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락] 집회버스 인솔 교사입니다!

박정현· 진해신항초 | 기사입력 2023/09/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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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락
[현장락] 집회버스 인솔 교사입니다!
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가슴에는 저마다 무언가가 있다.
오늘도, 하나의 섬으로 있던 우리를 수만의 개미떼로 만들어 줄 버스를 탄다.
박정현· 진해신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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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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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가슴에는 저마다 무언가가 있다.
오늘도, 하나의 섬으로 있던 우리를 수만의 개미떼로 만들어 줄 버스를 탄다.

▲ 박정현 교사

 

한 달 넘게 금요일 저녁이 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혹시나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염려되어 6시, 6시 10분, 6시 20분. 마지막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6시 50분 알람을 맞춰놓고도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친다.

 

7시! 푸석한 얼굴로 창원종합운동장에 나가면 버스 십여 대가 주르륵 줄 서 있다.

“우리 버스다!”

둘레길 버스도 아니고, 기행 버스도 아닌 50만 교원총궐기 집회에 가는 버스를 ‘우리 버스’로 부르는 마음에는 자긍심이 넘쳐난다.

 

경남은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출발 지역도 다양하다. 양산에서부터 창원, 거제, 함양까지. 참가신청서에 고를 수 있는 장소 선택지만 해도 열 군데이다. 이번 7차 집회에는 경남에서 1,700여 명의 선생님이 61대의 버스에 몸을 싣는다. 평소에 300명 수준인 참가자가 5배 이상 늘어나면서 인솔 일은 50배로 늘어난 느낌이다.

 

서울이라고 하면 지하철부터 덜컥 겁이 나고, 고층 빌딩에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이 길 같은 지방 사람으로서 버스 인솔을 한다는 것은 어마무시한 일이다. 그래서 다들 "저... 길을 잘 몰라서 버스 인솔은 못하겠어요"라며 주저한다.

 

그런 선생님들을 모아 61명을 만들고 버스를 섭외하고, 버스배치표를 만들었다. 이 와중에도 61명의 버스 인솔교사들은 설렌다. 내 옆의 동료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일이 답답한 학교 현장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한다.

“선생님! 더 도와드릴 거 없어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일은 선생님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과 꼭 같이 타게 해주세요”, “내가 무릎 수술을 했는데, 앞에 앉을 수 있을까?”, “남자 친구랑 바로 옆에 앉을 수 있어요?”, “우리학교 신규 선생님 1차 신청 못 했는데 나랑 바꿔도 돼요?”

질문도 많고, 요구도 많은 선생님 덕분에 내 폰의 알람은 밤 12시가 지나도 울린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들 진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사람 맞아?’ 그러다가도 집회에 어떻게든 올라가려는 애닲은 마음이 느껴져서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렇게 5차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롯이 이 집회버스만을 준비했다. 체중은 3kg가 빠지고 얼굴은 푸석해지고, 나의 세 아이는 엄마가 컴퓨터만 한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우리야, 누리야, 아름아! 엄마가 교사로서 살아가는 게 매우 힘들어. 그런데 엄마만 힘든 게 아니고, 선생님들 모두 다 힘들대. 그래서 이번에 바꿔보려고 싸우고 있거든. 조금만 기다려줘. 사랑해!”

 

이렇게 밤마다 이야기하며 잠을 재우고 다시 컴퓨터를 켠다.

 

▲ 집회버스를 함께 탄 교사들  © 운영자

 

7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한 버스는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그 다음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휴게소의 찐 풍경은 새까만 개미떼이다. “선생님! 서울 가면 개미떼만 따라다니면 됩니다”라고 말해줘도 불안해하던 선생님들이 휴게소 풍경을 보고는 방긋 웃는다. 그리고 또 운다.

 
여기저기 버스에서 쏟아지는 선생님들 틈에서 신규 때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부터 기숙사 룸메이트, 같은 학교 선생님까지 만나게 된다. 휴게소에서 만난 대학 동기는 환했던 목소리가 중저음의 쉰 목소리로 변해 있었고, 내 마음의 최강 미녀였던 후배는 뼈만 남아 서 있을 힘조차 없어 보였다. 화장실 앞에서, 호두과자 가게 앞에서 선생님들의 수다는 결국 눈물로 끝이 난다.

