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대학 평준화와 무상화, 멀리 있지 않다.

김학한 대학무상화평준화 정책위원장 | 기사입력 2023/11/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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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대학 평준화와 무상화, 멀리 있지 않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으로 '대학무상화·평준화'를 현실의 영역으로
김학한 대학무상화평준화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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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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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대중운동으로 '대학무상화·평준화'를 현실의 영역으로

▲ 김학한 대무평 정책위원장

 

대학체제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입학생이 충원되지 못하면서 지방대학들이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을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가가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 지원 권한의 지자체 이양, 대학 규제 완화 등 시장원리에 따라 글로컬 대학에 재정을 집중하고 이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에 대해서는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교육주체들은 대학공공성 강화와 대학서열체제 해소의 관점에서 대학 무상화와 대학연합체제 구성을 통한 지방대학의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 평준화 : 입시경쟁교육과 시험 능력주의의 해소

입시와 경쟁,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은 한국 교육의 숙명처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지역 대학-수도권 대학-지방 국립대학-지방 사립대학’으로 줄세워진 대학서열체제가 존재하고 ‘의치한약수’로 이야기되는 선호 학과의 진학 경쟁으로 인해 이들 대학과 학과를 진학하기 위한 입시경쟁 교육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입시교육의 종착점은 대입 단계의 수능시험 성적과 진학한 대학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고 지위가 보장되는 ‘시험능력주의 사회’와 ‘학벌사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능시험 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은 왜곡되고 있고, 상대평가로 산출되는 학교 내신성적으로 인해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협력보다는 경쟁에서의 승리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대학서열체제는 입시경쟁 교육을 낳고, 입시성적은 대학 서열을 공고화하는 악순환을 우리 교육은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입시경쟁교육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고 의료, 법, 교육과 같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학과의 선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학평준화는 불가능한 제도가 아니라 독일과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등 교육 선진국에서 구현되어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실천과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대학 평준화의 방안과 경로를 담은 대학통합네트워크 방안이 만들어졌다.

 

대학통합네트워크 방안은 거점 국립대와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연합체제를 구축하고 대학연합체제 간 학점교류(공동학점)와 공동학위를 도입하여 평준화를 이루어나가는 방안이다. 또한 의료와 교육, 법률 등의 학과는 전문대학원에 설치하여 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공을 이수하고 진학하도록 하여 대학 입학 단계에서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대학들이 학점 교류를 진행하여 공동 학위의 기반이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대학의 균형발전의 과제 속에서 대학 주체들도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에는 대학 총장들의 52%가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하고, 8%가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대입자격고사에 대한 공감대도 최근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학평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증대하고 있는 대학평준화의 요구와 동력을 결집하여 정치적, 사회적 힘으로 만들어낸다면 수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는 당면한 과제이다.

 

대학 무상화 : 교육적 권리의 확대

공교육의 발달 과정은 국민의 교육적 권리를 확대하는 과정이며, 국가가 무상으로 책임지는 교육의 범위가 확장되어온 역사이기도 하다. 나라의 경제력의 정도에 의해 교육권 보장의 범위가 상이하지만 고등교육이 보편화됨에 따라 고등교육도 무상화로 근접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특히 초중등교육이 학생의 사회와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와 개념적 사고의 형성,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면 고등교육은 개인의 전공과 직업적 능력을 발전시키고 개념적 사고를 숙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교육자 마틴 트로(Martin Trow)는 고등교육의 이행 단계를 대학 입학률이 15%까지 진학할 경우에는 엘리트형, 15~50%가 되면 대중형, 50% 이상은 보편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보편적 단계는 만인의 권리로서 대학 진학이 개방되며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OECD 국가들은 20년 전인 2002년부터 고등교육의 보편적 단계 도달하였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대학교육을 무상화하거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준에서 최소한의 금액 (2020년에 독일은 20만원, 프랑스는 30만원)만 등록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등록금 폐지 운동과 반값 등록금 운동이 전개되면서 국가장학금이 4조원이 편성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비싼 나라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2022년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면서 초중등교육의 무상화가 완성되었고, 현 단계에는 반값등록금을 넘어 제로 등록금 즉 대학교육의 무상화가 과제로 등장하였다. 고등교육의 무상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이기도 하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대학에 대한 사회적, 공적인 개입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 독립사립대학을 공영형 대학으로 전환하는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며 이는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독자적 세원을 바탕으로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한데, 이러한 차원에서 제출된 법안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고 이를 제정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학구조 개편이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대학 공공성 강화-대학서열화 해소’의 중요한 기회이다. 교육 주체들의 노력과 실천 그리고 광범위한 대중운동으로 이어진다면 대학무상화·평준화는 상상의 영역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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