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15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박혜진 아나운서와 배우 박원상 씨가 희생학생들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고 있다. © 현경희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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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 250명과 인솔 교사 12명이 교실로 돌아오지 못한 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식이 전국곳곳에서 거행되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서는 16일 오후 3시,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4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기억식 무대에는 팽목항의 빨간 등대 조형물이 그날의 슬픔을 일깨웠다.
▲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들도 보라색 옷을 입고 자리했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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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다큐영화 '바람의 세월'을 제작한 문종택 감독은 여전히 카메라를 잡고 있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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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는 노란 잠바를 입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보라색 잠바를 입은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들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보이며 함께 자리했다.
해수부와 4.16재단,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안산시 등이 공동 주최(주관)한 이날 기억식은 아나운서 박혜진 씨와 배우 박원상 씨가 별이 된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호명식과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올리는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과 이용철 전교조 참교육실장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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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석에는 각 정당 대표 및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총출동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강민정 더불어민주연합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진상규명에 가장 큰 책임을 안고 있는 대통령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내빈석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름표만 덩그러니 붙은 빈자리였다. 안산에서 기억식이 거행되는 것은 희생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원고 학생들을 기리기 위함인데 정작 담당 장관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자리하지 않았다. 대신 오석환 교육부차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불참하며 거리두기를 이어갔다. 10주기 기억식에 불참한 대통령과 담당 장관의 행보는 세월호가 아직까지 진상규명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 비어있는 대통령 자리. 오른쪽 끝이 오석환 교육부차관.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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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식은 추도사 이후 1997년생 김지애 씨의 기억 편지 낭독과 기억 영상 상영, 사회자의 정호승 시인의 시 낭독, 가수 박창근 씨 공연 등으로 엄숙히 진행되었다. 객석에는 간간이 유족들의 오열이 이어졌고, 단원고 희생자들과 또래로 보이는 검은 색 옷을 입은 젊은이들의 슬픈 얼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기억식 마지막 순서인 4160명이 참여한 '4·16합창단 공연'은 기억식의 백미였다. 전교조, 제천간디학교, 맑은샘학교 등 33개 단체와 개인 신청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합창단원들은 기억식 현장에 700명이 직접 참석했고, 나머지 인원은 동영상 속에서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의 6개 곡, 12분 길이의 추모 노래를 대합창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 단원고 희생자와 동갑인 김지애 씨가 기억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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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0명으로 구성된 세월호 합창단. 김민건 전교조 문화국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전교조 조합원 참여도 많았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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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0 합창단이 노래를 마치며, 노란 비행기에 '진상규명'이라는 소망을 담아 날렸다. © 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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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원 중에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얼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합창단원 신청을 한 신현주 조합원은 “단상에서 보니 비어있는 대통령 자리가 눈에 들어와 씁쓸했어요. 우리는 여전히 아프고, 기억 투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라며 여전히 정치적 논쟁대상이 된 채 진상규명이 미뤄지고 있는 세월호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동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깝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남은 사람들의 과제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희생자 추모와 함께 안전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은 오후 4시 16분, 안산에 울려퍼지는 추모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묵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