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9.23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윤상혁 · 영림중학교장 | 기사입력 2023/09/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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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9.23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병든 세상을 알아버린 순간 어떻게 함께 앓지 않을 수 있을까
윤상혁 · 영림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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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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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세상을 알아버린 순간 어떻게 함께 앓지 않을 수 있을까

▲ 윤상혁 교장

 

78°29″121N 014°17″986E.

2016년 여름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북극을 위한 엘레지>를 연주한 인공 무대의 위치이다. 스발바르 제도의 빙하지대에서 울려 퍼진 이 비가(悲歌)가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 까닭은 연주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빙하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7년이 지난 지금 북극의 상황은 어떨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40년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은 북극 바다 빙하가 사실상 사라진다고 예측한 바 있다. 북극 바다 빙하는 계절에 따라 면적이 줄었다 늘었다 반복하는데, 2040년 이전에 최소 한 번은 빙하가 모두 녹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니 그게 10년이나 앞당겨졌다.

 

▲ Greenpeace España 유튜브 갈무리

 

이게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올해가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다는 것도. 그러나 2023년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것도. 앞으로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질 거라는 아포칼립스적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돈 룩 업 또는 룩 업.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혁신학교인 영림중학교에서는 2학년 창체 시간에 <환경>을 공부한다. 또 어스 마인드, 동물사랑반, 사회적경제반 동아리 학생들이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 동물 복지 활동, 텃밭 가꾸기 활동, 사회적 경제 학습 등을 하고 있다. 학교협동조합 여물점(여유 있고 물 좋은 매점이라는 뜻)이 있어서 공정무역, 지구마을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발전부문과 산업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압도적이다. 2022년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약 654,500,000톤(CO2eq)인데, 이 중에서 발전 부문 배출량이 약 213,900,000톤(CO2eq), 산업 부분 배출량이 약 245,800,000톤(CO2eq)으로 두 부문의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70%에 이른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우리 사회의 에너지 체계와 산업 시스템 전반을 전환해야 하는 까닭이다.

 

▲ 2022년 9월 24일에 열렸던 '기후정의행진' 모습  © 김상정 기자

 

9월 23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기후정의행진의 모토는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다. 어떻게 위기를 넘을 것인가. 9월 23일은 위기를 넘는 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23일이라는 시간과 세종대로라는 공간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우리는 정의가 물 같이 흐르게 해야 한다. 내가 발붙이고 있는 곳에서 실행해야 한다.

 

지난 9월 16일 구로구의 3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수라> 공동체 상영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186석이 가득 찼다. 대기 신청을 받을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공동체 상영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처음엔 혼자. 두 번째는 아이와 세 번째는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본 <수라>였습니다. 오동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름다움을 본 죄”, “우리는 서로 희망을 비비며 살아간다”라는 말씀이 저에겐 숙제처럼 남았습니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병든 세상을 알아버린 순간 어떻게 함께 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름다움을 본 죄가 되었든, 세상의 본질을 깨달은 병이 되었든 기꺼이 함께 겪는 것이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인간 너머의 존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보면서 인간의 오만함을 가볍게 뛰어넘는 자연의 숭고한 생명력을 보았다.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환대의 마음, 연대의 정신을 보았다.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보았다.

 

지구윤리센터 디렉터 카렌나 고어는 2020년 가을에 열린 <한국생태문명회의>에서 스웨덴에서 만난 그리스도인 친구의 말을 빌려 국제 정책이 만들어지는 어느 공간이든 세 개의 빈 의자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세 개는 각각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미래세대, 그리고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 이외의 생명체, 그러니까 현재 만들어지는 정책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도 가장 적은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을 위한 지정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진은 바로 그들과 함께 하는 행진이다. 기후정의를 외치는 우리의 함성은 강물처럼 흘러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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