 

3차 집회를 앞두고 처음 버스 인솔을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이 대부분 혼자 오는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혼자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고, 혼자 집회장에 앉아있다. 비가 와도 우산이 없어 고스란히 맞으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다가가 “선생님!”하고 부르면 환하게 웃는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서 7차까지 5차례나 버스 인솔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가슴에는 저마다 무언가가 있다.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조차 눈물이 나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집회 버스를 탄다. 흩어진 외로운 교실에 하나의 섬으로 있던 우리를 수만 마리의 개미떼로 만들어 줄, 그리고 지금보다는 더 나은 학교 현장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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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유맘 2023/09/10 [19:53] 수정 | 삭제
  • 추모문화제 사회보셨던 선생님 맞으시지요?선생님의 힘찬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 호호쌤 2023/09/04 [20:40] 수정 | 삭제
  • 같은 경남교사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드립니다
  • 새내 2023/09/03 [15:12] 수정 | 삭제
  •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수고의 결실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 검은점 2023/09/03 [12:11] 수정 | 삭제
  • 글을 읽으면서 울컥 했습니다. 선생님 노고에 감사드려요. 우리는 전교조 집회가 아닙니다. 교총, 지역교사노조, 전교조 등의 교원소속단체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다 참여하는 집회예요. 여기서 전교조 이야기로 물을 흐리시는 분은 교사가 아니시군요.
  • 경기쥐 2023/09/03 [12:09] 수정 | 삭제
  • 어제 6구역에서 거창28, 거창29 옆에 있었던 경기쥐에요. 화장실 가신 선생님들 길 잃으실까봐 또랑또랑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던 여선생님이 계셨는데 선생님이셨을까요?? 저는 하루 6시간만 집회에 사용하는데 몇차례나 토요일 하루와 앞뒤로의 시간까지 할애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이 뜨거운 2023여름을 훈장처럼 이야기하는 순간이 꼭 오길 바랍니다
  • 후유 2023/09/03 [10:36] 수정 | 삭제
  • 함께 합니다.~
  • 공교육정상화 2023/09/03 [10:25] 수정 | 삭제
  • 박정현선생님 인솔 차를 탔던 교사입니다. 그날 선생님께 반해버렸어요 *_* 선생님 세 아이의 엄마시라니..^^ 요즘 저의 눈물버튼이네요. 신목초 여선생님도 두 아이의 어머니시네요. 저도 소중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얼마나 바쁘실지..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실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선생님 복 받으실거예요. ❤️
  • 고마운분들 2023/09/03 [10:23] 수정 | 삭제
  • 경남이라뇨~~~아 진짜 아름다운 큰. 점이십니다! 물론 와주시는 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리고요.. 경기도민으로써 이렇게 버스마다 인솔하고 계신 분들이 계심을 귀로 들었을 때보다 글로 만나니 저도 같이 올라가는 기분이 드네요.. 그리고 이번 집회때 사용해주신 각 깃발 아이디어는 또 하나의 재밋거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달하나 2023/09/03 [10:09] 수정 | 삭제
  • 매번 집회에서 깃발을 보며 뭉클해지는 시골 출신 서울 초등교사입니다. 어제 집회에서 여러 지역 깃발을 보고 반가워하고 환호하면서도 함께 갔던 동료분들이 고향 깃발이라며 더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조금은 부러웠는데... (시댁이 있는 대전을 보고 뭉클 ㅎㅎ) 워낙 시골(문경)이라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올라온 깃발인증샷에서 고향 깃발을 발견하고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94공교육바로세움의 날 운영으로 힘들었던 마음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점이 되어주신 선생님들 모두 고맙고 또 고맙고 존경합니다. ♡♡♡ 우리 정치인들이 바라는 갈라치기에 놀아나지 말고 수많은 시간을 힘들게 고민한 서로의 생각과 결정에 존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해요! 아자!아자!
  • 44호 2023/09/03 [09:54] 수정 | 삭제
  • 선생님 어제 상행만 탔던 1인입니다. 저도 워킹맘이지만.. 정말 대단하세요.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다음엔 꼭 차장 지원할게요
  • 완참 2023/09/03 [09:04] 수정 | 삭제
  • 세상에나 이렇게 온몸바쳐 희생하시는 선생님도 있으시네요. 어떤 집회영상보다도 울컥 진한감동. 서울경기 교사분들 웬만하면 검은 한점 찍으러 동참해주십시다. 저도 60대지만 7차까지 완참! 착하고 빛나는 후배교사님들 죽음을 막으리! 라는 각오로.
  • 익명 2023/09/03 [08:59] 수정 | 삭제
  • 응상님 순수하게 모인 전국 교사들의 집회를 전교조의 역사로 끼워넣기 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말씀 하시면 집회의 본질이 퇴색됩니다.
  • 솔솔 2023/09/03 [08:39] 수정 | 삭제
  • 정말 인솔 선생님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 무명 2023/09/03 [08:24] 수정 | 삭제
