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날다] 음알못 교사의 힐링음악수업 분투기

신은 주재기자 | 기사입력 2024/03/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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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음알못 교사의 힐링음악수업 분투기
전교조 대전지부,'함께 힐링 교실음악' 연수 중
음악수업연수를 받으면서 용기를 냈으나 좌충우돌 중
신은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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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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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전지부,'함께 힐링 교실음악' 연수 중
음악수업연수를 받으면서 용기를 냈으나 좌충우돌 중


“살리~보나니, 살리보나니!”

 

학생들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쿡쿡 웃는 소리도 들린다. ‘망했구나’ 싶었는데 한 박자 늦게 “살리~보나니”를 따라 부르는 학생들 목소리가 들렸다. 노래 부르는 중에 “살리보나니가 어느 나라 말이에요?” “무슨 뜻이에요?”라고 질문이 들렸다. 나는 ‘나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학생들은 내 노랫소리를 따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까지 8소절 인사 노래를 마쳤다. 노래 부르기 힘들어하는 6학년과 함께 부른 첫 노래였다.

 

노래 부르기 전, 노래 부르는 자세를 잡기 위해 학생들 앞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시범을 보였더니 ‘좀비’ 같단다. 안면 근육을 풀기 위해 사과 먹는 모양을 과장했더니 애들이 깔깔댄다. 그동안 나름 학생들에게 카리스마 있는 첫인상을 주는 나였다. 그런 내가 올해 3월, 몸 개그를 하고 있다.

 

나는 4,6학년 음악 전담 교사다. 올해 목표는 출판사의 전자 저작물 ‘노래 재생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직접 노래 부르기 수업을 하는 것. 분명 교대에서 음악교육 수업을 받았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매년 음악 시간마다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신감이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어느새 리코더만 주구장창 연습시키고, 인디 수업 자료를 찾아 헤매거나 ‘아이OO림’ 버튼만 클릭해 주는 ‘음알못’ 교사가 되어버렸다.

 

▲ 함께힐링 교실음악 연수 웹자보  © 신은

 

학기초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힐링음악수업 연수를 시작했다. 큰 기대 없이 ‘하나만 배워서 써먹어 보자’라는 마음으로 연수를 신청했다. 첫 시간, 몸풀기와 노래 부르는 자세 잡기, 발성 연습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일정박 치기를 연습하는 신체 표현과 ‘살리보나니’라는 인사 노래를 배웠다. 두 번째 시간, 짧은 봄 노래를 배우고 돌림노래로 마무리했다. 동요 ‘안녕’에 “애들아 안녕”이란 말로 화음을 쌓기도 했다. 음정잡기를 연습할 수 있는 ‘도롱뇽’ 노래를 배우고 손기호를 배웠다.

 

매 시간 배운 노래들은 모두 이용선 교수가 직접 만든 노래 같았는데 가사를 적어주지 않아 계속 따라 부르며 외워야 했다. 직접 시범을 따라 하다 보니 연수 때 배운 방식 그대로 다음날 학생들을 가르치면 됐다. 학교 수업 후 노래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이용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6학년 학생들이 노래 부르는 건 매우 힘들다”고 위로하며 “곧 리듬악기로 하는 수업을 하겠다”고 다음 커리큘럼을 예고했다.

 

지금 실제 나의 음악 수업은 절반 이상이 망하고 있다. 노래 연습이 충분히 되지 않은 채 돌림노래를 시도했다가 엉망이 됐고, 5분 정도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학생들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앉혀 노래를 부르게 했다. 박자가 안 맞는다고 타박해 학생들 기를 죽이기도 했다. 내 욕심이 과한 탓이다. 소리로 하나되는 아름다움을 아이들이 느끼고 졸업하길 기대하지만 지금은 내 목소리조차도 갈팡질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수에서 배운 걸 학교 음악 시간에 하나씩 적용할 것이다. 노래 음원만 재생시키면서 가르칠 때는 잘 몰랐는데 학생들이 음원 없이 노래 부를 때 더 목소리가 크고 또렷했다. 지금까지 찾은 이 수업의 장점은 악보 없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오롯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수업이라는 점이다.

 

첫 시간에 부른 ‘살리보나니’는 아마도 “살뤼 보나미(salut bon ami, 안녕 친구야)”인 듯하다. ‘살리보나니’든 ‘살뤼보나미’든 애들이 즐겁게 인사하듯 부르면 그만이라 학생들에게는 ‘설명하지’ 않을 생각이다. 음악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해보는 거란다.

 

힐링음악연수는 격주로 화요일 저녁에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진행 중이다. 

(문의는 042-628-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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