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 중앙여중 도서관 수업 ©조수진 선생님
|
학기 초가 되면 올해는 어떤 주제로 수업을 할까? 늘 고민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교사의 지도에서 학생의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여 학습하는 학생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해진 지금, 매해 수업을 앞두고 사서교사로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찌 보면 배워야 할 내용이 정해져 있는 교과보다 무슨 주제든, 어떠한 형식이든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사서교사 수업이야말로 실로 고민이 깊지 않을까.
올 한 해,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진행했던 수업을 돌이켜 봤다.
나만의 책 만들기(10차시)
1학년 창체 독서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이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소책자를 만드는 수업으로 Big6 수업 모형을 적용하기 딱 좋은 수업이자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공동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다.
10차시 수업에서 아이들은 모둠별로 자신의 모둠에서 만들 책의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구성한 다음, 파트를 나누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본문을 완성해나갔다. 파트별로 작성한 본문은 나중에 한데 묶어 책의 구성 방식대로 편집하고, 표지를 만들어 제본했다.
주제와 형식은 자유롭게, 모둠에서 논의해서 정하는 것으로 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 팀은 소설을, 정보 제공 위주의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은 팀은 설명하는 책을 쓰도록 했다. 여학교라서 그런지 절반 정도는 소설 쓰기를 선택했다. 또한 ‘케이팝의 역사’, ‘디저트 만들기’와 같은 주제를 많이 선택했다.
자료 수집은 책과 인터넷 같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데, 아이들이 인터넷만 찾아보지 않도록 참고하는 자료의 가짓수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책은 5권 이상, 인터넷 자료는 3개 이상, 이렇게 반드시 책을 포함하여 자료를 수집하도록 한다. 자료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책의 목차를 짜나가야 한다.
자료를 다 모았으면 본문을 작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에게 편집 용지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쪽 번호 설정, 쪽 순서 맞추기, 글 간격 조정 등 글을 편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모둠 작업이기 때문에 글쓰기를 분담했고 아이들은 릴레이 소설을 이어나가듯 재미있게 썼다. 본문을 다 쓴 후에는 작가 서문(프롤로그), 작가 후기(에필로그), 참고문헌, 판권기 등 본문 외의 사항들을 작성한다. 아이들이 출처와 참고문헌 쓰는 것에 취약하므로 참고문헌을 잘 쓸 수 있도록 알려 준다.
책쓰기가 끝나면 표지를 만든다. 표지는 책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한다. 컴퓨터로 만들어서 출력해도 되지만 나는 아이들이 직접 그려서 만들도록 했다. 앞날개와 뒷날개, 홍보문구가 들어갈 띠지 등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책을 좋아했다.
다 만들어진 책은 도서관에 전시하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래 친구가 만든 책이어서인지 아이들이 찾아와서 재밌게 읽어 도서관이 북적였다. 잘 쓴 작품은 한데 모아 제본하여 단권화된 책으로 엮어주기도 했다.
북트레일러 영상 제작(17차시)
2학기에는 주제 선택 프로그램을 맡아 ‘북트레일러 제작반’을 운영했다. 블록수업으로 총 17차시이지만 실제로는 34시간 정도의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초반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북트레일러 영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때 영상을 유형별로 나누어서 소개함으로써 아이들이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두어 영상을 제작했는지 알아챌 수 있도록 했다.
줄거리를 중심으로 설명할 것인지,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츨 것인지, 주제를 강조하여 드러낼 것인지와 같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지가 중요하다. 북트레일러를 만들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화려한 영상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것보다는 어떤 내용 요소를 중심으로 트레일러를 구성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을 제작하기 전, 저작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넣었다.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다운받고, 수정하고, 재생산하는 데 능통하지만 실상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저작권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저작권을 존중하며 인터넷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수업이 꼭 필요하다.
수업의 전반부에 이러한 내용들을 배우고 나면 본격적으로 독서 및 영상 제작에 들어간다. 모둠별로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어떠한 부분들이 중요한지 살펴보며 책을 읽는다. 그리고 영상 제작에 앞서 내가 뽑은 내용 요소들을 어떠한 방식(유형)으로 제작할지 의논하여 스토리보드를 작성한다. 스토리보드에는 장면, 텍스트, 음향, 내레이션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나중에 영상을 촬영하기 쉽다.
교사는 이 단계에서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만든 영상을 보면 대부분 줄거리 소개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이나 메시지를 영상에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피드백해 준다. 또한 참고한 자료나 저작권에 대한 사항, 만든 사람에 관한 내용 등이 잘 들어갔는지도 확인한다.
영상을 다 만들고 나면 수업발표회를 열어 모두 함께 영상을 감상한다. 우리는 자유학기제 발표회에서 영상을 발표하며 학년 전체 친구들과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만들어진 동영상은 QR코드로 내보내기하여 책갈피로 만들어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시집 대화 보고서 작성하기
▲ 시대화 보고서 모둠 활동 모습 ©조수진 선생님
|
시집 대화 보고서 작성하기는 백운고 김애연 선생님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연수를 듣고 시도한 수업이었다. ‘중학교 아이들이 시집의 내용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와는 달리 아이들이 시집을 열심히 읽고 대화에 참여해주었다.
수업 초반에는 잘 쓴 보고서 사례를 살펴보고 한 두 가지의 질문으로 시집 대화 나누기를 녹음 한 뒤 정리하는 글을 써보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모둠별로 시집을 정하여 읽고 총 6가지의 질문을 정해 시집 대화 나누기를 해보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시집을 읽고 나눈 대화를 녹음하고 기록자와 편집자로 역할을 나누어 이를 정리했다. 기록을 맡은 기록자 학생들은 질문별로 녹음한 내용을 정리하여 편집자에게 넘기고 편집자는 기록자들이 정리해준 내용을 한데 모아 전체적인 글의 구조를 짰다. 글의 테마를 잡고 서론과 결론을 쓰는 부분은 모둠원 아이들이 모두 머리를 모아서 같이 했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대화한 내용을 단순히 복사-붙여넣기 하여 짜깁기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전체적인 주제를 지니고 통일성 있게 작성되어야 함을 알려주고 계속해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시집 대화 보고서 쓰기는 아이들한테 다소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지만, 보고서를 완성하고 나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수업에 대해 나누었을 때 아이들이 무척 뿌듯해하며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싶어 해서 교사로서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아이들 성장에 귀 기울이는 교사가 되고 싶다
위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교사의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수업에 대해 소감은 나누어보면 아이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생님이 피드백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감동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집 대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아이들이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결과물만 받고 피드백을 못해 줄 뻔했는데 결국 다른 수업 한 시간을 더 빌려서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수업 소감에서 피드백을 해주셔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이라는 걸 교사인 나도 깜빡 잊는가 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더 애정을 갖고 세세히 귀를 기울이는 교사로 성장하길 내년의 나에게 다짐해 본다.
[편집자주]
2022년 사서교사위원회 선생님들이 한달에 한번씩 보내주신 도서관 수업 이야기로 교육희망은 참교육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한해동안 안보이는 곳에서 매달 원고 쓸 선생님을 찾아 교육희망으로 글을 보내주신 부산 성북초 사서교사 김보영 선생님께 깊이 감사인사 드립니다. 한해동안 수업날다를 빛내주신 사서교사위원회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