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날다] 나의 '416 수업' 이야기

곽은주 ·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인천명현중 | 기사입력 2024/04/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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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나의 '416 수업' 이야기
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의로운 주권자로 성장시키는 것에 주목한다.
곽은주 ·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인천명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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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4/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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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의로운 주권자로 성장시키는 것에 주목한다.

▲ 곽은주 교사    

 

‘그날의 일기’를 다시 보자

그날, 뉴스에서는 속보를 보도했다. 휴직 중이라 집에서 늦은 아침을 챙기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았던 그날의 내가 어떤 감정이 들었고,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14년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슬픔과 분노가 섞였던 ‘그날의 일기’가 뇌리에 가슴에 쿡 박혀, 매해 4월만 되면 되살아날 거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여전히 생생하지만, 그날은 과거의 뒤안길로 흘러가고 있고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서만 ‘그날의 일기’를 만날 수 있다. 고작 5살이었다니! 나는 알리고, 깨닫게 하고, 또 키워내야 한다.

 

우선, 4·16연대 홈페이지에서 성명과 논평자료는 가장 중요한 수업자료이다. 유가족들의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의 투쟁으로 2023년에 와서야 국가는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목포 해경에게만 책임을 물었고 지휘와 권한이 있었던 해경 지휘부에게는 면죄부를 주었다. 기무사 사찰 등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 역시 2심에 가서야 인정하였다. 그 외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정의롭지 못한 결론이었다.

 

▲ 세월호 관련 수업을 하는 학생들

 

국가란 무엇인가

내가 사회교사로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첫 번째, ‘국가란 무엇인가’이다. 우리 아이들은 헌법 10조가 시험에 나온다고 외운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가장 보호받았어야 하는 피해자의 인권이 지켜졌는가, 국가는 이를 확인하고 보장해 주었는가.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가해자의 편에 있거나 가해자가 아니라면 어떤 역할을 했어야 하는가. 이것을 아이들이 판단해보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권과 헌법’ 단원에서 위의 내용을 주제로 논술을 쓰게 할 계획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평화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공공선을 지향하는 주권자로서 참여하고 평화와 정의를 만들어가야 평화로운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평화 욕망

두 번째, ‘유가족과 선량한 사람들의 평화 욕망’을 가르친다. 새 학기 첫 시간에, 아이들이 남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아이들이 재미(쾌)나 이익(득)만을 추구하려고 할 때 교사는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평화(선)의 마음을 일으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 그냥 인간과 독립운동가는 무엇이 다른가를 이야기한다. 4.19혁명 당시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어떤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는가. 그리고, 고 김관홍 잠수사의 선행과 그가 외쳤던 말 속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는가.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전했던 “우리가 더 싸웠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가족과 정의를 위해 희생한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욕망이 있는가.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욕망인가, 인류애의 마음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평화의 욕망인가.

 

내가 이 수업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세월호의 이야기를 개인의 인정욕망으로 활용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관련 영화를 함께 본 후 ‘재미없다’고 평한 아이를 SNS에서 저격하는 학교폭력 사례였다. 그 아이는 상대를 저격함으로써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세월호 영화를 활용했다.

 

학교에는 ‘쾌’와 ‘득’을 합리적인 자유인 것처럼 내세우는 아이들이 다수를 점한다. 그래서 더욱 공공선을 가르치고, 평화를 가르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히는 정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 사회를 닮은 학교라고 하여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학교로부터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명을 교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사회를 정의롭게 변화시키는 주권자이자 평화 욕망의 상징이 되었다. 아이들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평화의 가치를 가진 주권자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세월호 의인들의 삶에 대해 곳곳에서 듣고 배워야 한다.

 

  © 최대현

 

수업 곳곳의 세월호

그 외 나는 사회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에 세월호 이야기를 집어넣는다. 3학년 사회에서는 헌법 전문과 헌법 34조에서, 기본권 중 청구권에서, 국회와 정부, 대통령의 역할에서 다룬다. 1학년 사회에서는 ‘일상생활과 법’ 단원에서 ‘선장에 대한 살인죄 적용 판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과 관련한 논술을 쓰고 발표한다. 또 언론의 역할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를 분석하여 타인의 명예와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에 맞는 보도가 되도록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토론하고 글쓰기를 한다.

 

내 수업 곳곳에서는 ‘그날의 일기’가 숨어있다. 어떤 이는 추모를 하며 기억을 하고, 어떤 이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정의로운 주권자로 성장시키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사회수업에서 배운 것이 교실에서 친구를 대할 때에도 발현되기를 바란다.

 

여전히 세상에는 폭력이든 참사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들이 많고, 그들 중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많다. 그러나 오늘도 사회 교사로서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가는 이유는 아직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남아있고, 아이들이 교실에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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