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사에게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 교사의 절박한 마음이 모여 2개의 국회 입법청원이 성사되었다. 그것은 「교육기본법」에 '교권'의 개념을 명시할 것과 「교원지위법」에 '교육활동'의 개념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었다. 두 청원 모두 지난해 9월 중순에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가 되었고, 지난해 11월 21일에 국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되어 현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국회는 대표 청원인인 나에게 심사 기간이 올해 5월 29일까지 연장되었다는 통보를 하였고, 아무래도 4월 총선 이후에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교권' 개념 명시 및 '교권활동' 개념 명시 청원에 대해 국회 교육위에서 '심사기간을 연장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 © 김지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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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연이은 집회를 통해 교사들이 확실히 배운 것은 ‘법의 힘’이라 생각한다. 아동학대, 민원, 학교폭력 등 교사들이 생각하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바꾸기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였고, 실제 ‘교권 4법’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법 조항들이 순식간에 개정되었다. 개정된 법의 효과나 평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려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교권 보호나 교육전문가로서 교육활동 보호,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에는 개정된 교권 4법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분명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길 것이고, 새롭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법 조항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확한 방향이다.
모두가 ‘교권’과 ‘교육활동’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보호해야 할 ‘교권’과 ‘교육활동’이 명확하지 않아 법령과 규칙, 조례와 지침 등이 방향성을 잃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실제 우리 교육이 그래왔다는 것은 지난해 수많은 집회에서 지속해서 확인되었다.
대한민국에 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법이 존재하지만, ‘교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개념 정리가 되지 않아 ‘교권 보호’라는 단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또한 ‘교육활동’의 개념을 학교안전공제회와 관련한 법률인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빌려 사용함으로 인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인정 범위가 현장 교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략적인 방향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교권의 개념을 교육기본법에 다음과 같이 명시할 것을 입법청원에서 제안하였다.
【교육기본법 제00조】(교권 보호와 국가의 책임)
교권이란 교원이 교육전문가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며,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국가는 교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을 교사라서 누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권에 대하여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다양한 폭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에서부터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교사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교육전문가로서 학교에서 보람되게 일할 수 있도록 생활 지도권뿐 아니라 수업권, 평가권, 교육과정 편성권을 보장하고 전문가답게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사가 행정업무가 아닌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의 경계를 명확히 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권 보호’와 ‘질 높은 교육’의 시작이다.
그리고 ‘교육활동’의 개념도 다른 법이 아닌 교원지위법에 아래와 같이 명확히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교원지위법 제00조】(교육활동의 정의 및 보호)
교육활동이란 교원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 및 근무시간 전후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교육적 활동을 말하며, 교원의 교육활동은 보호되어야 한다.
교사가 수업 시간뿐 아니라, 업무나 협의회 등 모든 근무시간 및 근무시간 전후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교육적 활동’을 ‘교육활동’으로 명시해야 한다. 현재는 제한된 시간적 개념과 상황을 혼용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설명하지 못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활동에 대한 시간적 개념을 확장하여 그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방해 활동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정되도록 다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교권 보호’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개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미비한 법과 제도를 조금 더 명확하게 정비해 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