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니콘 교장'이라 불리는 정용주 교장

현경희 편집실장 | 기사입력 2023/11/11 [15:46]
교사공감+
인터뷰
[인터뷰] '유니콘 교장'이라 불리는 정용주 교장
“교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교장의 임무다”
‘공정한 고통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겠다.
현경희 편집실장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3/11/11 [15:4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교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교장의 임무다”
‘공정한 고통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겠다.

▲ 천왕초 정용주 교장선생님  © 현경희 편집실장

 

[편집자주] 9.4 '공교육 멈춤의 날' 언론에 공개적으로 재량휴업일을 지정했다고 알리고, 10차 전국교사집회에서 '교사 보호가 교장의 임무다'라는 발언으로 교사들로부터 '유니콘 교장'이라 불렸던 서울 천왕초 정용주 교장선생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Q. 학생들이 교장실에 많이 오네요.

3월 2일 부임했을 때부터 교장실 문을 열어놓았어요. 아이들이 갈 데 없을 때나, 심심할 때 여기 와서 젠가도 하다 가고 방과후교실 갈 때 기다렸다가도 가고요. 젤리도 먹고 가고요.

 

▲ 교장실 문을 쉽게 열고 들어와 수다를 떨고 있는 천왕초 학생들. 교장실 벽면에는 정용주 교장이 직접 수업한, 학생들의 결과물이 게시되어 있다.   ©현경희

 

Q. 공모교장 8개월간의 개인적 소감, 짤막하게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교장으로 해야될 일이 많네요. 승진 생각 않고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성격상으로 그렇게 교장 자리가 맞진 않아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나를 노출시켜야 하는 면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건 있어요.

 

Q. 10차 전국교사집회 발언에서 “교사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교장의 임무다”라고 하셨는데,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겠어요?

"교장은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걸 최고의 목표로 해야 하는데 왜 ‘교사 보호’를 제일 먼저 내세우느냐"라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교사를 전문가로 세우지 않고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요. 좋은 교육은 선생님을 통해서 구현되는 거니까요. 선생님들이 자신의 사명감에 불을 지피도록 하는 역할이 교장의 역할이고 그럴려면 교사 보호가 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어야 된다 생각해요.

 

그래서 부임한 3월부터 학부모나 교육청, 교육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해, 교사들이 전문가로서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 정용주 교장의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져 있는 선서문.  © 현경희

매일 아침, 책상 앞에 붙인 선서를 읽어요. 부임 후 선생님들 앞에서 이 선서 내용을 말씀드렸죠. 선생님들께 “복무 지켜라, 이게 연가에 해당하냐 아니냐 이런 건 따지지 않겠다. 나는 선생님들과 4년 동안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죠. 처음에는 믿지 않는 눈치시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는데, 이게 완전체로 결합된 게 9월 4일이에요.

 

Q. 9월 4일 전후, 천왕초의 분위기가 어땠었나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얘기가 오가던 8월 중순쯤부터 선생님들한테 참여 의향을 물었어요. 학교장으로서 그날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우리 학교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참여하겠다 하시더라구요. 그렇다면 내가 지도 감독해야 될 교사들이 ‘무단 결근’으로 현장에 가도록 방치할 수 없다, 재량휴업일을 선언하는 방법밖에 없다 생각했죠.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비우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학사 운영을 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 비상 상황’이라 생각했어요. 교사가 없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 안전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선생님들도 수긍하셨고요. 그런데 교육부의 징계 방침이 내려진 다음에는 선생님들이 매일 교장실로 찾아 왔어요.

 

선생님들이 “교장 선생님 다치는 거 싫다. 두 번째로는 혁신학교를 보호해야 된다. 이게 전교조가 벌인 판도 아니고 인디에서 자율적으로 오갔던 건데, 결국 남은 사람은 전교조 출신 공모교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희생까지 해야 되느냐?”라고 얘기했어요.

