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락] 가수 하림과의 만남, 교육 노동자와 예술 노동자의 연대

이재민 · 경기지부 부지부장(김포 고촌고) | 기사입력 2024/01/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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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락] 가수 하림과의 만남, 교육 노동자와 예술 노동자의 연대
그가 교육 노동자에게 준 울림은 가슴에 따스하게 남았다!
이재민 · 경기지부 부지부장(김포 고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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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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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교육 노동자에게 준 울림은 가슴에 따스하게 남았다!

▲ 가수 하림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티커 처리)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두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 번 만져보게.”

 

    하림의 노래<그 쇳물 쓰지 마라> 中 (->노래 듣기)

 

하림은 '출국'을 부른 대중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나에게는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수였다. 2010년 한 철강업체의 20대 청년 노동자가 섭씨 1,600도 쇳물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끔찍한 사건을 노래로 만든 사람. 하루에도 약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가는 이 냉혹한 사회에서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노래를 불러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잔인한 7월이 찾아왔다. 우리는 한 동료 선생님을 떠나보냈다. 선생님은 볕이 들지 않는 교실에서 스스로 별이 되었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선생님들의 한숨이 분노로 터져 나왔다. 겨우 버텨내던 선생님들의 가슴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이었다.

 

모두가 아파하는 가운데 전교조 선생님들은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었다. 바로 전교조 혐오로 인한 상처와 위축이었다. 보수 교원단체에서는 전교조가 학생 인권을 높여 놓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인권 감수성 없는 주장을 펼쳤고, 전국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 스쿨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했다.

 

▲ 교사집회에 참여한 경기지부 청년 조합원들  © 이재민 제공

 

한편 매주 토요일에 이어졌던 교사 집회 운영팀은 자발적 개인임을 강조하며 노동조합, 특히 전교조가 집회 운영팀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거부했다. 안타깝게도 전교조 선생님들은 집회 운영팀으로 일하면서도 자신이 전교조 조합원임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못 했듯 집회 운영팀에 참여한 전교조 선생님들은 서로를 모르는 척했다. 행여나 자신이 전교조 조합원임이 드러나 전교조에 대한 오해가 더욱 커질까 노심초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교조 청년 교사의 상처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포함한 전교조 경기지부 청년사업단 전교조@young(전교조에영)’토닥토닥 아픈 마음 치유하는 청년 교사 서로 배움터라는 연수를 기획했다. 강연자 섭외를 고민하다가 가수 하림과 연결이 됐다. 섭외 연락을 하기 전 걱정이 앞섰다. ‘TV에서 보던 연예인인데 과연 소규모 연수에 올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더 염려되었던 것은 노조 혐오였다. ‘노동조합이 탄압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전교조 연수에 와줄까?’하는 우려가 컸다. 걱정을 뒤로 하고 일단 연락을 했다.

 

▲ 가수 하림과의 SNS  © 이재민, 하림 제공

 

전교조 경기지부 청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림 님이 와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연수의 취지와 일정을 전달했다. 걱정과 달리 하림의 답장은 장소가 어디인가요?”, “내일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였다. 답변이 오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다음 날, “갈게요. 요즘 시국도 그렇고 어떻게든 일정 정리해서 갈게요라는 하림의 답변에 환호성이 나왔다. 기존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전교조 연수에 오겠다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하림이 요구한 것은 피아노 소리 나는 88 건반뿐이었다. “건반, 업어서라도 올게요!”라는 답장이 절로 나왔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예술 노동자라고 했다. 그렇게 교육 노동자와 예술 노동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하림에게 어떻게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었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림은 월드 뮤직(세계 각 나라의 고유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향유하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손가락이 잘리고, 어떤 친구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어떤 친구는 추방을 당했다고 한다. 그에게 노동 문제는 나의 친구의 문제였다. 그리고 하림이 곡조를 입힌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노래가 산업 재해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면서 그는 노동자의 죽음의 현장에 가게 되었다. 여러 노동조합을 만나면서 평소 알지 못했던 노동 문제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은 인연의 끈이 이어져 20238, 전교조 청년 교사들과의 만남까지 왔던 것이다.

 

그대는 강하잖아요하지만 약하기도 하죠.

아무도 몰라줬겠죠. 그래서 더 많이 힘들었겠죠.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슬퍼도 울지 못한 채 살죠.

눈물 흘려요. 그대는 힘들 만큼 힘들었죠.”

하림, <위로> (-> 노래 듣기)

 

하림의 노래는 조촐한 무대와 소박한 악기만으로도 우리를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의 노래 제목 <위로>처럼 전교조 청년 교사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깊이 위로했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충만한 2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하림은 자신의 휴대폰에 우리와의 추억을 담았고, 그 기억의 조각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 가수 하림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티커 처리)

 

이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전교조 경기지부 참교육 실천 대회(이후 참실) 준비팀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하림을 섭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하림의 연락처를 건넸고 덕분에 경기 참실에서도 가수 하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얼마 전 열린 전국 참실에서도 하림은 400여 명의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쑥스럽게도 하림은 나와의 소통 과정을 전국 참실에 모인 선생님들에게 공유했다.

 

▲ 글쓴이와의 SNS를 전국참실대회 공연에서 소개하는 가수 하림  © 김상정 기자

 

▲ 전교조 제21회 전국참실대회 참가자들과 함께한 가수 하림  © 김상정 기자

 

청년 교사 스무 명 남짓이 모인 작은 연수에서 시작된 인연이 경기로, 전국으로 이어졌다. 예술 노동자인 그가 교육 노동자에게 준 울림은 선생님들의 가슴에 따스하게 남았다. 결국은 연대였다. 노동자들과 연대한 하림. 그의 노래로 위로와 힘을 얻은 선생님들. 전교조가 걸어왔던 길도, 나아가야 할 방향도 연대가 아닐까? 연대로써 교육을 바꾸고 사회를 바꿔낼 전교조를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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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층감자 2024/01/26 [23:28] 수정 | 삭제
  • 따뜻하고 멋진 재민리
  • 이재민 2024/01/26 [20:37] 수정 | 삭제
  • ㅎㅎㅎ감사합니다
  • 상자 2024/01/26 [10:21] 수정 | 삭제
  • 아 이렇게 따뜻한 글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쌤 감사드려요. 화이팅입니다. ^^*
  • 콩알 2024/01/25 [22:45] 수정 | 삭제
  • 선생님 덕분에 귀한 공연 볼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 잔별 2024/01/25 [20:01] 수정 | 삭제
  • 우와! 재민샘! 참 열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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