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부터 학교폭력 사안처리에서 달라진 것은 세 가지이다.
① 피해학생으로부터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기간, 기존 3일에서 최대 7일까지 연장
② 가해학생이 다른 조치 이행하기 전,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가해학생 전학조치의 우선 적용 가능
③ 가해학생이 조치를 불복할 경우 피해학생에게도 안내하여 행정심판에서 피해학생의 진술권 보장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낙마사태와 드라마 ‘더 글로리’의 영향으로 학폭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4월 초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 강화 조치를 9월1일부터 시행하였다.
2021년 6월 말부터 학교폭력 피해신고만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즉시분리되어 학교가 혼란스러웠다. 즉시분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며,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불가피하고, 이후 피해학생에 대한 보복성 맞신고가 이어지면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즉시분리의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7일로 확대하여 학교현장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과 인력지원 없이 학교는 분리된 학생을 장기간 별도 교육해야 하는 어려움을 떠안게 되었다.
교육부의 즉시분리 연장 명분이 상식 밖인 것은 기존 3일이 피해학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의 지적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업무를 한 번이라도 맡아본 교사라면 즉시분리가 가져온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경험하였기 때문에 교육부가 언급한 ‘현장의 지적’을 도대체 누가했는지 알고 싶을 정도다.
즉시분리 기간은 전담기구나 교원들의 협의로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도 1~3일 분리기간 중에서 절대 다수의 학교들이 3일 분리를 선택한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가 7일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학교가 7일 미만으로 할 경우 이에 수긍하지 않는 학부모의 추가적인 민원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피해 학부모의 민원이 염려되어 7일로 정했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들려온다.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의 정도,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추가적인 민원발생 등을 고려한 학교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②와 ③의 조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동안 전학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이 다른 조치를 이행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피해학생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다른 조치 이행 전에도 가해학생의 전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학교장은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즉시(7일 이내) 해당 학생이 전학할 학교의 배정을 요청해야 한다.
가해학생이 심의의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여 조치가 지연된 경우, 학교는 피해학생의 2차 피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가해학생의 불복 사실’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피해학생에게 통지하여 진술권을 보장한다.
또한 9월부터 12월까지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8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 운영한다. 단위학교 및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단 한 번의 신청으로 학폭 사안처리, 상담·치료, 피·가해학생 관계 개선, 피해학생 법률서비스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2024년부터는 전체 시·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에 단위학교와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가 업무부담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피해학생 보호가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통해 예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정책 중에서 바람직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즉시분리 최대 7일 연장은 학교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 정순신 자녀 학폭사건은 2017년에, 영화 '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청주 고데기 사건은 2006년에 발생했다. 과거의 학교폭력문제가 국민적 이슈가 되었다고 해서 가뜩이나 부작용이 심한 즉시분리 기간을 대폭 연장한 것은 교육부의 무능함을 드러낸 꼴이다.
늘 그랬듯이 교육부는 자신들은 학교폭력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여론 잠재우기용으로 학교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을 양산해 왔다. 학교현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업무부담 감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엄벌주의와 손쉬운 생기부 기재 강화 같은 정책으로 학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학교의 교육력을 약화시켰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즉시분리 7일 연장이 학교현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모든 교원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교육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관련 참고 자료>
* 교육부 보도자료(2023.8.28.)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조치 강화한다> (->자료 보기)
* 교육부 정책(2023.9.1.)-초·중·고 교육 <2023.9.1. 개정판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자료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