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총 소속 기자의 전교조 짝사랑

오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3/05/3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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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총 소속 기자의 전교조 짝사랑
제32회 참교육상을 수상한 김병옥 기자
기자정신으로 전교조 해직이 국가폭력임을 이끌어 낸 산 증인
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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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3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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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참교육상을 수상한 김병옥 기자
기자정신으로 전교조 해직이 국가폭력임을 이끌어 낸 산 증인

▲ <교육희망>은 지난 25일, 전교조회관 6층에서 참교육상을 수상한 김병옥 기자를 만나 전교조와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김상정 기자 

 

지난해 12월 8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89년 전교조 해직 사건은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고, 따라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며, 신청인들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배·보상을 포함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진실화해위에 결정적 진술을 한 김병옥 기자. 그는 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한국교총의 기관지인 ‘한국교육신문’ 기자로 교육부를 출입했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문교부 내에 설치된 비합법적 사찰기구인 ‘교원전담실’, ‘정신교육담당관실’ 운영과 전교조 교사 1500여 명 해직에 정권 최상층의 개입을 확인할 수 있는 문교부와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을 진실화해위에 상세하게 진술해 진실규명에 기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1989년 국정감사에서 문교부와 관계기관이 전교조 탄압을 위해 저지른 위법행위 등의 정보를 제보해 국가폭력의 진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적으로 지난 20일 전국교사대회에서 제32회 참교육상을 수상했다. <교육희망>은 지난 25일, 전교조회관 6층에서 김병옥 기자를 만나 제보에 이르기까지 과정 등 전교조와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유신정권에서 탄압받았던 ‘기자정신’이 전교조 탄압 제보로 이어지다


 

1972년, 새교육 기자 시절. 유신정권 문교부는 유신교육 전파가 뜻대로 되지 않자 교육행정직 3년이상 경력자를 장학사로 임명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그는 ‘수렁에 빠진 민문교(당시 민관식 문교부 장관을 칭함)’라는 폭로 기사를 썼고 신문이 발행되기도 전에 광화문우체국 지하실로 끌려갔다.

 

“얼굴이나 몸은 멍이 보이기 때문에 지능적으로 머리통만 때렸어요. 서너 번 졸도했는데 얼음물을 먹이고 또 때리고. 언론계에 종사하지 않고 기자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받았지요”. 그 후, 편집국 취재부장에서 업무국 발송부장으로 근무하다 6개월만에 복귀했다.

 

“언론을 탄압한 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양심있는 기자가 많이 양성되었다 생각해요. 탄압을 받을 정도의 언론인들은 지성인이고 그에 굴복하지 않고 더 강한 사람이 되지요. 탄압에서 씨앗이 길러지고 거기서 희망이 생기지요. 그때 제가 배운 겁니다”

그는 89년, 문교부 국정감사가 있기 전날 이철의원을 찾아갔다. 이철 의원은 교육위 의원 중 감옥에 갔다 온 야당 투사였기에 ‘고위층의 전교조 탄압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신뢰는 적중했다.

 


교총 소속 기자의 전교조 짝사랑


그는 1987년, 전교조의 전신 ‘민주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 창립이 무척 반가웠다고 했다. 

“한국교총은 교장, 교감 관리자 중심이니 싫어서 가입하지 않은 교원들이 많은데 교원단체총연합회라고 한 것은 사칭한 것이에요. 윤영규 선생(전교협 회장, 전교조 초대위원장)이 ‘썩은 교육계에 소금이 되겠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지요. 한국교육에서 지금까지 부패·비리·부정을 이만큼이라도 막아주고 정화를 시켜준 것이 전교조 활동이에요. 윤 선생에게 '전교조는 보이지 않게 성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전교조는 탄압을 받아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 전교조는 내 짝사랑'이라고 했지요”

 

89년, 다른 시위보다 전교조 시위를 지독하게 진압했기에 시위 때마다 전투경찰에 대응하는 방법을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면서 “윤영규 위원장도 그렇지만 전교조 활동하다가 돌아가시거나 지병으로 아프다는 사람 보면 참 안타까워요. 다 시위 현장에서 얻는 지병들이에요” 그 마음을 이어 이번 참교육상 수상금 50만원을 양회동 열사의 쌍둥이 자녀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자녀가 전교조 교사가 되길 소망 ... 소원을 이루다.


