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지붕 세 조합원

서영원 · 인천 가원초 | 기사입력 2023/05/17 [11:08]
교사공감+
인터뷰
[인터뷰] 한 지붕 세 조합원
아버지, 어머니, 딸이 함께 전교조 조합원
"부모님의 친구들인 조합원 선생님들을 보며 조합원 꿈을 키워..."
서영원 · 인천 가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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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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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딸이 함께 전교조 조합원
"부모님의 친구들인 조합원 선생님들을 보며 조합원 꿈을 키워..."

한 집안의 엄마, 아빠, 딸 3명이 모두 직업이 '초등교사'이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 근무를 하고, 세 명 모두 전교조 조합원이다. 세 사람이 저녁 시간에 학급 아이에 대한 상담을 함께 하고, 교사대회도 같이 간다고 한다. 이 가족은 도대체 어떻게 완성이 된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인천지부 초등서부지회 서한수, 서연경 부녀를 만나봤다. 

 

▲ 서한수, 서연경, 김유미 선생님  © 서연경 교사 제공

 

Q: 안녕하세요? 두 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본인 소개보다는 아빠가 딸을, 딸이 아빠를 서로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서한수(아빠): 우리 딸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점이 대견스러운 사람입니다. 외향적이고 본인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걸 적극적으로 잘 찾아서 하고, 그걸 본업인 교육과 잘 연결시키는 것 같습니다. 저를 닮아 술도 잘 마시고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건 교직생활이나 보통의 인간관계에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학급운영 면에서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거듭 살펴보고 본인의 대처법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장점을 두루 갖춘 교사가 저희 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연경(딸): 아빠를 소개하려니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네요. 가족의 미래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셔서 교대를 졸업하신 아빠입니다. 그 과정들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살아온 과정을 봐도 그렇고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풀어나가시는 부분을 봐도 아버지는 지혜로우신 분이십니다. 인싸력이 만랩이면서도, 매우 가정적이며 좋은 아빠이십니다. 물론 엄마에겐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있으실 수 있겠지만, 저에겐 분명 좋은 아빠이십니다.

 

Q: 아버지나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합원 활동을 하고 계셨지만 서연경 선생님은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젊은 선생님들의 조합원 가입률이 낮을 때인데, 발령 4년차 신규 교사로서 가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연경: 자라면서 조합원 샘들의 교육관이나 학생을 대하는 자세, 교육자로서의 방향성 등이 자연스레 저에게 스며들었기에 교사가 되면 전교조 조합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교사가 된 후에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 교사가 된 후, 시간을 좀 가지고 생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교직에 들어가자마자 가입하면 당연히 부모님 때문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결정하고 싶진 않은 마음도 컸었구요.

 

그런데 발령받고 몇 개월 후, 매우 바쁜 시기에 아빠에게서 뜬금없이 아이스톡(인천시교육청 메신저)으로 조합원 가입서가 날아왔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이 바쁠 때인지라 잠깐 고민했지만 어차피 가입할 것 같은데 지금 답을 안 보내면 까먹고 점점 미뤄지기만 할 것 같아서 얼른 작성해서 보낸 게 가입으로 이어졌습니다.

 

몇 개월 근무하면서 보니 교사가 아닐 때 느꼈던 전교조에 대한 느낌이 교사가 되어 바라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거부감없이 아빠의 메시지에 바로 답을 보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서연경 선생님의 마음가짐이면 기다리셨어도 가입하셨을 것 같은데 서한수 선생님께서 먼저 메신저로 가입신청서를 보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한수: 발령받고 나면 초기에 얼마나 바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일에 파묻혀 있을 때는 주변의 누군가가 알을 깨주지 않으면 가입할 마음과 상관없이 시기를 놓치고 가입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많잖아요. 그때도 딸이 너무 바쁘게 일에 묻혀 있길래 하나의 계기를 주고 싶어서 메신저로 무심한 듯 신청서를 보냈던 것 같네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집안에 조합원이 아닌 교사는 볼 수 없다!? 라는 마음도 조금은^^

 

서연경: 가입서를 내면서 아빠에게 이야기를 잠깐은 했었어요. “엄마와 아빠의 조합활동을 응원은 하되 나 스스로 교직관도 정확하게 세우고 주체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해서 들어가고 싶어.” 그랬더니 아빠가 “조합에 가입하는 게 가장 큰 응원이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강요가 아닌, ‘정말 내가 조합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구나.’라는 아빠의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을 더 굳혔던 것도 같습니다.

 

Q: 서연경 선생님께서 자라면서 조합원 선생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는데 그건 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들의 영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서연경: 학생이었을 때 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 분명 좋았던 선생님들도 계셨고 그런 영향도 있었지만, 저는 좀 특수한 경우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의 친구들인 조합원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사의 꿈을 키웠는데, 그때 그분들의 헌신적인 자세가 매우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린이날 행사, 풀벌레교실(전교조 인천지부 여름캠프), 들꽃 기행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매우 컸습니다. 모든 준비부터 운영까지 힘든 일이었을 텐데도 참여한 학생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들이 느껴졌었거든요.

