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만 칼럼] 교사에게 교육정책 결정권을 줘야 한다.

강신만 · 서울시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 | 기사입력 2023/11/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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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만 칼럼] 교사에게 교육정책 결정권을 줘야 한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국가의 교육정책 실패가 부른 죽음
학교 교육정책 설계를 하는 자리에 현장교사 공모로 배치해야
강신만 · 서울시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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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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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국가의 교육정책 실패가 부른 죽음
학교 교육정책 설계를 하는 자리에 현장교사 공모로 배치해야

▲ 강신만 서울시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

 

학교가 힘들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학교는 힘든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학교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경계성 지능 학생 등 교사의 교육 전문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교사와 학생의 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더불어 교사에 대한 학부모 악성 민원도 늘어났다. 그것뿐이 아니다.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에 적시된 ‘업무 폭탄’은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 왔다. 교사의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누적되고 어떤 교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교사는 직업 특성상 타 직종에 비해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학부모의 범죄에 가까운 악성 민원도 교사이기에 인내한다. 교권을 침해하는 일부 폭력 학생에 대한 것도 교사이기에 더 인내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내 모든 조건이 교사의 개인 역량과 인내심만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경우는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터지고 만다. 지금이 그렇다. 문제가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국가의 적절한 정책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

 

그런 측면에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국가의 교육정책 실패가 부른 죽음이다. 적절한 법적,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만이 아니다. 얼마 전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교사 스스로 목숨을 던진 숫자가 100명이다. 그리고 죽음은 교사만이 아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교수가 최근 기술한 17세 미만 청소년의 자살 수는 6년간 무려 1,778명이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적절했다면 이중 상당수는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정책을 결정하는 권력기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더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은 적절한 교육정책과 법적 제도적 지원을 통해 학교가 배움이 잘 일어나게 돕는 일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지금까지 학교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적절한 교육정책을 통해 학교를 지원해 주지도 못했다. 교사 개인의 역량만으로 변화된 조건에 맞서게 방치했다. 따라서 교권 추락 등 지금의 고통스러운 학교 현실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실패가 만든 결과다. 이것이 교육부와 교육청을 제대로 개혁해야 할 이유다.

 

지금까지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기획하지도 집행하지도 못했다. 그 핵심적 요인은 현장성 부족과 관료주의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 교육청 내에 현장성을 강화해 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학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교사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이해한다. 경험하는 모든 교사가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 없는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교사다. 따라서 교육청과 교육부는 학교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자리에 역량 있는 현장 교사를 공모방식으로 배치해야 한다. 결정 권한이 없는 자리가 아니라 실·국장과 과장 장학관까지 최소한 30% 이상의 자리를 임기제 보직으로 개방해야 한다. 그로 인해 관료주의 중심에서 학교 현장 중심의 교육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의 변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때 학교는 충돌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교육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많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다. 수십만 명의 교사는 온전히 가르칠 권리, 안전한 학교를 위해 지금도 거리로 나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만들어온 교육부와 교육청이 자기 뼈를 깎는 변화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향후 학교 교육의 성공과 실패는 교육부 ·교육청의 현장성 강화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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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브리지 2023/11/11 [20:05] 수정 | 삭제
  • 국가가 말로만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떠들어왔지만, 교육행정은 저질정치의 시녀노릇을 하면서 저질로 일관해왔다.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등의 비극이 벌어지면,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고유의 사명 이외의 일들로 좌절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국가의 대책이 나와야한다. 그 정도의 상식조차 작동하지 않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 영산신원 2023/11/08 [09:14] 수정 | 삭제
  • 국가의 미래인 교육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교육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거 같습니다. 교육정책의 실패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거겠지요. 현장에서 일하고 현장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교사들에게 교육정책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말씀에 큰 공감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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