 

‘멈춤의 날’ 며칠 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유치원 선생님까지 포함해 한 명도 안 빼놓고 회의에 다 모였어요. 그 자리에서 저는 세 가지를 얘기했는데 “나는 선생님들이 연가나 병가를 쓰고 갈 거면은 나는 선생님들을 보호해야 되기 때문에 재량휴업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법리적으로는 한번 다퉈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내 권한인데 교육부에서 이걸 못 쓰게 했으니까 징계가 개시되더라도 학교장의 권한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 다퉈보고 싶다. 세 번째로는 내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하고 약속한 게 있다. ‘책임져 주는 교장’으로 있겠다는 이 약속 지키고 싶다. 모인 선생님들 중에 우시는 분도 많았죠.

 

Q. 9월 4일 아침, 언론 인터뷰도 하셨던데요.

9.4 전날 밤 10시에 김현정 뉴스쇼에서 섭외 요청을 받았어요. 밤 11시에 질문지를 받았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징계를 받을 거라 생각하면서 실명으로 하면 천왕초가 언론에 너무 집중될 거니까 우리 선생님들을 보호를 해야겠다 생각해서 가명으로 인터뷰하겠다 했어요. 그런데 인터뷰 1분 전 대기시간에 실명으로 하겠다고 말했어요. 이유는 광장에 나간 선생님들과 어떤 면에서는 하나로 연결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선생님들이 내가 보호받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들게 하고 싶었기에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생각해요.

 

▲ 10차 전국교사집회에서 발언하는 정용주 교장  © 오마이TV 갈무리

 

Q. ‘공교육 멈춤의 날’ 이후에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연락온 것은 없었나요?

선생님들이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상 단체 행동을 한 상황의 심각성을 교육부가 인식해서 연락은 쉽게 오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은 했어요. 실제 연락도 오지 않았고요. 다만 보수 학부모 단체나 이런 데서는 끊임없이 학부모를 위장해 전화가 계속 왔어요. 직권남용 등등으로 고발하겠다며요.

 

Q. 10차 집회에서 ‘학교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사의 전문성 보호와 지원, 학교장 리더십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7․18 교육 개혁안’을 제안하셨는데요. 혼자 구상하신 건가요? 아니면 논의하는 팀이 있나요? 개혁안에 대해 좀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혼자 했습니다. 집회 후, 법 개정은 우는 사람 떡 주듯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텐데 그러면 민원과 문제행동 학생이 줄어들고 교사들 자존감은 회복될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어요. 대규모 집회 후 분위기가 훅 꺼지면 교사들은 더 무력감을 느낄 텐데, 교장이기도 하고 선배이기도 하고 연구도 한 사람이니 좀 더 긴 비전을 갖고 이 고민을 이어나가자라는 생각에, 제안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학교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되려면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좀더 보장되어야 하고 서비스 중심과 경쟁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공성의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고 봐요.

 

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나 교육청의 민감성을 높이려면 전교조에서 얘기하고 있는 교사들의 정치 기본권과 노동 기본권이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운동들이 일어나야 된다고 보고요. 그래야만 파업까지도 교사들의 노동 기본권한으로 포함될 수 있죠. 교사들이 교사 직위를 유지하면서 정치 활동에 참여를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들이 활성화되어야 학교 현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회의 요구가 학교로 다 모아지는 방식이라 교사들이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의 업무 갈등이 심화되는 이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해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와 관련된 특별법을 만들어서 돌봄 복지는 어떻게 할지, 학부모 참여는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활성화할지 등에 대한 새로운 합의의 모델이 필요하죠.

 

궁극적으로는 입시 체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입시체제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고교학점제, 혁신학교 등 모든 게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국가교육위원회 안에 미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그 특별위원회에서 새로운 초중고 교육 모델과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학교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되면 노조를 넘어서서 연대하는 창의적인 모델이 만들어질 거라고 봐요.