 

▲ 서연경 교사가 2012년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주최한 '풀벌레교실'에 참가했을 때 모습  © 서연경 교사 제공


교사로서 제게는 학생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행복을 위해 준비하고 실천하는 교사. 그걸 우선순위로 삼을 수 있는 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된 주된 이유가 조합원 선생님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으로서 제가 선생님 때문에 행복했던 기억의 대부분이 조합원선생님들로 인해 채워졌기 때문이죠. 내가 교사가 되었을 때 그렇게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서한수: 교사로서의 딸은 부모인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저희 부부 주변의 많은 조합원 선생님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의 말투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진심에서 느끼는 것도 많았고, 여러 행사의 준비과정이나 진행과정을 직접 보고 참여하면서 자란 딸이기 때문에 지금의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 같거든요.

 

Q: 어렸을 때부터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군요. 아빠로서 본인이 가입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옛날과 다르게 현재는 조합원 수도 적어졌고, 전교조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각들도 많아진 상황 속에서 걱정되는 점은 없습니까?

 

서한수: 우리는 계속 해오던 일이고, 조합원으로서 계속 교직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예전과 다른 인식이 많아진 것도 현실이고, 전교조라는 조직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아지고, 여러 이유들로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결국은 교사생활 전체에서는 전교조가 딸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딸도 가입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Q: 서연경선생님은 어떠세요? 아빠가 너무 과한 믿음을 줘서 부담스럽다거나, 젊은 조합원이 많이 부족한 현재의 상황들 때문에 생각보다 더 힘든 점들 같은 것은 없나요?

 

서연경: 아빠가 이렇게까지 저를 믿고 계실지는 몰랐습니다. 아빠는 늘 좋은 아빠였기 때문에 저를 믿어주신다는 생각은 했지만, 오늘처럼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니 믿어주시는 그 마음이 더 감사합니다.

 

▲ 전국교사대회에 함께 참여해 찍은 가족 사진  © 서연경 교사 제공

학교에서도 그렇고, 지회모임 등에서도 그렇고 제 또래의 선생님들이 많지 않은 것 같긴 합니다. 2030모임 등에 가서 또래의 가입하신 선생님들을 보면 크게 3가지 정도의 이유 때문에 가입하시는 것 같습니다. 동학년이나 친한 선생님들의 권유, 학생 때 만난 조합원 선생님에 대한 감동,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조합원 선생님의 수업이나 교내 민주화에 열정적인 모습에 이끌려서라고 보는데요.

 

그중에 가장 큰 건 동학년 또는 친한 선생님들의 권유인데, 요즘은 권유하는 말씀하시길 어려워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대 차이 때문인지, 시대의 변화로 권유가 어려워진 건지, 또는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제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들도 가입이 낮아지는 한 요인일 것 같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쌓여서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들어진 것들이 있다고 봅니다.

 

권유를 할 분들은 권유를 어려워하고, 가입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분들은 거리감을 느끼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하긴 하지만, 이는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믿는 편입니다.

 

학교에서 열심히 지내는 이유 중 하나가 미약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훌륭한 구성원이 된다면 그런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조합원들이 주변에 많이 계십니다. 그런 생각들이 문제 해결의 작은 출발점이지 않을까요?

 

Q: 두 분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이 매우 두터워 보입니다. 두 분이 서로를 소개하면서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두 분이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으로 딸이 이런 조합원, 이런 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점과 아빠의 남은 교사 생활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한수: 딸이 저나 엄마보다 훨씬 훌륭한 점 중에 하나가 전교조 연수도 알아서 찾아듣고, 2030 모임도 스스로 들어가서 활동한다는 적극성입니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배워나가고, 해야할 일들에 참여해가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생각과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것도, 걱정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 서연경 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인천 2030 모임  © 서연경 교사 제공

앞으로는 세상의 변화가 많고, 교직생활 환경도 많이 바뀔 거라서 주변 변화에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잘 지켜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보는데, 딸은 그걸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조합원으로서 다른 조합원들과 잘 뭉치고, 그 과정에서 배우며 힘도 받길 바랍니다. 그렇게 서로 어울리고, 의지가 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하고 있는 인천 2030모임이 딸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서연경: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도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교육환경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앞서 싸우셨던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그렇게 앞장서 주신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어서 저희 같은 후배들이 현재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변화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에 대해 존중받고, 감사함을 인정받는 선배교사로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남은 교직생활을 마무리해 가시는 걸 옆에서 바라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빠와 딸로서 신뢰하고, 선배교사와 후배교사로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보여서 같은 조합원이란 것이 자랑스러웠다.

“어린 시절, 조합원 선생님들로 인해 너무 행복했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가지고 교사로서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현재가 너무 행복해요!”라는 서연경 선생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합원 선생님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만들어줬고, 앞으로도 만들어 줄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스스로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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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주 2023/05/26 [17:57]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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