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교사집회 버스 총괄자, 이동규 샘을 만나봤습니다!

현경희 편집실장 | 기사입력 2023/10/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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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전국교사집회 버스 총괄자, 이동규 샘을 만나봤습니다!
서이초 사건 후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택한 '버스 총괄' 업무
"전교조 조합원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계시는구나" 감탄
현경희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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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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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후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택한 '버스 총괄' 업무
"전교조 조합원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계시는구나" 감탄

[편집자주] 11차까지 이어진 전국교사집회가 마무리되었다. 전국교사집회에 힘을 보탠 많은 교사들 중 지역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총괄했던 강원의 이동규 선생님이 눈에 띄었다. 전화와 서면으로 선생님의 남다른 개인 이력과 집회 봉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동규 교사  © '지리는 강선생' 유튜브 갈무리

 

Q. 반갑습니다, 선생님! 우선 선생님의 간단한 소개와 올 초 의원면직을 하고, 현재 기간제교사로 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사연을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9월 9차 전국교사집회부터 지난 토요일 11차 집회까지 두 달 동안 전국버스총괄을 맡았던 강원도 교사 이동규입니다. 들으신 대로 저는 올해 4월 의원면직을 했습니다. 다행히 힘든 일을 겪었거나 몸이 아픈 것은 아니고요, 교직 생활이 행복하고 보람되긴 했는데 사실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갉아먹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이런 말하면 좀 웃기지만 저는 교직생활을 여한 없이 후회 없이 다 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 스스로를 조금 더 잘 돌보고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러다가도 매해 끝날 때마다 학생들과 지내는 게 좋으니까 그만둘 생각을 까먹는 거예요. 올해도 종업식까지 가면 분명 또 너무 좋아서 못 그만둘 것 같아, 학생들한테는 너무 미안했지만 올해 4월 사직을 하게 되었어요.

 

▲ 반 학생들과 함께한 이동규 교사  © 이동규

 

주변에선 다른 일 할 걸 준비해서 나오지 왜 그러냐 얘기를 하는데 저는 교사하면서 다른 걸 준비하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딴 걸 준비하려면 그만두고 나와야 되겠다 싶어 나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잠시 쉬고 있는데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아, 일단 하는 게 없으니까 용돈도 벌고 도움도 좀 되고 그럴까 해서 학교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서이초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7월 20일 서이초에 갔습니다. 참 비현실적인 광경이었어요. 제가 교사를 그만두었지만, 교육이 이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지금 현장에서는 내 친구들이 후배들이 동료들이 너무나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원주지역 버스 담당자가 공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버스 담당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 친한 중등 선생님과 둘이 ‘9.4 공교육 멈춤의 날’ 강원 추모 집회를 기획했습니다. 이렇게 집회 관련 일을 하다가 전국 버스총괄하시던 분이 제안하셔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해 왔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교사를 그만두고는 더 바쁘고 더 많이 일을 하냐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늘 “제가 시간이 많이 있으니 이런 거라도 해야죠”라고 대답합니다. 뜻하지 않게 도망가게 돼버린 것 같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담긴 저의 진심이기도 하고요.

 

Q. 현재 전교조 조합원이시고, 실천교사모임(실교모)도 함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합 가입동기와 버스 총괄하시면서 전교조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 전교조가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을 때 화가 나서 가입했어요. 나라도 조합비를 내서 전교조에 힘을 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전교조가 해온 게 너무 많잖아요? 전교조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교모는 2016년 시작할 때부터 가입해서 지금까지 이런저런 활동을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가 버스 총괄하면서 느꼈던 건 두 가지가 있는데요. 다른 단체나 단체 소속 아닌 선생님들도 많으셨지만 버스 인솔 선생님 중 전교조 조합원분들이 참 많으시고, 오랫동안 봉사를 해 주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울산 버스 담당 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이셨는데 지부 행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잠깐 버스 일을 못하게 되셨어요. 그랬더니 울산 버스가 바로 펑크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저기 아는 분들 연락드려 간신히 담당자 구해서 버스 운영을 했어요.

 

▲ 영양 선생님들이 챙겨주신 간식 꾸러미  © 이동규

 

제가 있는 원주에서도 버스 갈 때마다 후원해 주는 선생님들이 많으시거든요. 간식 같은 거요. 거의 90% 이상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조직하시고 간식도 갖다주셨어요. 특히 전교조 조합원이신 영양 선생님들이 엄청 챙겨주셨어요. 이번 집회를 통해서 저도 그렇고 초등 선생님들도 전교조 선생님들과 비교과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느끼시는 것 같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거 보면서 조합원들이 홍길동도 아니고 ‘전교조’를 ‘전교조’라고 못 부르지만 다들 그렇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계시는구나 감탄했어요.

 

인디스쿨 같은 데는 전교조에 대해 좋지 않은 의견들이 올라오지만 그게 여론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항상 더 느끼게 돼요. 현장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는 정말 전교조가 강하다, 힘이 있구나 느낍니다. 그래서 전교조도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에도 집중을 하는 것이 조직확대를 위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일은 일대로 다 해놓고, 억울하잖아요!

