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락] 달려라, 소년이여! 달려보이 '현희문'

장익섭· 인천 동산고 | 기사입력 2023/06/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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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락] 달려라, 소년이여! 달려보이 '현희문'
“나는 좀 더 자유롭게 달리고 싶다”
그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야생의 얼룩말처럼
장익섭· 인천 동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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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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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더 자유롭게 달리고 싶다”
그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야생의 얼룩말처럼

[편집자주] 인천 동산고에서 한문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하신 현희문 선생님의 퇴직 후 삶을, 같은 학교 후배 교사인 장익섭 선생님께서 글로 담아 주셨습니다.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의 자유로움을 본 일이 있는가? 우리에 갇혀 어슬렁거리는 얼룩말이 아니라 드넓은 초원을 검은 눈동자 속에 담고 자신의 몸에 일필휘지, 먹빛 문양을 입히고 달리는 야생의 얼룩말.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막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 순진무구한 눈빛만큼이나 검은 현(玄)이라는 가문의 성과 그 존재에 대한 빛나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의미였을까? 이름은 희문(熙文)이었다.

 

▲ 현희문 선생님의 서예작품    

 어려서 한문을 전공하였고 그 생김만큼이나 잘생긴 글자를 추구하여 서예가를 꿈꾸었다 한다. 마침내 <대한민국서예대전>에 이름을 남길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낼 때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인천의 한 사립학교에 몸을 담았다.

 

그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 사립고등학교의 무거운 분위기의 내게는 첫 교무회의 시간이었다. 반갑다고 처음 내미는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묵직함은 다른 사람들과의 첫인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기억된다.

 

교원평가에 반대하고 성과급제를 비판하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던 관리자들을 향해 조합원으로서 날리는 묵직한 한 방에도 항상 위트는 녹아있었다.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내용은 어렵고 심각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자유롭고 즐겁게 이끌었다. 수업시간도, 동료들과의 협의 시간도. 어쩌면 자신의 삶도.

 

그리고 또 그를 만난 곳은 공원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마라톤 동호회를 결성하여 스스로 ‘달려보이’라는 별칭을 달고 달렸다. 그는 학교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늘 한결같이 동료들이 추구해야 할 결승점을 안내했다.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함께 그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와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친구이든, 후배이든, 학생이든 어떤 이들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후배교사들에게는 교직생활의 페이스메이커였다. 불합리한 사회환경 속에서도 교사가 교실을 지킬 수 있도록 지치지 않게 독려하고 응원했다. 그래서 제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교사들까지도 그를 애정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아직 달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퇴를 하며 왜 명예퇴직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나는 좀 더 자유롭게 달리고 싶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정말 은퇴 후에 더 열심히 달렸다. 너무 느리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게 달렸다. 행복해 보였다. 사실 그는 달릴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저 초원을 달리는 야생의 얼룩말처럼.

 

그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드넓은 초원으로.

마치 자유롭게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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