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14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30만 교원 참여한 대규모 집회 열려
"교사들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무너진다"
현경희 편집실장
기사입력: 2023/09/02 [20:12]
2일 14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30만 교원 참여한 대규모 집회 열려
"교사들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무너진다"
고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을 이틀 앞둔 주말에 열린 7차 집회는 그 이전 어느 집회보다 슬픔과 분노의 감정들이 흘러넘치는 집회였다. 지난 31일 서울과 전북에서 두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접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데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9월 2일 14시, 국회의사당 대로 앞은 종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검은 바다를 이루었다. 국회의사당에서 시작한 대오는 주변 도로 및 여의도공원까지 뻗혔다. 주최 측 추산 30여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로 한국 교육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쓰는 날이 되었다.
작년 연말 실시된 교원평가에서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음에도 교육청으로부터 도움은커녕 2차 피해를 입었던 세종의 고등학교 교사가 다음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교사는 세종교육감은 사과를 했으나 감사과는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그 2차 피해로 교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하자 집회장에는 탄식이 쏟아졌다. 발언 마무리에서 ”생존자로서 말한다. 추모하고 행동해야 한다. 9월 4일 하루 각자 복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부당하게 겁박할 수 없다. 입맛에 맞는 호소만 해서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라며 멈춤과 행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7년 차 경기도 교사는 ”교육부가 공문에서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운운했지만 교사들은 그 누구보다 법과 원칙을 열심히 지켜왔다“라며 ”법과 원칙 지키다 많은 선생님들이 죽었다. 함께 추모하는 것이 동료교사로서의 법과 원칙이다“라며 교육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공교육을 멈추게 한 것을 부끄러워하라“라고 교육부를 향해 외쳤다.
발언 외에도 집회 운영진의 정책팀이 8가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고, 현장교사로 구성된 정책 TF팀에서 300페이지에 달하는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학교 현장의 변화를 당국에 촉구했다.
집회 말미에는 2차 집회에서 발언자로 나섰던 서울교대 홍성두 교수가 다시 발언자로 나서 ”여러분은 검은 점을 넘어 검은 물결이 되었고, 검은 빛 바다가 되었다“ 등의 시적 언어로 표현된 연설 내용과 ”여러분은 가장 비정치적인 방법으로 가장 정치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등의 평가를 결연한 의지를 담아 말해 집회 참석자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문을 통해 ▲학교 의문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 처벌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 개정 ▲ 각종 민원과 문제 행동학생 대응책 마련과 책임 명시 ▲현장교사가 참여하는 교육정책 소통 시행 등을 요구했다.
이번 7차 전국교사집회는 이전 집회의 여러 기록을 깼다. 5천 명에서 시작한 집회가 30만 명이 참가하는 확장세를 보여주었고, 지방에서 전세버스 570대에 17546명의 교원들이 탑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집회버스는 익명의 개인들과 교감·교장단, 수석교사회, 전문직(장학사) 등이 마련한 기부금으로 운영되었다.
이틀 후인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저지하려는 교육당국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하다’는 교원들 간의 팽팽한 대결은 9월 4일은 물론, 그 이후에도 온전한 입법과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