형이면 공무원인 교사는 당연퇴직입니다. '좋아요', '공유' 누른 것이 퇴직사유랍니다. 같은 사건을 맡은 검사들은 짜고 친 것처럼 벌금 100만 원 이상을 구형했지만 대부분은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진짜로 퇴직해야 할 사람들은 국민이 준 권력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검사들 아니겠습니까?

 

교사가 수업시간에 '특정 정당을 찍어야 된다'고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시민으로의 기본권입니다. 종교적 중립의 의무를 지키면서 근무시간 이후에는 종교활동을 하는 것이 전혀 무방하듯이 근무시간 이후에는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가가 보장해야할 기본권이고, 공무원이더라도 포기되어서는 안될 기본권입니다.

 

정치는 우리 삶과 교육과 밀착되어 있다

동료들 중에는 '공무원인 교사가 정치적 표현을 하면 당연히 안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과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야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을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킨답시고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득권과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동료들 중에는 정치권 꼴도 보기 싫으니 그냥 신경쓰지 않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꾼들 꼴도 보기 싫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우리의 교육, 우리의 노후, 우리의 삶을 쥐락 펴락 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미래교육 한다며 과거 교육부장관 소환하고, 미래인재 육성하겠다며 수능 강화하고, 국가교육위원회 만들어 놓으니 허수아비 기구로 바꿔놓고, 돌봄이 문제있으니 늘봄한다고 하고 교권을 보호해달라고 하니 학생인권조례 폐지하고. 대입제도를 안 바꾸니 입시경쟁교육이 안 바뀝니다. 정치가 이 모양이라 교육이 이 모양입니다.

 

시민으로 누려야할 우리의 권리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참교육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정치 기본권을 되찾아와야 합니다. 그 길이 멀고 더디더라도 지치치 말고 함께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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