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시⑤] 분리교실의 성패는 생활교육 소프트웨어에 있다

임정근 · 한양공고 | 기사입력 2023/10/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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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시⑤] 분리교실의 성패는 생활교육 소프트웨어에 있다
분리 후 ‘나-너-우리의 권리’ 배우는 ‘약속교실’ 필요
임정근 · 한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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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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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후 ‘나-너-우리의 권리’ 배우는 ‘약속교실’ 필요

 

 

[편집자주]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발표하고 관련 해설서를 학교에 배포했다. 아동학대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시만 믿고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해 생활지도를 해도 괜찮은지 현장의 고민은 깊다. 교육희망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의 문제와 한계, 현행 법의 테두리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랫동안 생활교육을 연구실천 해 온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들의 제언글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 1화 : 학생분리 조치의 ‘교육적 효과’를 위한 제안 

☞ 2화 : 초중고용 생활지도 고시? 초등학교는 다르다. 

☞ 3화 : 정서적 위기학생 지원대책 없는 고시는 ‘땜질식 처방’일뿐 

☞ 4화 : 장애학생도 공동체 일원임을 배우는 생활지도 필요 

☞ 5화 : 분리교실의 성패는 생활교육 소프트웨어에 있다. 

☞ 6화 : 수업방해 학생, ‘약속 교실’로 보내요. 

 


성찰교실이 중단된 원인은 교육 소프트웨어의 부재


분리교실 실시와 관련되어 "누가 맡냐, 예산은 있냐" 하며 논쟁이 붙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확충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적 조치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예산을 투입한 만큼 성찰교실의 교육적 효과를 얻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0년 무렵, 학생 인권조례 제정, 체벌 금지 흐름과 맞물려 ‘성찰교실’이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서울의 경우 상담사를 대거 채용하면서 성찰교실을 운영했고 경기도의 경우 일부 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에게 성찰교실 운영을 맡기기도 했다. 그 사이 상벌점제가 도입되면서 별도의 인력이 없이도 학생을 통제할 수 있겠다고 하여 성찰교실이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찰교실의 운영이 중단된 데에는 무엇보다 타임아웃의 효과 외에 교육적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2017~2018년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들이 운영했던 ‘약속 교실’은 학생을 분리한 후 학생이 교칙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분리 전과 후의 행동을 다르게 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분리교실의 명칭을 ‘약속 교실’로 한 이유는,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 함께 지키기로 한 권리를 확인하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였다. 약속교실은 분리 후 학생의 행동변화를 위한 교육내용을 체계화시킨 소프트웨어를 구현했다는 점이 이전의 성찰교실과 달랐다.

 


분리 후 생활교육으로 학생 학습권 보장


약속 교실(분리교실)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의 범위를 왜 정해야 할까?

 

첫째, 수업권을 빌미로 분리 교실 자체를 문제 삼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우선시했던 대법원 판례(2007년)와 상충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촉발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실수업 배제를 문제 삼아 악성 민원을 제기할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둘째, 교실수업에서 분리되는 것 자체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발생할 수 있다. 수업하기 싫은 학생이 교실 밖에서 편하게 상담하거나 하기 싫은 수업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분리 교실 제도를 악용하지 않도록 분리 교실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과 수업 방식 및 일정을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징계 이전 단계의 긴급 조치와 관련 생활교육 통해 각성효과 향상


분리 교실 설치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수업 내용과 형식을 정해야 한다. 분리조치는 교권침해와 수업 방해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한 생활지도 처분이다. 분리조치로 문제가 해결되면 일회적인 교육으로 끝낼 수 있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생활교육위원회’나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한 징계 이전 단계의 긴급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분리된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깊이 성찰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분리 교실 교육 내용은 당연히 생활교육임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과 수업을 받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아 분리조치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2차 교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분리 대상 학생이 일으킨 문제와 동떨어진 교과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문제를 일으키면 오히려 개별화 수업을 통해 더 좋은 수업을 받는다는 것도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각자 수업 시간과 업무가 정해져 있는데 개별화로 교과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가능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분리 교실 설치는 궁극적으로 학생의 행동 수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과 형식으로 교육해야 한다. 수업을 방해했거나 교권을 침해했던 일 등에 대해서 충분히 성찰할 수 있게 하는 내용,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것을 약속하는 활동, 계속해서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벌도 포함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방과 후까지 시간을 연장하여 생활지도를 할 수 있고, 과제도 제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도덕성을 키우는 읽기 및 쓰기 활동


분리 교실에서 실시해야 하는 생활교육 내용을 알아보자.

 

먼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분리가 필요한 학생은 대부분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생활 태도에 빠져 있거나,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이 습관화된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과 이야기해보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덕성을 키우는 책을 읽고 필사하거나 낭독하도록 하자. 자기 기분이나 자기 욕망만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고요하고 크게 먹도록 도덕성 교육이 필요하다.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도덕성을 깨울 수 있는 좋은 책들과 그것을 필사할 수 있는 필기구를 함께 준비해서 차분히 필사하게 하고 그것을 점검하면서 담당 교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해야 한다.

 

소설 시점을 바꿔 쓰는 활동을 하게 하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교정하는 데는 소설 시점을 바꿔쓰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사건을 모두 다르게 바라본다는 점을 깨닫도록 좋은 단편소설을 읽게 하고 시점을 바꿔쓰는 연습을 시켜보자. 긴 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이 좋고,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을 고르는 것이 좋다.

 

평화로운 삶을 일깨우는 시를 읽고 필사하거나 낭독하도록 하자. 폭력적으로 행동하거나 말이 거친 학생들이 차분히 자기 행동을 성찰하는 데는 시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모든 갈등은 거친 언행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를 읽게 하고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교칙(우리의 권리), 타인의 권리를 성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글쓰기 활동


어느 정도 자기 행동에 대해 직접 성찰할 준비가 되면 자기 행동에 대해 성찰하는 글을 쓰게 해야 한다. 성찰하는 글을 쓸 때는 몇 가지 내용이 꼭 포함되도록 지도해야 한다. 자신이 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어떤 기분이 들었겠는지, 자신은 어떤 그릇된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쓰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릇된 행동을 수정할 것을 약속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분명히 약속한다는 뜻에서 서약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학부모도 연대 서명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한다.

 

분리조치를 교실수업을 회피하는 데 악용하는 것을 막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성찰 과정, 행동 수정 서약 등을 살펴보아 충분히 성찰하고 확실하게 행동 수정을 약속하지 않을 때는 방과 후 시간까지 지도를 계속할 수 있거나 다음 단계의 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해줘야 한다. 해설서를 통해 그것을 분명히 해줘야 학원 교습이나 기타 사정으로 지도를 회피하지 못할 것이다.

  

학교는 사교육 기관이 아니라 공교육 기관이다. 교과수업만 하고 그런 것들을 외면해버리면 될까?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 싸우고, 잠자고, 전화기만 들여다보는 학생을 두고 수업 진행이 가능한가? 생활교육 없이 교과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학교 교육과정에서 생활교육을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은 차차 찾아 나가더라도, 분리 교실에서는 교과 수업이 아닌 생활교육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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