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 학급, 진단과 해법을 찾아서 1 (진단 편)

홍순희 주재기자 | 기사입력 2023/07/13 [10:28]
참교육on
상담풀다
[기획] 위기 학급, 진단과 해법을 찾아서 1 (진단 편)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아동학대범으로 몰리는 교사들
코로나 이후, 더 심한 경쟁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들…통합교육 시스템 마련해야
홍순희 주재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3/07/13 [10:2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아동학대범으로 몰리는 교사들
코로나 이후, 더 심한 경쟁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들…통합교육 시스템 마련해야

[편집자주] 학생들이 변했다. 보호자도 변했다. 교사들은 코로나 이후 더 교육하기가 힘들어지고, 학급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회와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에서 그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고자 지난 6월 28일, 집담회를 열었다. 교육희망은 ‘위기 학급’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초등학교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1화 :  [진단] 왜 위기학급인가…정서적 어려움 겪는 학생들, 아동학대범 될까 두려운 교사들

     2화 : [해법] 코로나 이후, 더 심한 경쟁교육으로 내몰리는 학생들…통합교육 시스템 마련해야

 

▲ 지난 6월 28일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회와 초등교육과정 연구모임이 '위기학급, 진단과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집담회를 열었다.   © 전교조 서울지부

 

왜 위기학급인가

"코로나 이후, 학급에서 뭔가 달라진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의 말이다. 교실에는 점점 수업이나 생활교육의 범주를 넘어선 의료나 상담 등의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거기에 학생들 간의 갈등 상황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보호자와의 협력이 중요한데, 보호자와의 상담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더 큰 어려움에 처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이런 경우 학교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그 도움은 미약하다. 이 과정에서 소진하거나 명예퇴직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생도, 교사도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학급을 떠올리며 붙인 이름이 ‘위기학급’이다.

 

교실이 위태롭다

지난 5월, 어린이 해방선언 100주년을 맞아 전교조 서울지부가 진행한 ‘코로나 이후 학생 실태조사’에서 4학년은 7.4%, 5학년은 11%, 6학년은 15.7%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답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롭고 고립되어가는 학생들이 늘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불안, 우울에 빠져 있거나 수시로 공격성과 화를 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우울증이 최근 3년간 66%가 늘었다는 통계에서도 학급붕괴 위기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지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정작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주기보다 학력향상에 집중된 지원만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집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 이후 소수의 학생들이 크게 사고치는 모습은 많이 줄었다. 그런데 고립화나 자해, 우울, 자학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친구들 간의 사소한 싸움이 나도 서로 해결하지 못해 보호자가 개입하게 되고, 그러면서 일은 더 커지는 상황을 많이 봤다.”

 

한 교사가 전하는 학교 상황이다. 갈등상황에 처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의식과 분노가 높아졌고, 해결과정에서 학교에 화풀이를 하면서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한 교사는 교실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담임교사와 친구들 간의 관계맺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특별한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지도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생 사이에 대치 상황이 오기도 하는데 교사들은 이런 상황을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학생들의 어려움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두려움은 실제 겪지 않아도 되는 집단적인 우울증이 되어 교직사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력 문제보다 학생들의 사회, 정서적 발달지체 문제가 심각한 데도 서울시의회는 5월 15일 서울시의장 직권으로 일제고사 부활과 성적 공개를 골자로 한 ‘서울학생기초학력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학교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기면서 교육현장과 학생들을 위기로 더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집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입을 모아 ‘정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은 보호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교사가 학생들을 치료기관에 의뢰를 하거나 상담을 요청할 때 보호자의 동의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용기내서 보호자에게 학생에게 필요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고 요청하면 담임교사를 문제교사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2022년 한국교육개발원 기본연구로 수행된 「학생의 심리정서 현황 분석 및 교육안전망 구축 방안」(안해정 외, 2022)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지원에 가장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호자의 비협조를 1위로 꼽았다.

 

학생 특수성 미반영된 학급당 학생 수, 현장은 멍투성이

“2년 동안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위기가 아니었던 때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의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사의 역할보다 보호자의 역할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하는 학생이 학급 전체의 1/3이나 돼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 기초생활습관지도, 방과후 시간관리까지 해주어야 학급에서 하는 교육을 그마나 꾸려갈 수 있어요. 올해 학급당 학생 수는 24명, 이중 특수교육 대상자 2명, ADHD 진단을 받은 학생 2명, 교사의 판단으로 검사 받아야 되는 학생 2명, 그 다음에 경계성 지능으로 보이는 학생 2명이 있어요. 가정에서 돌봄이 아예 안되는 학생들도 있어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5명입니다. 사회성이 경계로 나오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특수교육대상자인 2명 학생만 지원을 받고 다른 학생들은 특별한 지원없이 교사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위기 학급'을 양산하게 만든다. 학년이나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행정적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 ☞ 이어 '해법 편' 보기)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나는 가끔 슈퍼맨을 꿈꾼다
메인사진
[만화] 모범생이 모범생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