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다시보기] 불안을 가르칩니다!

홍경아 교사 | 기사입력 2023/09/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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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육 다시보기] 불안을 가르칩니다!
<안전한 생활> 수업이 무서운 아이들
홍경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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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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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생활> 수업이 무서운 아이들

▲ 홍경아 교사

 

한 아이가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손을 들고 "선생님, 저 선생님 옆으로 가도 돼요?"라고 한다. <안전한 생활> 수업이 무서운 것이다.

 

사회에 많은 인적, 자연적 재난상황들이 일어날 때마다 공교육에서 이것을 제대로 다루어 왔는가가 화두에 올랐고, 급박하게 1,2학년 교과로 <안전한 생활>이 신설되었다.

 

이 교과는 아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배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 안에 있기는 하지만, 교과서가 있고 연중 64시간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주1회에 40분 동안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많은 내용이 이미 타교과에서 다루는 내용들과 중복되고, 교과서에는 차시별 자료로 두 페이지짜리 그림만이 들어가 있다. 이를 가지고 수업을 하기엔 교사로서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세상은 안전하지 않으니, 개개인이 조심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 어떠한 비유나 상징도 없이 정. 확. 하. 게 위험상황을 알려줘야한다는 점에서 과연 이것이 마음에 맺힌 상을 오래 기억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7∼8세 아동에게 맞는 방법인지 걱정이 된다.

 

 

▲ <안전한 생활> 교과서     ©홍경아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단원은 3단원의 ‘신변 안전’ 부분이다. 이 단원에서는 납치와 유괴, 성범죄, 가정폭력, 학교폭력을 다룬다. 삽화에는 친분이 있는 어른이라도 그 어른과 단둘이 방에 들어가 있는 상황은 위험하고, 다리를 다친 어른이 떨어진 물건을 주워달라고 하면 ‘어린이는 어른에게 부탁하지 않아!’ 하며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3단계를 외치라고 쓰여 있다.

 

친구가 놀리는 것은 학교폭력이며, 부모님이 밥을 굶기거나 매를 드는 것은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이고,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기면 아이와 함께 있는 여자 어른에게 물어보라고 쓰여 있다. 나는 이 수업을 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불편하다. 가정, 학교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폭력/비폭력으로 나누어 보게 하고, 사회의 구성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인의 딸이 어느 날 하교 후 표정이 어둡고,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물어보니 <안전한 생활> 시간이 무서웠단다. 아마 소수의 예민한 아이들만이 그렇게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함이 침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제공하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평가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안함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러한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 더 무서운 일들이 있으니, 이 정도는 사전 정보를 줘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교육활동도 ‘절대 안전’이 지켜져야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쉬는 시간에 교사가 없는 곳에서 싸우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면 교사의 책임이기에, 점심시간에 아이들은 교사의 임장지도 하에 운동장에서 놀 수 있게 되었다. 엄마인 나도 내 아이들이 집에서 다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데, 교사가 여기저기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은 교실에서 있는 것이 초등학교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애초에 제거해버리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항생제와 같아 몸에 이로운 면역체계도 죽이게 된다. 사회의 많은 위험들이 때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되기에 안전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런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경험들이 차단당하는 것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행해지는 이런 압박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사고를 키우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10∼30대 사망원인의 1위(2022년, 통계청)는 교통사고도 재난사고도 아닌 고의적 자해이다. 개개인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환경에서 오는 두려움은 심리적인 것과 연결된다. 어른들이 무서운 세상에 대한 강조할수록, 어린이들은 ‘염려하는 습관’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자연이 주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 내 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아슬아슬 도전하는 느낌, 다친 후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회복력, 내 마음이 힘들 때 평가 없이 나를 받아들이는 하늘과 나무, 그리고 사회를 믿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이 찾아왔을 때,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불안에 떨지 않고 배운 대로 해결할 방법을 떠올릴 것이다.

 

안전교육은 공포감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 주변에 안전지대가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하며, 안전지대는 가게에 붙어 있는 ‘안전지키미’ 표시만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한 신뢰, 어릴 적 받은 신뢰감과 사랑에서 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에서 점점 안전교육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심폐소생술, 생존수영 등 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금 1~2학년에서 이루어지는 <안전한 생활>교과의 내용과 교육방식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깊은 논의를 거쳐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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