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교육희망 카카오톡 채널 가입자수를 확인합니다. 교육희망을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한 7월 1일 이후에 생긴 버릇입니다. 지면신문을 없애 전교조 역사에 오점을 남긴 편집실장으로 기억될 것인가 인터넷 신문 전환으로 교육희망을 혁신한 편집실장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런 고민으로 잠 못 이루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니 조금 웃음이 납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이 오기를 기다리던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뭘 그리 비장하고 심각했을까? 그러다 편집실장 임기를 시작한 2021년 1월이 떠올랐습니다. 여닫을 때마다 거창하게 삐끄덕 소리를 내는 편집실 철제 캐비넷 앞에서 1987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교육희망 축쇄본을 바라보면 숙연해지곤 했습니다. 전교조 보다 먼저 태어나 (87.10.01 전국교사신문으로 시작) 지금까지 전교조 역사와 조합원의 삶을 기록해온 교육희망. 그 역사 앞에서 교육희망에 누를 끼치는 편집실장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저는 수업하는 사람이 아닌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모니터 화면 가득 여기저기서 보내온 글들을 띄웁니다. 첫 번째 읽습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어떤 마음이 담긴 글인지 느껴봅니다. 두 번째 읽습니다. 이번에는 고민과 진심이 잘 드러나도록 문장을 매만집니다. 세 번째 읽습니다. 이 글의 핵심 문장을 찾아 제목을 찾아줍니다. 글의 매력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제목을 찾고 싶지만 늘 역부족입니다. 좋은 제목과 요즘말로 어그로 끄는 제목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적당히 타협합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기사 작성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가독성입니다. 온갖 편집툴을 활용해 글을 꾸며봅니다. 글씨에 색깔도 입혀보고 중간 제목도 설정해보고 이미지를 넣어서 편하게 내용 파악을 할 수 있도록 애써봅니다. 이렇게 매만지고 멋지게 옷을 입힌 기사를 교육희망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저에게 온 글은 이런 공정을 거쳐 인터넷 바다에서 항해할 수 있는 돛을 달게 됩니다. 제발 이 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가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듬뿍 담아 글을 여기저기 퍼나릅니다. 제발 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며 해시태그를 답니다. 제발 이 글이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좋아요와 댓글을 확인하곤 합니다. 누가 요즘에 글을 읽냐며 영상 컨텐츠가 대세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글이 갖는 힘을 믿고 글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자와 선생님들이 보내온 글을 알을 품듯 품어서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렇게 2년동안 전교조의 역사와 조합원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돌아보니 웃픈 일도 많았습니다. 가끔은 원고 파일이 다 날라가거나 필자들이 마감을 안해주셔서 신문을 못내는 악몽에 시달렸어요. 교육희망 채널확대를 위해 마켓팅 책을 사다 읽고 이벤트 사업을 기획하다가 기프티콘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안내를 하고 있으면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싶었죠. 집회나 기자회견을 하면 아무곳이나 털퍼덕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려대는데 덥거나 추울때는 죽을 맛이에요. 빨리 나가야 하는 기사가 있으면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도 여행중에 밥을 먹으면서도 기사 배치를 하고 기사에서 오타나 비문이 보이면 화장실에서도 수정했어요. 그러다가 퀴즈퀴즈 응모자들이 "교육희망 잘 보고 있다, 힘이 된다"라는 피드백을 보내주시면 마냥 좋아 싱글 싱글했어요. 그렇게 2년을 살았네요.
이제 제가 만드는 마지막 교육희망 790호를 조합원에게 보냅니다. 누군가 2022년 종간호가 790호라 하니 ‘친구 영원히’란 말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말을 듣고 보니 2년동안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교육희망이 선생님들에게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런 저는 2021년 교육희망 733호를 시작으로 2022년 12월 790호를 발간하며 전교조와 조합원의 삶을 기록하는 영광스러운 시간을 누렸습니다. 이런 역할로 전교조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게 새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교육희망이 힘이 되고 응원이 되기를, 그래서 아이들과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저 역시 학교로 돌아가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많이 웃는 어른이 되어보겠습니다. 그동안 교육희망에 보내주신 사랑 깊이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교육희망을 지켜온 선생님과 기자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조합원과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교육희망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추신 : 2022년 한해동안 마감 노동에 시달리며 빛나는 글로 교육희망을 풍성하게 채워주신 연재 필자들의 2022년 마무리 인사말을 이 지면을 빌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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