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영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가까이 한 세대이다. 흥미롭게 실재하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영상에 가장 집중하는 뇌를 지니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가 삼 년간 인류를 덮치면서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교실의 칠판은 전자칠판으로 바뀌고 A.I교육 관련 예산도 많아지면서 칠판소리, 악기소리, 다양한 교구들이 시청각으로 대체되고, 교실에 존재하던 다양한 층위에 있던 감각적 자극들이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더욱 디지털적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고, 교사들도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고 디지털 리터리시를 교육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아이들에게 어떻게 축소된 생체 기능과 감각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더욱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감각을 다루는 수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근력을 기르기 위해 일부러 운동을 하는 것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감각할 기회가 줄어드는 아이들에게는 감각을 위한 시간을 일부러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볍게는 하나의 감각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는 놀이들을 해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듣기, 소리 오케스트라로 공간을 만들기, 눈을 감고 친구들 사이에서 내 짝의 손을 찾기, 한 사람은 안대를 끼고 이끄는 친구의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서 춤추기, 적극적으로 관찰하며 달라진 것들을 찾기 등 특정 감각에 집중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가까운 자연에 찾아가서 자연물을 적극적으로 보고 만지고 냄새 맡으며,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아 나무의 움직임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자연의 상태를 친근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에 벌레라면 교실 앞에서 뒤까지 도망을 가던 아이들이 나무가 되었을 때 찾아와주는 벌레의 존재에 감사하다고 했으며, 빠른 호흡의 하루를 사는 아이들이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좋다고 말했다.
자연을 감각하는 것은 좁은 시각을 넓혀주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모든 것이 변하고 움직이는 환경, 미디어가 주는 원격 세상에 익숙한 아이들은 변치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나 자연의 모습에서 무의식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에 대한 상을 얻는다.
오감을 섬세하게 하고, 그때 신체가 받는 느낌에 대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생각보다 어린이들의 감각에는 훌륭한 회복탄력성이 있음을 느낀다.또한, 아주 간단한 활동에서도 아이들 저마다 다른 감각적 성향을 보이고, 놀이에서 그것이 교차되고 나면 훨씬 더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학급에서 감각하는 시간을 함께할수록 아이들의 감정이 다채로워지고 나와 친구들의 개별성을 인정하면서 전체 학급의 분위기도 더 편안해졌다.
활동 후 아이들은 이런 후기들은 남겼다.
- 내 몸 속에 소리를 찾는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 사람이 이렇게 예민한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 눈을 가리고 친구들의 손을 만져서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활동이 정말 좋았어요.
- 우리 반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러한 수업은 사실 예전부터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했던 놀이들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서로의 몸을 접촉하지 않게 되면서, 또 시청각 자료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감각의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한다는 자체, 타인의 신체를 보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공간이다.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방식들이 아이들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교사 스스로 믿고, ‘감각수업’의 가능성을 되짚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