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시안 핵심 내용...‘내신 약화, 수능 강화’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은 2022 개정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에 맞춰 상당한 변화를 예상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가치로 시종일관 ‘공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은 수능중심 입시체제로 귀결된다. 이번 개편안에서도 내신 등급을 낮추어 상대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온전히 반영하는 대입제도였다면 수능과 내신 모두를 절대평가로 전환했어야 했다.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하면서까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한 것은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형식적인 공정성을 앞세우면서 상류층의 수능 강화 요구에 호응한 결과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내신을 5등급으로 낮추고 수능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어 수능 중심의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학교교육의 왜곡과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내신으로 변별이 어려운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입학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또한 내신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자사고, 특목고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져 일반고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내신 ‘등급 낮추고, 상대평가 확대하고’
이번 개편안에서 내신은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되, 상대평가(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66%, 4등급 90%, 5등급 100%)를 병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5등급으로 낮추었다지만,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되는 한 학생들은 등급 따기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경쟁의 강도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존에 3단계 절대평가로 시행되어왔던 진로선택과목까지 5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하면서 더 후퇴한 방안이 되었다.
탐구영역 ‘고1 통합사회, 통합과학’
이번 개편안에서 수능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선택과목을 폐지하여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험을 보게 된 점이다. 기존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에서 선택과목이 존재하였다. 선택 수능 체제에서는 응시집단의 구성과 선택과목간 난이도 격차에 따라 유불리가 나타나기 때문에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과목으로 수능과목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탐구과목을 고교 1학년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제한한 것은 문제가 많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중학교 때 배운 기본 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탐구영역의 수능과목이 1학년 과목으로 제한됨으로써 2~3학년의 사회와 과학 과목들(일반선택 8개, 진로선택 17개, 융합선택 9개)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육부는 미래사회 대비, 지식 암기를 확인하는 시험에서 학생 역량과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논·서술형 평가 확대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논·서술형은 내신평가로만 한정하며 고교 교사들의 혁신적 평가역량 확보를 위한 연수강화를 강조하였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내신 등급을 낮춰야 한다고 강변하면서도 정작 내신과 수능 모두 논·서술형이 일반화되어 있는 해외 사례는 감추고 있다. 5지선다형의 수능으로는 인문·사회·자연과학에 대한 소양을 평가할 수 없다.
새로운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개혁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 입시경쟁 교육은 더욱 격화할 것이고,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 사교육비 증가, 저출산 확대 등 교육 불평등과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미래 대비 교육은 불가능하고 낡은 교육이 계속될 것이다. 자사고-특목고 인기가 높아져 일반고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