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몰아치는 AI '디지털 교과서', 학교 현장의 우려

박범진· 허익현 교사 | 기사입력 2023/04/05 [10:03]
정책이슈
[특집] 몰아치는 AI '디지털 교과서', 학교 현장의 우려
에듀테크 기업 이익 위해 교육현장 희생사태 초래
현장 교사들의 신뢰 얻는 것이 우선
박범진· 허익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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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4/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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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기업 이익 위해 교육현장 희생사태 초래
현장 교사들의 신뢰 얻는 것이 우선

 

편집자주 : '교육희망’은 정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정책을 비판하고 초등교사, 중등교사, 학부모 글을 통해 현장에서 우려되는 문제점과 대안적 방향을 다뤄보았다.

 

☞1화 : 학교, 디지털 사교육 시장의 먹잇감이 되다 • 김상정 기자

☞2화 :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 비판 • 전교조서울지부 디지털문해교육팀

☞3화 : 교육부의 교육 현장 디지털화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 햇살 초등교사

4화 : 몰아치는 AI '디지털 교과서', 학교 현장의 우려 • 박범진· 허익현 교사

☞5화 : 사람다움을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 먼저! • 안현주 · 학부모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23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을 제출하며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것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디지털 교육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공감이 형성되지 않아 정부의 디지털 교육혁신방안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현 정부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학생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개별 학생의 역량과 관심사에 맞춘 학습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정부는 80년대부터 맞춤형 교육을 지향해왔으나, 기술의 한계로 인해 맞춤형 교육은 수준별 수업으로 왜곡되어 왔다. 정부는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개별 데이터에 맞는 학습자료의 제시가 가능해졌으며, 이것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학습동기를 보이지 않는 학생에게는 디지털 기술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과제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이유다. 교육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업무가 증가하는 것을 경험한 현장 교사들은 디지털 교육이 오히려 ‘학습된 무기력’을 보이는 학생을 위해 꼭 필요한 '교사들의 충분한 관심과 학생과의 상담 시간'을 축소시킬까 우려한다.

 

또한 학습동기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이 기존의 교육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신뢰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식 습득의 중요성을 상대화하거나 교육 내용과 방식을 섣불리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인지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인지능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상황이 학교로 하여금 온라인 디지털 전환 교육을 강제하였다. 그러나 제대로된 교육 콘텐츠의 부재, 장비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조작 미숙, 일부 학생들의 화상회의를 켜놓은 채 게임이나 SNS에 몰두하게 하는 부작용 등을 낳았다. 비대면 교육 상황의 장기화는 디지털 전환 교육의 도입을 앞당겼지만 오히려 기초학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막대한 예산을 도입하여 전자칠판 도입, 디지털 벗 태블릿 배급 등의 장비 보급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태블릿과 전자칠판의 OS 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혼재되어 있으며, 학습 테이터의 표준도 정해지지 않아 데이터 수집/분석/활용에 커다란 장애가 있다. 수레에 채워야 할 내용물은 제대로 갖추어지 않은 채 빈수레만 요란하게 출발하려는 격이다.

 

이처럼 수많은 우려 속에서 교사들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학교현장에 도입이 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당장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업에 적용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또한 장비 조작을 배워야 하고, 고장에 대한 수리, 분실 관리 등의 업무 부하가 늘어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먼저 학습 데이터의 표준화, 디지털 교육에 적합한 콘텐츠 구비, 저작권 문제의 해결, 장비 관리 전담 인력의 확보 등이 우선되지 않은 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단기적인 장비 도입과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은 솔루션 도입은 에듀테크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교육 현장이 희생당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취임 후 교육현장의 큰 변화를 불러올 유보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교육 등 정책을 현장 의견의 충분한 수렴 없이 추진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교육 경험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현장 교사들의 기대감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기술의 유용성을 과장하며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그에 앞서 현장 교사의 의견을 조사하고, 정책이 학생의 발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시하여 현장 교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다. 

 

지금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 대한 현장 교사들은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 3년, 비대면이라는 사상초유의 상황을 겪은 교사와 학생들은 이제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어려움을 마음 편히 털어놓고, 봄꽃 활짝 피듯이 다시 닫힌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절실한 건 무엇일까? 학생 한 명 한 명과 만나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AI가 아닌 사람, 바로 교사다. 교사를 더 줄이면서 AI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교육부. 그래서일까? 교육부를 향한 현장 교사들의 신뢰는 '글쎄올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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