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3년 상반기 <교육희망>에 오피니언, 만화 코너를 맡아주셨던 필진들의 인사말을 담습니다. 전교조와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현상을 냉철하게, 때론 큰 시선으로 글과 그림에 담아 주셨던 필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피니언] 이성우
“정치투쟁을 지향하는 전교조와 달리 교사노조는 실사구시의 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젊은 교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올 초에 김용서 교사노조위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뱉은 이 한마디가 내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여 그간의 글들을 쭉 써올 수 있었다. 기실 태생부터 지금까지 전교조가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조직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교장의 왕국’이었던 학교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데는 전교조의 공이 클진대, 이는 전교조가 비실용적인 행보를 꿋꿋이 걸어온 결과이다. 전교조는 보험회사가 아니다. 오직 교권만을 지켜주는 교사단체가 아니라 학교를 교사와 학생이 신명나게 가르치고 배우는 희망의 교육공동체로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교육운동 조직이다. 세상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은 실용적인 사람보다 우직한 사람의 따뜻한 실천에 말미암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후배들이여, 참교육 한길로 우직하게 걸어온 전교조 교사임에 자부심을 가집시다!
[오피니언] 박새별
우리를 굳건하고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전교조의 힘은 우리가 사유하는 조직이라는 것, 사유를 말과 글로 공유한다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희망>은 시대 속에서 전교조를 서술하고 있는 역사서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희망>에서 칼럼을 써보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 정말 두려웠습니다. 전교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글쓰기가 있을까요? 경험도, 생각도, 깊이도 얕은 제가 칼럼을 쓴다니 정말 칼럼을 쓸 때마다 고민을 거듭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교사의 사유는 일상적 고민에서 시작된다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교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들, 교사 커뮤니티의 댓글창을 달구며 분열을 일으키는 민감한 주제들에서 시작하여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넓은 주제로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시대는 변해도 전교조의 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교조를 담아내는 다양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앞으로도 <교육희망>을 채워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마음 편히 독자로 돌아가서 <교육희망>과 함께하겠습니다.
[오피니언] 김동혁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일상 다반사'입니다. 차 다(茶), 밥 반(飯), 일 사(事). 직역하면 '일상에서 차 또는 밥을 먹는 일'로서 대개 사람들이 평범하고 흔한 일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다반사는 본래 불가의 용어로서 불가에서 깨달음의 길은 따로 특별한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 또는 밥을 먹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강조하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평범한 일상에 깨달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 <교육희망>에 소중한 지면을 허락받으면서 저는 글을 쓸 때마다 다반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동료, 학생, 지역주민.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평범한 사물, 사건, 사람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소중하고 깊게 경청하고 성찰하다보면 가르침을 많이 얻게 됩니다. 상반기 글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동료 시민이란 스승님들의 가르침들 중 제 능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다반사같은 글들입니다. 상반기를 정리하며 도움주신 일상의 스승님들께 감사의 마음 보냅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깨달음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생태 시선] 임성무
교단일기를 쓰고, 지역 신문에도 칼럼을 쓰고, 방송 패널도 나가지만, <교육희망>에 글을 쓰는 일이 가장 부담되고 떨린다. 내 글이 교사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싶어 책 한 권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가장 좋은 공부이고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철학을 갖고 있어서인데, 그것보다 아이들이 ‘선생님은 왜 글 안 써요?’라는 말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나를 강타한 다음부터 나는 온통 기후정의, 생태전환에 대한 글을 쓴다. 그렇게 글을 쓰다가 어느 날 <교육희망>이 난생 써보지 않은, 사진에 짧은 산문을 덧붙인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했다. 말 많은 내가 짧게, 그것도 사진을 곁들여 쓰라니! 하지만 <교육희망>에 글을 쓰는 영광이 언제 또 오겠나 싶어서 제안을 발아들였다. 덕분에 나는 자연과 아이들을 세밀하게 만나고 있다. 글을 보내고 나면 기분이 좋다. 내 글로 기후정의와 생태전환을 실천하는 한 명의 교사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화] 요니스쿨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교육현장을 그려볼 기회가 주어져 즐거웠습니다. 사실 작년 첫 연재 시작 전에 갑작스럽게 건강의 적신호가 켜져 학교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요니스쿨’에 그려진 이야기에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제 그리움과 미련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 학교에서 했던 교육 내용,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교사들의 어려움, 아이들과의 즐거웠던 경험 등. 그런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제게 힘겨운 치료과정을 버텨낼 수 있게 해준 것 같아 매우 뜻깊었습니다. 이번 9월부터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해서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전교조와 <교육희망>의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현장에 대한 제 아쉬움, 애틋함을 함께 공감해주셨던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만화] 하루
때로는 모든 교사들에 대한 이슈로, 때로는 유치원교사로서의 답답함을 표현한 지난 반 년간의 만화에 공감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도 <교육희망>을 통해 다른 선생님들의 웹툰이나 기사를 읽고 다른 자리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같은 교사로서 공감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선생님들이 <교육희망>에 올리시는 글이나 그림, 기사 등을 읽으며 저도 제 자리에서 선생님들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