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기] '평화 교류회'란 알리바이, '실천'이란 약속

문순창 · 경기 하안북중학교 | 기사입력 2023/08/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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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 '평화 교류회'란 알리바이, '실천'이란 약속
한일중 참가 교사들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
문순창 · 경기 하안북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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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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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참가 교사들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

▲ 8월11일, ‘제11회 한·중·일 평화교재실천교류회’에서 문순창 하안북중 교사가 ‘스즈메와 아이브가 죄책감 없이 만날 수 있는 역사교육’ 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오지연 기자

 

그리움이 될 팔월의 향기

“오월의 향기인 줄만 알았는데 / 넌 시월의 그리움이었어”.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100년 동안의 진심>의 가사를 떠올려요. 제11회 한중일 평화교재실천교류회(이하 평화 교류회, 2023.08.08.~08.09.)를 마치며 편지 한 통을 띄워봅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와주신 역사교육자 및 평화교육자분들께 지면을 빌어 이야기 건네고 싶었어요. 우리가 나눈 서로의 향기는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잠잠해져 3년 만에 열린 ‘대면 행사’여서만은 아니겠지요.

 

교육희망 전교조회관은 발산역 인근에 우뚝 솟아있습니다. 평화 교류회가 열린 그곳 말이에요. 저도 이번 기회에 처음 가보았던 그곳에 동아시아 3국의 교사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KTU) 및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20명(한국 측), 일본교직원조합(JTU) 소속 교사 16명(일본 측), 중국교육과학문회위생체육공회(ACFTU)의 교사와 당국 관계자 4명(중국 측) 등 40여명의 교육자들이 참가한 세미나였죠. 잘 정비된 전교조회관의 시설도 좋았지만 행사 내내 유려한 실력을 보여주신 동시통역사 분들의 노고도 빛났던 행사였습니다.

 

▲ 문순창 교사

동아시아, 현황과 수업 실천을 나누다

첫날 일정은 동아시아 3국의 교육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었죠. 한중일 3국의 역사교육 및 평화교육을 둘러싼 현황 보고를 나누고 각국의 수업 실천 사례 발표를 들으며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측은 박상필(서울 화곡고) 선생님이 ‘2022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 상황과 각종 쟁점 그리고 논란을 체계적으로 안내해 주셨죠. 저는 <스즈메와 아이브가 죄책감 없이 만날 수 있는 역사교육>이라는 주제로 수업 사례를 나누었습니다.

 

일본 측에서는 요시다 준이치(吉田淳一) 선생님이 일본 내 평화, 역사 인권 교육의 현황을 발표해 주셨어요. 한국에서도 평화교재로 널리 쓰이는 만화책 ‘맨발의 겐’이 열람 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답답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죠. 이런 가운데에서도 교육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으신 다마다 후미오(玉田文男), 다카하시 유카(高橋有香) 등 선생님들의 수업 이야기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대체로 경륜이 있는 연령대셨던 일본 측 선생님들은 유독 일본어 외에도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를 섞어 쓰려 노력하셨죠. 그 모습에서 상호 존중, 깊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요.

 

중국 측의 발표에선 패기와 생기가 돋보였죠. 진린(金琳, 북경대 부속중), 저우윈(周云, 북경사범대 제2부속중). 두 분의 선생님이 발표를 해주셨어요. 저와 교육 경력도 나이도 비슷해 내적 친밀감을 흠뻑 느끼며 들었던 두 분의 발표! 중일 전쟁 당시 항일 투쟁사를 중심으로 교과서 서술과 교육과정을 소개해주시고, 수업 실천 사례도 세세히 나누어주셨지요. 프로젝트 수업, 극화 수업, 모둠 수업 등 우리만큼이나 다채롭고 활발한 중국의 역사 수업 현장도 인상 깊게 전해들었어요. 각 나라에 발표 뒤에 이어진 자유 토론과 질의 응답을 통해 각국의 상황과 입장은 물론 교육적 고민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고요.

 

▲ 카지와라 다카시 일교조 부위원장

변화? 게임의 성패 아닌 ‘나무 한 그루’의 문제

전 아쉽게도 둘째 날 행사엔 참가하진 못했어요. 폐회식, DMZ 답사, 환송 만찬 일정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신 박래훈(전남 순천별량중) 선생님께서 주신 카톡의 알림음이 떴어요. 현장에서 나온 감동 어린 장면을 전해주셨지요. “어제 발표에서 한국 측 선생님들께서 발표를 통해 강조하신 6가지 교육 방향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앞으로 일본에 가서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JTU(일교조)의 부위원장이신 카지와라 다카시 선생님이 하셨던 발언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상황을 살펴볼 때 평화는 실현 가능할 것일까요? 막연하고 막막하기 그지없어요. 이럴 땐 평화나 공존이라는 말은 ‘그저 정태적인 당위’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회의감 뒤에는 꼭 원망이 따라 붙지요. 아이들 앞에서 평화교육을 말하기엔 오늘의 현실이 너무도 막막하니까요. 생각을 고쳐먹기로 합니다. 역사를 아이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으면서 왜 전 몰랐을까요. 변화라는 것이 ‘게임의 성패’ 같은 것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와 같다는 것을요.

 

나무는 그 자체로 ‘공간’이자 ‘시간’입니다. 묵묵히 지켜선 ‘자리’, 비바람을 인내한 ‘세월’을 생각해보면 그렇죠. 동아시아 평화라는 변화는 우리가 성취해내고 얻어내야 할 무엇이기 전에 우리들이란 존재의 흔적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지와라 선생님의 화답을 통해 확신하게 됐습니다. 각자의 입장과 고민을 나눈 이번 행사는 그 자체로 동아시아 평화의 알리바이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조급한 마음으로 개탄하기엔 너무 시간이 아깝습니다. 우리에겐 아이들과 함께할 교실, 수업 시간이 있으니까요. 일주일을 앞둔 개학을 아쉬워하기보다 연대의 증거를 내면화하며 기뻐할 수 있었던 그런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죠. JTU, ACFTU 선생님들! 안녕히,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카지와라 선생님이 곱씹어 주신 6가지 화두를 나누며 우정의 편지를 갈음할게요.

 

하나. 반일에서 탈식민으로:식민지 근대를 입체적으로 살피자.

둘, 고난의 늪이 아닌 인권과 존엄의 역사를 다루자.  

셋, 현실의 실천적 맥락과 문제 해결력을 강조하는 수업을 하자.

넷,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피해자를 살피기 위해 거대서사보단 생애사를 다루자.

다섯, 국적을 초월한 연대의 기억을 발굴하자.

여섯, 한중일이란 국가 단위가 아닌 ‘다각화된 주어’로 역사를 바라보자.

 

▲ ‘제11회 한·중·일 평화교재실천교류회’가 지난 8월 8일부터 9일까지 교육희망 전교조회관에서 열렸다.     ©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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