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면 전국교사집회 운영팀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집회 운영팀은 오렌지색 조끼, 안전팀은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도록 하자는 집회 운영진들의 약속이 있어서다.
▲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사회자와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고 있는 안전팀원 교사 © 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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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교사집회는 노조나 교원단체에서 주관하기에 사회자는 노조 조끼를 입거나 정장을 입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3차까지 치러진 ‘전국교사일동’이 주최하는 집회는 운영 주체부터 의견 수렴, 재정 운영방식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집회 방식을 깨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집회는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첫 제안을 한 사람이 주최자 및 사회자가 되고 이에 따라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진다. 집회 진행팀, 재정팀, 안전팀, 질서유지팀, 홍보팀 등의 팀을 꾸리고 신청자를 받아 구성원을 채우면 인적 구성은 마무리된다.
1주일이라는 촉박한 시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이라는 비대면 공간에서 준비하는 행사이기에 논의 과정은 치열하다.
지난 집회에서 발언을 한 A교사는 “지난 1주일간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모든 일은 온라인 상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톡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졌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질문과 대답,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그 속에서 내용이 바뀌기도 하고, 막히기도 했습니다. 모든 대화를 따라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새롭게 활기가 생겼습니다.”라며 익명의 공간에서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발언자 모집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열띤 집단지성의 힘이 발현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패들렛, 노션과 같은 온라인 생산성 도구를 충분히 활용하는 점도 특이점이다. 패들렛을 통해 집회 관련 의견을 수렴․공유하고 있고, 집회 후에는 후기도 피드백 받고 있다. 이런 도구를 활용해 일부의 사람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으며 반영되고 있다. 집회를 마무리한 후에는 다음 운영진들을 위한 운영 팁들도 비대면으로 전달되고 있다.
자발적 참여로 모인 성금으로 집회가 운영된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재정팀이 이를 관리하고 모금과 결산 결과를 공개한다. 재정팀 담당자도 매번 집회마다 달라진다. 3차 집회는 24시간만에 총 1억 1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다. 이 성금 중 일부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수십 대의 전세버스비로도 쓰인다. 버스에 모인 참여자들은 당연히 서로를 모르지만 교사와 학교, 법과 제도의 문제까지 오가는 버스에서 의견이 오가고 다시 오픈채팅방에서 이런 내용들이 화두로 던져지며 다음 집회 내용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1500여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 오픈채팅방부터 소수가 모인 카톡방까지 교사들의 교육권 확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집단지성의 힘을 빌린,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집회문화가 탄생했고, 이렇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일 있을 4차 집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