▲ 5월20일, 김병옥 기자는 참교육상 수상을 위해 전국교사대회에 아들인 김태호 구리 갈매고 교사와 함께했다.  © 현경희 편집실장


전교조에 대한 깊은 애정은 자녀 중 한 명이 전교조 교사가 되는 것을 소망했다.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교사가 된 아들에게 전교조 가입을 권유한 적이 없지만 전교조 행사 때마다 늦은 귀가를 하고 형사들에게 전교조 선생을 숨겨줬다고 의심받아 감시당하는 모습을 뒤에서 본 아들이었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 전교조 선생, 아버지 같은 기자들만 감시를 받고 산다. 이 시대에 감시받은 사람은 양심세력이다. 사람은 죽어도 양심을 버리지 못한다. 양심은 스스로 부끄럽도록 가책을 주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양심이다.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양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교사와 학생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교육이다.”

 

아들은 ‘혼자 올바른 소리를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 함께 의논하고 대응할 수 있는 둥지가 필요하다’라며 전교조에 가입했다. 그는 아들에게 교직에 있는 동안 절대로 교실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부탁했다.

 

“제자 옆에 있는 게 교사고 스승이다. 나는 분필 쥔 스승을 존중한다. 전교조 선생들은 파면·해임되어 학교를 떠날 때 교문 밖에까지 울면서 따르는 제자가 있었다. 분필 쥔 스승으로 교직을 마치겠다고 하면 전교조 선생으로 대접하겠다.”

 


54년 교육부 출입 기자가 보는 교육부 존립 가치는?


그는 1966년부터 2020년까지 54년 동안 교육부를 출입한 기자이기도 하다. ‘교육부 해체’를 말할 만큼 불신이 큰 교육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교육부의 존립 가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실 안에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가?’로 평가할 수 있어요. 교육청, 교장도 마찬가지죠. 교사, 학생, 학부모를 모르는 정책이나 행정, 즉 교육의 주체 위에 군림하면서 지배 세력으로 존속하려고 하는 것은 반역 행위에요.”

 

교육행정가들이 궁극의 목표가 교실 안에 있지 않고 교실 밖에 있다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이주호 장관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요. 저 사람이 교육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데 또 와 있느냐? 한번 과오를 저지르면 됐지, 다시 자리를 주는 정권이나 정책은 경계하고 배척해야 해요.”

 


만85세 백발 기자의 참교육상 수상소감 ... "말년에 후회없이 살게 된 은혜가 크다"


▲ 김병옥 기자는 지난 20일 전국교사대회에서 제32회 참교육상을 수상했다.  © 최승훈 객원기자

전교조 원상회복추진위원회가 참교육상 수상자로 김병옥 기자를 추천했다. 그는 ‘늘 격려해 주시고 마음을 가다듬도록 가르쳐주셔서 말년에 후회없이 살게 된 은혜가 크옵니다’는 편지를 전교조에 보내왔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서 문교부가 교원전담실이라는 별실을 만들고 시도교육청 장학사 12명이 파견 근무했었죠. 그들을 볼 때마다 ‘정년을 맞고 죽음을 앞둔 시기에 마음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은 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말했죠. 그러면 다들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를 들어요. 유능하고 선량한 사람을 임명해 놓고 전교조 탄압에나 써먹는 것이 정말 아까웠어요.”

 

“자기 양심을 저버리지 않으면, 부끄러움이 없으면 건강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역사적으로 독재정권도 있었고 여러 순환을 겪었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위정자들의 시국관만 바로 잡아주면 돼요.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은 교사밖에 없어요. 교사는 자신의 양심대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 마음속에 교사상을 심어주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누구도 이런 권리를 갖고 있지 않지요.”

 

만85세 백발 기자는 인터뷰 내내 힘있는 목소리로 거침없이 삶과 교육에 대한 소신을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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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신사 2023/10/30 [16:16] 수정 | 삭제
  • 궂은 일 마다 않고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교조의 자부심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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