 

Q. 지역 버스 담당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보통 전국에 50여 개 지역에서 버스가 출발합니다. 그중 40여 곳은 매번 하시던 선생님께서 해주세요. 고여도 어마어마하게 고인물들입니다, 하하! 저도 지역 담당자를 해봤지만 버스가 2~3대를 넘어가면 정말 일이 많아져요. 그러니 지역 담당자 해주시는 선생님들 모두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매번 지역에 새로운 담당자도 생겨나는데요. 처음인데도 용기내주시는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이전 담당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음 집회에 못 가는 일도 있는데요, 이럴 땐, 이전 담당자가 관련된 많은 일을 미리 해주시거나 노하우를 싹 전수해 주십니다. 그것도 자기가 집회 못 간다고 매우 미안해하면서 말이죠. 단 한 번도 이전 담당자가 새로운 담당자에게 도움을 거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멋진 선생님들입니다.

 

▲ 전국교사집회 참석을 위해 함께한 선생님들  © 이동규

 

Q. 기억에 남는 버스 담당자가 있나요?

 

11차 집회에서 무려 2023년 9월 1일 발령 받은 신규 선생님께서 지역 버스 담당자를 자원해주셨어요. 부산 한 분, 태백 한 분. 정말 제가 신규 때 생각하면 숨만 쉬어도 힘들고 피곤했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힘 되어주신 후배님들이 고맙더라구요.

 

부산은 기존 담당자가 계셔서 신규 샘은 지역 보조담당자를 해주셨고, 태백은 너무 작은 도시라서 결국 버스는 운영되지 않았지만, 끝까지 버스 노선 만드시려 노력해 주셨습니다. 태백 샘은 결국 제가 타는 원주 버스에 탑승하셔서 만나 뵈었습니다.

 

Q. 버스팀 깃발과 굿즈가 집회 때 무척 인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각 지역 버스 깃발의 퀄리티가 어마어마해졌어요. 지역의 특산물부터 잠자리채, 빗자루 등 기상천외한 깃발이 나왔습니다. 지역 담당자들끼리 안 보이는 기싸움도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인디스쿨에 ‘player’ 선생님께서 전국 지도에 깃발을 넣은 지도를 만들어 올리셨더라고요. 다들 너무 좋아하시고 감탄하시기에 이것을 스티커로 만들어 나눠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layer’ 선생님께서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두 번의 추가 수정을 해주셔서 이렇게 멋진 굿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 9차 집회 전국버스 깃발 모음  © 이동규

 

처음에는 제 사비로 1000장 정도만 찍어서 주변 분들께만 나눠드리려 했는데, 집회에서 굿즈의 인기가 참 많아서 인디스쿨 운영진에게 공식적으로 제안드렸고 흔쾌히 동의해주셔서 10,000장의 스티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를 너무 사랑해주셔서 이번 집회에는 자석 5,000장을 만들어서 모두 나눴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이거 너무 좋다, 이거 너무 받고 싶었다, 이거 사회시간에 사용하면 좋겠다 등등 너무 반겨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힘을 받았습니다.

 

특히 11차 집회에서 굿즈 나누는 데, 많은 선생님께서 간식, 과자, 음료, 다른 굿즈 등 선물을 주고 가셔서 감동했습니다. 정신이 없어서 사실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 너무 죄송하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습니다.

 

▲ 전국버스 깃발을 담은 스티커  © 이동규

 

Q. 11차 집회가 지난 주 끝났는데, 전반적인 소감이 궁금합니다.

 

먼저 집회를 주도해주신 운영진과 집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검은 점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운영해 주신 버스팀 지역 담당자와 새벽에 출발해 밤늦게 집으로 가신 시골쥐 선생님들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고요.

 

이번 집회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난 10차 집회에서 동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학한 지도 꽤 됐고, 행사도 많은 10월이고, 무엇보다 개인들의 역량으로 열 번이나 집회를 운영해와서 피로감이 쌓여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9월 2일 7차 집회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인원인 3,100여 명이 가장 많은 버스 대수인 99대와 비행기로 움직였고 집회에는 무려 12만 명이 모였습니다. 한 달 전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버스를 미리 준비했고 2주 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해주신 버스 담당자들의 공이 컸습니다.

 

아직 선생님들의 마음이 식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아직 현장에서는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선생님들이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교권 4법의 통과가 여름내 아스팔트 위에서 처절하게 외친 성과이기도 하지만, 사실 실효성 떨어지는 선언적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힘듦과 울분을 함께 모여서 풀어내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집회여서 참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누가 죄인인가’와 같은 멋진 노래와 각양각색의 멋지고 의미 있는 굿즈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참담한 상황도 나름의 방법으로 버티며 풀어내는 모습에 정말 우리 선생님들이 멋졌습니다. 사실 버스팀에서 제작한 ‘전국 깃발 지도’ 굿즈도 지치고 힘든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웃음을 드리고 싶어 만들었습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힘 받았습니다.

 

Q. 내년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교육이 매우 중요한 걸 아니까 교육 관련해서 청소년들이나 학교밖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에도 관심이 많아 운동, 먹거리 쪽에도 관심이 많아 실천도 하고 있고요. 다음 교육감 선거에 도움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내년에 저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은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선생님도 마찬가지시라고 봅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하고, 그 서로의 노력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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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2023/11/01 [13:58] 수정 | 삭제
  • 저는 서교조이지만, 선생님도 전교조도 집회운영팀 모두 정말 멋지십니다 !!! 이제 전교조라고, 교총이라고 불편해하지 말아요 우리
  • 이상우 2023/10/31 [09:33] 수정 | 삭제
  • 동규샘,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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