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락] 스리랑카에서 참교육실천을

이성우 교사 | 기사입력 2024/02/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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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락] 스리랑카에서 참교육실천을
스리랑카에서 한국을 보다 (1편)
이성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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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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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한국을 보다 (1편)

▲ 이성우 교사

 

[편집자주] 이성우 교사가 스리랑카를 여행하며 본 현지 상황과 그곳에서 돌아본 '한국 교육'을 두 편의 소주제로 나눠 담습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마음이 잘 맞는 두 후배 교사랑 스리랑카 여행을 다녀왔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도착해서 1박을 한 뒤 담불라로 향했다. 담불라는 세계 8대 문화유산인 시기리아 바위궁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 일행은 숙소에 여장을 풀고 담불라의 번화가를 걷다가 한국에서 살다온 현지 여성 한 분과 마주쳤다.

 

스리랑카 여행을 하면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각별한 호감을 품고 계시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났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왔거나,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고 계시는 분들이었다. 우리가 담불라에서 만난 여자 분은 무료봉사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계셨다. 이분은 우리더러 한국어 교실에 와주기를 간절히 부탁하셨다. 말하자면 우리를 한국어 원어민 교사로 초대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일정이 스리랑카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시기리아에 가는 것이었지만,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는 바위궁전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래서 후배 교사들은 시기리아로 향하고 나는 한국어 교실에 가기로 했다.

 

▲ 고3 교실의 학생들     ©이성우

 

오전 10시 경에 한국어 교실에 도착했는데, 예상대로 건물이나 시설이 초라했다. 교실에 큰 창이 여러 개 있었는데 창만 나있고 창문은 없었다. 교실 밖 나무 사이로 원숭이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자칫 녀석들이 교실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교실 정면엔 칠판 대신 화이트보드가 있는데 파란색 보드마카랑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고 스폰지만 남은 지우개가 교수기기의 전부였다.

 

▲ 스폰지 지우개와 보드마카가 교수기기의 전부였다.     ©이성우

학생은 여자 12명, 남자 3명인데 남학생과 여학생이 따로 앉아 있었다. 여학생은 6명씩 두 줄로 앉아 있는데 더운 날씨에 밀착해 앉은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학생들은 모두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듯 상세하게 문화인류학적 서술을 늘어놓는 뜻은 이들의 소박한 교실 풍경을 실감나게 스케치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결코 이들의 문화를 비하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 초라한 교실에서 글을 배우려는 학생들의 타오르는 향학열에 경이와 존경을 표하고 싶을 따름이다.

 

고3이라 하는데 스리랑카 아이들, 너무 순박하고 성실해서 사랑스럽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읍시다!”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 이 친구들은 무슨 군인들이 사단장을 맞이하듯이 도열해 서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유교문화국인 한국의 학교에선 스승을 우러러 보는 정신이 실종되고 없는데, 이 나라 학생들은 자기네를 가르치러 온 한국 선생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해 주는 게 너무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놀라운 것은 이 건물에 강의실이 네 개 있었는데, 옆 반에서 다른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한국에서 온 사람을 구경하기 위해 우리 교실로 건너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을 흡사 연예인처럼 대한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나를 중심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어떤 학생이 현지 선생님에게 무슨 제안을 했는지 그 뒤로도 15명의 학생들이 차례대로 나와 일대일로 사진을 찍었다.

 

▲ 학생들과 찍은 사진  © 이성우

 

그날 교실에 온 학생들의 소망은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이라 한다. 우리가 영어 실력을 공인받기 위해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치듯이 스리랑카 분들이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는데 그 날 몇몇 친구들은 한국어 실력이 제법 좋았다. 담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한국어 수업이 주당 1시간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나 어릴 적에 미국이 그렇게 부러웠다. 미제 물건은 최고의 로망이었고 미국인은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그들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박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이곳 스리랑카인들에게 우리가 그런 선망의 대상이라니 얼떨떨했다.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반대로 우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아니 의식적으로 그런 어글리 코리안이 안 되고자 조심스러웠다.

 

이런 취지로 사랑스런 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 날 내 수업의 주제가 한국 문화였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또래의 한국 학생들의 일상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려는 뜻에서 “한국 학생들은 여러분들보다 더 나은 물질적 호사를 누리지만, 행복도 면에선 여러분보다 훨씬 못하다”고 말해주었다.

 

여러분은 학교 일정이 몇 시에 마칩니까?

오후 1시 반에 집에 가요!

한국학생들은 밤 10시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모두들 놀란다. 한국 학생보다 스리랑카 학생이 더 행복하다는 내 말이 틀렸을까? 한국 학생들의 얼굴에서 저렇게 평온하고 해맑은 순수미를 볼 수 있나? 아메리카 인디언은 급하게 말을 몰지만 아무리 바빠도 가끔씩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까닭인즉, 너무 빨리 달리면 자기 영혼이 못 따라올까 염려해서란다. 우리는 오로지 앞만 보고 빨리 달린 결과,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영혼이 망가져있다.

 

 

 ▲ 수업하는 이성우 교사     ©이성우

 

스리랑카로 떠나기 전에 중학생 녀석이 할아버지뻘 경비원을 폭행하고 친구 놈들은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려 자랑질 했다는 뉴스가 떠오른다.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인데, 스리랑카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을 비교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운 반면 스리랑카의 미래는 밝을 지도 모른다.

 

선천적으로 꼰대인 나는 어디서든 열심히 공부하려는 이웃을 만나면 반갑다. 그리고 내 가진 지적 역량을 총 동원해서 그들에게 한 자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은커녕 낡은 선풍기 한 대가 소음을 내며 하염없이 돌아가는 이 ‘열악한’ 교수 환경에서 오후 2시까지 땀 뻘뻘 흘리며 열강을 했다.

 

교사로서 지금까지 내가 실천한 최고의 보람 있는 수업이었다. 내가 스리랑카로 향할 때 전교조 사업으로 전국참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내가 전교조 교사 자격으로 스리랑카에서 참교육실천을 했노라 하는 자부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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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 2024/02/28 [15:58] 수정 | 삭제
  • 참교육실천. 멋집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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