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발표하고 관련 해설서를 학교에 배포했다. 아동학대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시만 믿고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해 생활지도를 해도 괜찮은지 현장의 고민은 깊다. 교육희망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의 문제와 한계, 현행 법의 테두리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랫동안 생활교육을 연구실천 해 온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들의 제언글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 1화 : 학생분리 조치의 ‘교육적 효과’를 위한 제안
☞ 2화 : 초중고용 생활지도 고시? 초등학교는 다르다.
☞ 3화 : 정서적 위기학생 지원대책 없는 고시는 ‘땜질식 처방’일뿐
☞ 4화 : 장애학생도 공동체 일원임을 배우는 생활지도 필요
☞ 5화 : 분리교실의 성패는 생활교육 소프트웨어에 있다.
☞ 6화 : 수업방해 학생, ‘약속 교실’로 보내요.
교권 침해는 분명 일탈 학생이나 갑질 학부모가 일으키는 문제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교육을 지식 서비스 정도로 여기는 수요자 중심 문화와 교사를 감시 대상으로 보는 교육 당국, 교권 침해를 교사의 자질 탓으로 돌리는 학교장들이 합작해 낸 현상일 것이다. 사실 교사들이 교권 침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있다. 열심히 가르치지 않으면 된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잠을 자도 그대로 두고, 수업을 방해하면 적당히 달래거나 무시하고 말아야 하는데, 눈치 없이 열심히 하게 되면 교권 침해를 당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참혹한 현실인 것이다.
정서적 위기학생에 의한 상담교사 교권침해 문제
분리 조치가 교육부 고시로써 학교에 내려왔을 때 과연 분리된 학생들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를 두고 일부 학교장은 너무도 쉽게 상담실로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상담교사는 수업을 안 하는 교사, 문제행동이 있는 모든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로 인식되는 일부 시각은 상담교사들의 교육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인식이 있는 학교일수록 분리 조치된 문제 학생은 상담실로 보내면 된다는 땜질식 처방을 이행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교권 침해에 가장 첨예하게 노출된 교사 집단 중에는 상담교사들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상담교사를 직접적으로 힘들게 하는 대상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학생, 느린 학습자 등이다.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의 경우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상담교사가 맡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교과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어하지만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해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학교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이고 갈등의 한가운데서 힘들어하는 ‘정서적 위기학생’인 것이다.
상담교사에게 맡겨지는 모든 유형의 위기학생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학교의 장은 장애를 이유로 입학의 지원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기는 하나, 본인이나 학부모가 원하면 일반 학교에 배치하게 된다. 동법 21조 1항과 다문화 가정지원법을 통해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다문화가정 학생의 지원체계에 대해 법으로 정하고 있다. 통합교육의 취지에 동감하지만 학교의 현실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 자신이나 일반 학생들과 교사, 모두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을 던져주는 경우가 많다. 교과 수업이나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에 노출된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대책도 법 따로 현실 따로인 현상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학교 위클래스(상담실)로 보내지게 된다. 상담교사가 그간 이 학생들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문화교육과 특수교육 분야의 일들을 상담교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정서적 위기학생 지도를 위한 교육청 지원 및 대책은 전무
그러나 심리상담 교사는 특수교육이나 다문화교육의 전문가가 아니다. 교원이 의무적으로 받게 되어 있는 교육만으로 전문성을 찾기는 어렵다. 더구나 체계적인 지원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배치된 경우 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의 명단만 던져줄 뿐, 학생마다 어떤 배경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학생 특성에 맞는 수업과 생활지도 방법, 인간관계 지도에 대한 매뉴얼을 안내하지도 않는다. 즉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위한, 담당교사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없다. 순회 교사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와서 지도해주는 것이 전부일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대상 학생들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파악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상담교사 혼자서 파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스스로의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담임 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들에게 지도 방법을 안내하기도 어렵다. 그러는 사이 학생은 교사와 싸우고 친구들과 싸우고, 더욱 고립되어 버린다. 심하면 교실에서 완전히 혐오의 대상으로 몰리는 경우도 많다.
다문화교육 대상 학생의 경우에는 명단도 따로 내려오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핑계로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학년이 시작되면 대상 학생이 누구인지 명단을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공문을 받는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 어떤 학생들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고, 어떤 학생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숨기곤 한다. 문제가 곪아 터져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어서야 다문화 학생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학교보건법’ 제 7조의 2(학생건강증진 시행계획의 수립 시행 등)에 의해 ‘정서행동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게 하고 있다. 동 법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학생들이 매년 이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문성도 부족한 문항으로 전수 검사하여 결과를 보고하게 한다. 결과 보고 이후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없고 검사에서 위험군 이상의 학생들은 병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이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
상담실 떠넘기기식 대처로 인한 악순환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육 학생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지도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학생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하는 방법을 몰라 교사가 학생의 어려운 일 대부분을 해결해 주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교사에게 의지하게 된다. 화장실에 화장지를 가져다 달라거나, 자기에게 불손하게 대한 학생을 자기 앞에 데려와 사과시켜 달라는 요구까지 서슴없이 한다. 그러면 곤란하다고 하면 울고불고 야단법석이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나 다문화가정 학생, 느린 학습 대상학생과 정서 불균형 학생만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과 마찰을 빚는 일반 학생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의 학부모도 교사를 힘들게 한다. 자녀를 함부로 대하거나 방임하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민원을 넣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무례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무대책을 넘어 억지에 가깝다.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언제이고, ‘다문화가정지원법’이 만들어진 지 언제인데, 아직도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말인가? 이런 대책없는 행정은 해당 학생들만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 모두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친다. 표면적으로 이 학생들과 그 부모가 교권을 침해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이들도 대책없는 교육 정책의 피해자인 셈이다.
교권 침해가 문제로 떠올랐다고 교권 침해 행위 자체만 보지 말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 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빠진 채 통합교육의 원칙만을 내세우는 것은 통합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갈등의 원인으로 남겨두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