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뉴스에선 산불과 산사태, 홍수, 폭염, 태풍…. 나처럼 환경에 무감각한 사람도 환경문제의 심각함을 느낀다. 이제 기후 위기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이다.
지난 9월 23일, ‘923 기후정의행진’ 소식이 들렸다. 미뤄왔던 환경 책들을 이제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할 수 있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환경 관련 책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알에이치코리아(RHK) ♦2023
표지의 주인공은 ‘나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환경을 보호해야한다고 가르치면서도 무심코 예쁘다고 사버린 많은 소품들, 화려한 포장을 하고 있는 물건들에 더 끌리게 되는 나의 취향,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면 딸려오는 많은 플라스틱들..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지려나’ 라는 생각으로 환경문제를 외면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만화로 쉽게 접근하면서도,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늘부터. 당장 지구를 아끼기 위한 실천을 하고 싶게 만드는 책.
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푸른숲 ♦2020
내 주변에도 비건을 지향하는 지인들이 많아졌다. 환경 관련 책들을 찾아보면, 인간-동물-환경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에서 환경 관련 도서 목록에 많이 소개되는 책이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고기, 생선,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거니즘이라는 가치관을 소개하면서 육식의 불편한 진실, 비인도적인 동물 착취 등 무거운 다큐멘터리와 논문의 내용을 만화로 그린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작은 실천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는데, ‘불완전한 실천이라도 의미가 있다’라고 저자가 계속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유리 작가의 <돼지이야기>(이야기꽃, 2013)가 생각났다. 동물권과 관련해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학생들과 꼭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이영란 감수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
환경 관련 책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경고(!)하고 우리의 실천들을 독려하는 글들이 많다. 출판된 지는 조금 지난 책이지만, 이런 형식의 책 중에서 방송인 타일러 러쉬의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제목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예상되는 책이다. 이야기하듯 써놓은 책이라서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앎과 삶의 일치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기후 위기 해결은 타일러의 오랜 꿈이라고 한다. 타일러는 2016년부터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왔다. 책 출판부터 친환경 콩기름 잉크와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위해 띠지 생략, 종이 손실이 적은 판형을 선택하는 등 친환경 제작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일단 쉽고 술술 읽힌다.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 환경을 지키는 작은 다짐들
♦하루치 ♦판미동 ♦2022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3분의 1 적게 고기를 먹을 순 있다.
지구 환경보다는 나의 치아 건강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칫솔 성분을 꼼꼼히 따져볼 수는 있다. 지구를 살리자가 조미김을 안 먹긴 힘들다. 대신 플라스틱 엇는 김을 선택할 수있다.
책의 부제처럼 환경을 지키는 작은 다짐들을 하게 되는 책. 만화책보다는 그림 에세이에 가깝다. 앞서 소개한 <기후위기인간>이나 <나의 비거니즘 만화>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검정토끼
♦오세나 ♦달그림 ♦2020
“토끼라는 상징을 통해 지구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작가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신 은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려 낸다. 현실의 끔찍함을 오색찬란한 색으로 표현해 오히려 그것이 가진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표현 방식은 은유적이지만 메시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이대로 두어도 정말 괜찮은지 정면으로 질문하는 그림책이기도 하다.(출판사 책소개 中)”
특이한 책이었다. 표지를 펼치기 위해서 검정 물체에서 꺼내야 하는데, 토끼인지 쓰레기 봉지인지 모를 종이 케이스를 벗겨내면 다양한 색깔이 나오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쓰레기다.
우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모든 사람이 대충 알고 있다. 글이 별로 없는 그림으로만 이야기하는 책에서 큰 울림을 얻는다. 모든 세대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 ♦위즈덤하우스 ♦2022
‘알맹상점: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으로 알맹이만 판매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모으고 동시에 시민 행동과 목소리를 모으는 커뮤니티 거점 공간이다.’ 책 날개에 알맹상점의 소개에 대해 나와 있다. 한국형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만든 본격 창업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샴푸, 세제 등 용기만 가져가면 사갈 수 있는 상점. 알맹상점 이후로 내가 살고 있는 부산 지역에도 이런 상점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앎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계속 공유하고 목소리를 외치며 실천을 독려하는 사람들. 불편하지만 지구를 위해서 나도 오늘부터 작은 실천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