  • 전국교사노조. 전교조. 교총. 아무곳에도 가입하지않은 다수. 속한곳과 상관없이 오로지 공교육정상화를 위해모인 점 들입니다. 전교조로 갈라치기하지마시길~~ 검은점이모여 검은 물결이되었습니다. 버스인솔선생님. 질서유지선생님.TF팀 선생님.발언해주신 선생님 모두 감사드려요.
  • 소리없이 2023/09/03 [08:23] 수정 | 삭제
  • 선생님들 응원합니다!!!! 이런 선생님들 덕분에 공교육의 희망은 아직 있습니다.
  • 키위 2023/09/03 [08:20] 수정 | 삭제
  • 눈물납니다 진짜... 함께해요!
  • 드림 2023/09/03 [08:16] 수정 | 삭제
  • 버스를 타고 올라오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집회버스를 탄 적이 없는데도 같은 버스에 몸을 싣은 듯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생님들 진짜 멋지십니다 ♡♡♡
  • 창원 47호 2023/09/03 [01:18] 수정 | 삭제
  • 선생님~ 빛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없이 빛을 내고 계셨던 선생님의 희생과 배려 덕분에 오늘 역사적인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빛날 수 있었어요. 너무 찐하게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채팅방에서 이름으로만 만나던 정현선생님 실물 확인! 예뻐요.^^♡)
  • 경남최고 2023/09/03 [00:03] 수정 | 삭제
  • 선생님 덕분에 경남에서 편하게 서울로 집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
  • 오늘은금요일 2023/09/03 [00:03] 수정 | 삭제
  • 선생님~~진짜 덕분에 너무나도 귀한, 값진 경험 마음속에 지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같이 구호를 외치니, 대문자 T인 저도 울컥. 그리고 이 더운 땡볕아래에서도 살갗에 소름이 계속 돋았습니다. 모두 건강히 집에 도착하셨기를 바랍니다
  • 진아 2023/09/02 [23:44] 수정 | 삭제
  • 사랑해 정현아
  • 2023/09/02 [23:28] 수정 | 삭제
  • 선생님 감사합니다 잊지않겠습니다 23년 뜨겁고도 외로운 여름
  • 햇빛세상 2023/09/02 [23:21] 수정 | 삭제
  •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쥐 넘나 죄송해서 빠질 수가 없네요 오늘도 부디 안전하게 잘 귀가하셨길요
  • 삐딱맘 2023/09/02 [23:07] 수정 | 삭제
  • 뭉클 뭉클 감동입니다. 세아이의 맘으로도 힘들고 벅찼을텐데 멀리서 61대의 버스 인솔까지~~ 그 헌신들이 모여모여 큰 힘이 되겠지요. 늘 응원합니다. 건강 잘 지키시구요. 점이 모이면 거대한 원이 됩니다. 홧팅요^♡^
  • 진주 2023/09/02 [22:08] 수정 | 삭제
  • 어디에도 기대지않고 순수하게 교사들이 만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 교권회복 2023/09/02 [22:06] 수정 | 삭제
  • 십분만 있어도 여러개가 뜨는 단체톡 알림! 저도 하나 남겼습니다 사실ㅠㅠ 정말 바쁘신 것 다 알면서 일을 하나 보태드려 죄송했어요. 덕분에 현장의 목소리, 울림, 감동 가득 안고 갑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 진주58 2023/09/02 [22:05] 수정 | 삭제
  •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씨날 2023/09/02 [22:02] 수정 | 삭제
  • 자랑스럽습니다. 큰일하셨어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구요.
  • 감사합니다 2023/09/02 [21:53] 수정 | 삭제
  •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같이 애써주시는 분들 덕분에 매주 이렇게 모일수 있었던 것 같아요.
  • Mz 2023/09/02 [21:46] 수정 | 삭제
  • 선생님 덕분에 편히 갈 수 있었어요. 노고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교사 2023/09/02 [21:45] 수정 | 삭제
  •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 경남43호 2023/09/02 [21:44] 수정 | 삭제
  • 박정현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라는 귀중한 경험ㅜㅜ♡ 감동! 감동! 부디 일요일은 푹 쉬세요!
  • 엘레강스 2023/09/02 [21:43] 수정 | 삭제
  • 정말 "와!" 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스러워요!
  • 창원 2023/09/02 [21:43] 수정 | 삭제
  • 수고많으십니다~~선생님 인솔차에 탑승했던. 한사람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교육역사의 현장에 하나의점으로 남을수있었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마음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넛 2023/09/02 [21:38] 수정 | 삭제
  • 이 마음들이 모아 모아 실질적인 교육의 변화를 만들수 있기를, 멈추지 않고 학교안에서 우리 서로에게 동지가 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꿈ㅂ니다
  • 콩콩이 2023/09/02 [21:38] 수정 | 삭제
  • 너무 멋집니다!! 오늘 참가한 1인으로써 뿌듯했습니다
  • 지금 2023/09/02 [21:36] 수정 | 삭제
  • 전교조 조합원도 참가하는 집회죠^^
  • 감동 2023/09/02 [21:29] 수정 | 삭제
  •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멋있어요
  • 조윤주 2023/09/02 [21:06] 수정 | 삭제
  • 이 박정현샘이 그 박정현샘인가요? 소중한 박정현샘♡이렇게나마 샘의 얼굴을 뵙네요 고맙습니다 정말♡거창-28호-조윤주
  • 김해김씨 2023/09/02 [20:55] 수정 | 삭제
  • 아이 셋을 키우면서 61대 버스 인솔 책임까지~~!!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몸무게도 꼭 회복하시길 바래요~^^고생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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