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현장교사의 연이은 죽음...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가

신정섭 · 대전 호수돈여고 | 기사입력 2023/09/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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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현장교사의 연이은 죽음...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가
학교장이 주도적 역할 담당하는 민원 대응 시스템 서둘러야
신정섭 · 대전 호수돈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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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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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이 주도적 역할 담당하는 민원 대응 시스템 서둘러야

 

또 한 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이틀 뒤 숨을 거뒀다.

 

민원과 아동학대 피소로 힘들어해

교원노조와 유족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2019년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 해당 학부모는 'A씨가 수업 시간 중 지우개를 씹고 있는 아이를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야단쳐 정서적 아동학대를 가했고, 교실에서 지도하던 중 (학교장에 도움을 요청할 목적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혼자 남겨둔 것은 방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 1년 뒤인 2020년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교사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그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A씨의 배우자는 <디트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무혐의 처분 이후 상당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됐다"면서 "하지만 근래 서이초 교사 사건, 교권 침해 관련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학부모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당시가 계속 떠오른다'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디트뉴스24>의 보도에 따르면, A씨의 배우자는 "아내가 당시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돌아온 답은 '좋은 게 좋은 거다', '네가 한번 사과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회유였다"고 말했다. 배우자는 "아내 혼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자는 "아내는 종종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전국교사) 집회에 참석했다"며 "하지만 돌아와서 '(목소리를 내는데) 바뀌는 것은 없다' '교육부 교권보호대책에는 교사 의견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후약방문' 나선 대전시교육청

대전광역시교육청은 교권보호 담당 직원과 감사관실 관계자 등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원인이 악성 민원으로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체험학습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일부 학교에 일일이 전화해 '체험학습 불가'로 다시 공지할 것을 압박한 대전시교육청이 지역에 교사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교권 보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위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잇따른 현장 교사의 죽음, 방치하면 안 된다

7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두 달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벌써 다섯 명의 현직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아직 교권 침해 정황이 없는 7일 청주 초등교사 투신 사건 제외). 지난 8월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8일간 네 명의 현장 교사가 교육권 침해 관련 정황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 대전 유성구는 모두 초등교사였고, 경기도 용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알려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설문 응답자 3505명 중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무려 16%에 달했다. '극단적 선택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도 4.5%에 달했다. 63.2%는 '우울 증상을 보인다'고 답했다.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등 교육권 보장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학교장이 주도하는 민원 대응 시스템 절실

하지만, 법령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다. 담임 교사 혼자서 악성 민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교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장이 책임지고 민원을 접수해 해결하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을 때 - 민원은 있을 수밖에 없고 적절한 처리는 꼭 필요하다! - 담임 교사에게 '당신이 알아서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말하는 학교장(또는 원장)이 적지 않다. 악성 민원이든 아니든, 해당 교사에게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강요하는 사례가 아직도 흔하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꺼리는 기관장도 드물지 않다.

 

학교장(원장)이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줄 것인가. 교육당국은 학교장(원장)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민원 대응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지금 시작해도 늦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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