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거절을 거절해!' ... 유치원 교사들의 분투를 듣다

박근희 기자 | 기사입력 2024/05/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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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거절을 거절해!' ... 유치원 교사들의 분투를 듣다
[위원장이간다②] 인천·경기 유치원위원회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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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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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이간다②] 인천·경기 유치원위원회

이야기는 생생하면서도 뜨거웠다. 누군가가 말을 꺼내면 뜨겁게 공감했고 살아있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치원 교사들이 오래 겪어온, 매일 겪는 고충과 애환을 들을 수 있었던 분회 방문 현장, 두 번째 분회 방문은 유치원 교사들과의 만남이다.

 

▲ 7일, 인천 가현초병설유치원에서 전희영 위원장과 만난 인천 유치원지회 조합원들  © 현경희 편집실장

 

지난 5월 7일 늦은 오후,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과 인천 곳곳에서 모인 유치원 교사들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반가운 만남에 미소가 오갔으나 앉은 자세는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키 150센티미터가 훌쩍 넘는 성인에게 낮고 작은 유아용 테이블과 의자는 낯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방문한 유치원은 지난 4월 30일 본지 보도를 통해 유아용 테이블에서 컴퓨터 한 대로 교사들이 업무를 보는 곳으로 소개된 적 있다. ‘인천 유치원 교사 10명 중 6명이 유아용 책걸상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충격을 안겼는데 현장은 기사 그대로였다. (->기사 보기)

 

▲ 화살표가 가리키는 책걸상이 교실 내 교사용 책걸상  © 인천유치원지회

 

"진짜 불편해요. 저희는 수요일마다 피시 점검을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앞에서 사용한 선생님이 로그아웃을 안 하면 정보를 다 볼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한 교사가 물꼬를 트자, 이야기는 쏟아졌다. 언제 어떤 일이 날지 몰라 양치도 아이들을 보며 하는 상황에서 멀리 떨어진 교직원 화장실을 갈 때마다 두근두근한다는 이야기, 참다참다 교실 내 유아용 화장실을 사용하다 일어났는데 오픈된 낮은 칸막이 너머 남성 관리자와 눈이 마주쳐 놀랐던 상황, 여유공간이 없어 방송실에서 부랴부랴 먼지를 털어내고 했던 학부모와의 상담, 고질적인 주차난, 그에 비해 ‘대궐’ 같은 원장실 등등.

 

물론 요구했다. “성인용 책상이 필요하다”고, “컴퓨터 한 대 더 늘려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별난 사람’으로 보는 시선과 거절이었다. 책상은 놔줬지만 컴퓨터는 여전히 한 대로 교대하며 사용한다. 이러한 현실을 20년 차가 넘은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 전희영 위원장과 인천 유치원지회 소속 조합원들  © 현경희

 

“솔직히 바꾸자고 건의할 생각을 못 했어요, 아이들을 위해 쓰는 예산을 교사한테 투자하라는 것 같아서요. 그걸 해주는 교장도 거의 없고 그런 얘기를 먼저 꺼낸다는 자체가 저 정도 경력도 쉽지 않아요. 교장 선생님에게 ‘저 책상 사주세요, 의자가 필요해요’를 어떻게 말해요”

  

하지만 변화가 감지됐다. “초중고에는 교원 휴게실도 있다면서요?”, “초중고 선생님들은 컴퓨터 한 대로 시간을 나눠 사용하거나 하지 않죠?”라고 되물었던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거절을 거절’하며 계속 요구했다. 한 평, 한 대, 한 개. 조금씩 달라지는 현실에 교사들은 희망을 봤다. 보결 담당 교사 배치 등 단협이 주는 힘도 실감했다. 이러한 과정이 모여 지난 5월 10일에는 전교조에서 두 번째 '유치원지회'가 인천에 세워졌다.

 

▲ 시흥 빛가람유치원에서 개최된 위원장과 유치원 조합원과의 만남  © 현경희

 

경기 시흥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만난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5월 20일, 위원장과의 만남에 단협에 의거해 여비부지급 출장을 달고 한달음에 달려온 30여 명의 교사들은 부당한 갑질을 이겨내는 방법을 나누며 정당한 권리 요구의 힘을 되새겼다.

 

조퇴 사유 구두 보고, 방과후(방학 중) 학급운영, 다면평가 기준 협의, 특성화 강사 채용 업무 등 궁금증을 적어낸 교사들은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에게, 나윤미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에게 또 동료 교사들에게 답을 들었다.

 

▲ 질의에 답하는 전희영 위원장  © 현경희

 

전희영 위원장은 “우리는 작년 서이초 투쟁을 거치면서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교사들의 삶이, 학교가 변화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전교조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더욱 보장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람임을 직무에 명시하는 교사직무명시법을 포함해 우리 선생님들이 마음 다치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유아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러 법 개정을 이뤄나갈 계획이다”라며 “홀로 섬처럼 있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선생님들 한 분 한 분 손도 잡고 힘들어하는 분들은 위로도 건네며 학교를 우리 힘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조합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고은선 경기지부 유치원위원장    ©현경희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한 고은선 경기지부 유치원위원장은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우선 교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꺼번에 많은 해결이 아니라 하나씩 바꿔나가는 데도 중점을 둬야 한다" 당부했다. 방학 중 당직 근무, 강사 채용 등 전교조가 교육청과 단협에서 이뤄낸 여러 사안을 알아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석한 교사들은 당연히 누려야 권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릴 용기와 의지, 한 덩이씩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 시흥 빛가람유치원에 모인 경기 유치원위원회 조합원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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