 

▲ 정용주 교장  © 현경희

 

Q. 생활고시가 발표되었는데요. 분리조치된 학생 관리에서 교장의 임무 명시와 교장실 분리조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전제조건은 학생을 교육 활동 공간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신중해야 된다라는 거죠. 우리는 교육과정 안에서 끝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통합해야 된다라는 원칙은 갖되, 순간순간 발생하는 수업 상황에서 일시적 분리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으면 그건 당연히 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말하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교사의 교육 활동에서 발생되는 위험들이 충분하게 관리되고 누군가가 책임져주고 있는가라고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교육부 생활고시를 잘못 해석하면 악성이나 최악의 상황만 관리자가 책임지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모두 다 교사들이 책임져야 된다는 인식이 강화되죠. 저는 10월 14일 집회 때 이를 ‘공정한 고통 구경꾼’이라고 표현했어요. 마치 심판처럼 뒤에 빠져서 공정하게 교사의 고통을 구경하는 사람 말이죠.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문제가 사전에 인지되고 학부모가 담임을 찾아간다라고 말하면 먼저 교장실로 모시든지 아니면 제가 동행하겠다 합니다. 학생들 관련해서도 교감선생님과 같이 협업해서 팀웍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문제되는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교장이 가장 앞에 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교장한테 얘기하는 걸 미안해하셨는데 지금은 편하게 얘기하고 계세요.

 

▲ 정용주 교장의 집무실 책상 모습  © 현경희

 

Q. 2년 전 교육희망 [내 서재 이야기]에 글을 쓰셨던데, 요즘도 책 많이 읽고 글도 쓰고 계신가요?

아침마다 의도적으로 읽고 쓰는 거를 놓지 않으려고 해요. 매일 아침 8시 40분에 전날 뉴스 브리핑이나 짧은 칼럼을 쓴다든지 해서 쿨메신저로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아침 교장 브리핑’을 보내고 있어요. 시도 담고, 영화 평론도 하고, 읽은 책에 대해서 소개도 하고요. 매일 A4 3분의 2 정도 써요. 그걸 쓰기 위해서는 또 읽어야 되니, 읽고 쓰는 일을 잘 유지하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들이 얼마나 읽는지는 확인은 안 되지만, 그래도 열혈 독자가 생겼고요. 가끔 피드백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 정용주 교장은 매일 아침, '아침 교장 브리핑'을 학교 선생님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 현경희

 

Q. 교장으로 오시기 전 전교조 조합원이셨습니다. 조합활동이 삶이나 교장활동에 영향을 끼친 면이 있을까요?

많이 끼쳤죠. 균형잡힌 시선이나 전체를 보는 눈을 갖도록 해 주었어요. 전교조의 역사는 희생해 온 역사잖아요. 조합비 내고 나의 이득만을 얻겠다고 해서 선택한 노조였다면 그렇게 못했을 건데 그러지 않은 선배님들을 만나서, 인간 관계에서 받은 영향력이 컸죠.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 징계 겁박에도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전교조 출신 공모교장들이었어요. “내가 살려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지켜야 될 가치라는 게 있잖아”라고 얘기하시더라구요.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 유니콘이라니 2023/11/15 [12:38] 수정 | 삭제
  • 제목을 읽고 '유니콘?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팔짱끼고 보듯 클릭했는데, 교장으로서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보다 교장의 위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분인 것 같아 귀감이 됩니다. 공모제가 이런 분들도 교장직으로 나올 수 있는 제도라면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 교육정상화 2023/11/13 [13:47] 수정 | 삭제
  • 교장 선생님, 존경합니다.
  • 상자꽉 2023/11/13 [11:01] 수정 | 삭제
  • 이런 교장 선생님들이 많아진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공교육을 일구고 있는 현장교사와 교장의 힘으로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부가, 현 정부가 방해하지 않고 현장을 충분히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정용주 교장선생님의 애쓰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 구상 2023/11/12 [02:19] 수정 | 삭제
  • 모든 교장이 이런 교장이면 좋겠습니다. 천왕초교장선생님, 존경합니다~
  • 응상 2023/11/11 [18:28] 수정 | 삭제
  • 교장이 집회라 시대가 많이 변했고 감동이네요 교장이 승진이 아니라 관리직으로 바뀌었다 생각해요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교육은 도박이 아니잖아요
메인사진
[만화] 어른이 교사의 어떤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