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년 전 약속을 지킨 '짱구쌤'

신윤혁 · 목포 미항초 교사 | 기사입력 2024/04/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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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년 전 약속을 지킨 '짱구쌤'
공모교장에서 조합원으로 다시 돌아온 이장규 교사
"관 주도가 느슨해지는 지금이 우리의 자발성과 실력을 기르는 적기"
신윤혁 · 목포 미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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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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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교장에서 조합원으로 다시 돌아온 이장규 교사
"관 주도가 느슨해지는 지금이 우리의 자발성과 실력을 기르는 적기"

▲ 이장규 교사는 지난 4년 간 구례 용방초에서 공모 교장으로 있다 올해 3월 순천 인안초 3학년 담임을 맡으며 교사로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 이장규 교사 제공


보는 이에 따라 가시 왕관 같기도 했을 내부형 공모 교장직에서 4년 만에 다시 교사로,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으로 돌아온 교사가 있다. ‘짱구쌤(이름과 볼록한 뒤통수에서 떠올린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장규 교사(순천·인안초)가 그 주인공.

 

‘20년 전 약속…다들 기억할까?’라는 제목의 영상 속 담임 교사가 바로 ‘짱구쌤’이다.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과 20년 후에 재회하는 날을 담은 이 영상은 조회수 50만을 훌쩍 넘기며 화제가 됐다(->영상). 

 

영상 속에서 20년 만에 만나도 보자마자 학생들 이름을 불러주던 짱구쌤. 필자는 대학생 때 농촌활동에서 짱구쌤을 지역 현장 교사로, 전교조 연수 때는 강사로 만났던 인연이 있다. 그때도 잊지 않고 이름을 불러주며 알아봐 준 선배 교사였다. 구례 용방초 공모 교장에서 교사로, 전교조 조합원으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조합원 가입 선물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교사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전교조에 가입한 이 교사가 신규 조합원에게 주는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신윤혁

Q. 교사로 돌아온 지 두어 달이 되어갑니다. 적응을 넘어 새로이 느끼는 점들이 있을까요?

28년간 하던 일인데 뭐 적응이랄게 있나요? 지난 4년간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습니다(웃음). 다행히 교장직을 수행할 때도 꾸준히 수업을 해왔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간 동료들은 젊어졌고, 아이들과 학부모들도 많이 달라져서 조금 어리둥절합니다. 열정과 첫 마음이 희미해진 내가, 많이 노력하고 변해야 할 일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교실에서 머무는 한, 멈출 수는 없습니다.

  

Q. 많은 교사가 핀란드교육을 부러워할 때 “핀란드 타령은 인제 그만,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해 주신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갖고 자부심을 느끼며 혁신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교육감선거 후 여러 변화가 있는데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조금 오해가 있는데요. 핀란드 타령은 아닙니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네요. 여전히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혁신교육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학교 공간 혁신, 유연한 교육과정, 건강한 개인에 주목하는 공동체 등이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맞는 혁신교육은 그와는 별개로 의미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 교육에 열정적인 교사들의 자부심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정권과 교육감이 바뀌고 혁신교육의 후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가뭄일 때 수원지를 준설하기에 딱 좋은 시기이듯 관 주도가 느슨해지는 지금이 우리의 자발성과 실력을 기르는 데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던 대로 각자의 근거지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면 됩니다.

 

Q. 교사 출신 교장은 많지만 교장 출신 현직 교사는 드뭅니다. 동료 교사들에게, 일반 교장들에게 해주실 말씀 있다면요.

많은 선례가 있어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교사에서 교장으로 가든, 교장에서 교사로 가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운전할 때 최적의 내비게이션 모드는 '버드뷰'입니다. 새의 눈으로 바라볼 때 전체와 세부를 고루 살필 수 있듯, 학교는 누구나 교장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 있을 때도 교장의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학급의 담임으로만 바라볼 때 행정실과 교무실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학교 공동체 전체를 아우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모두를 성장시켜야 하고, 학교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어른은 다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 20년 전, 짱구쌤과 반 아이들이 20년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날. 그날의 기록을 담은 유튜브 영상 '20년 전 약속...다들 기억할까?'는 한 달 만에 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 유튜브 갈무리

 

Q. 내부형 공모 교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한계나 아쉬움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내부형 공모 교장이 더 이상 전교조의 전유물이 될 수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교사가 훌륭한 교장이 된다고 믿습니다. 여러 평가 속에서도 교사에게 공모 교장의 기회를 주는 제도가 존속돼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입니다. 리더십은 자격증으로 부여되기도 하지만, 그것에만 기대기엔 학교와 지역이 몹시 위태롭습니다.

 

Q. 교장선출보직제로 가야 하기에 과도기로 내부형 공모교장제를 바라보는 조합원이 많습니다. 내부형 공모 교장을 준비하거나 현재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입시가 그렇듯 모든 제도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장선출보직제 역시 완전한 제도일 수 없습니다. 보완하면서 전진시켜야 합니다. 교장이 된 이상 그 학교를 대표하는 얼굴로,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교육 가족들의 바람에 답해야 합니다. 필요할 때는 계급장을 떼고 치열해야 하며, 외풍이 불 때는 계급장 뒤에 숨어 있지 않아야 합니다.

  

Q. 직접 쓰신 책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중 팽나무와의 대화는 정말 세계와 인생을 통달한 위대한 선인과의 대화를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갑자기 교장이 되어 홀로 남겨진 관사에서 유일한 위안은 150년이 훌쩍 넘은 팽나무였습니다. 4년여 용방초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난 지금, 모든 게 홀가분하지만, 팽나무만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팽나무와 같은 그리움이 오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이장규 교사가 쓴 책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와 책에 등장하는 150년 된 팽나무.  © 이장규 교사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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