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라운 대구 김교사의 국회 앞 하루 농성기

김상정 기자 | 기사입력 2022/12/02 [02:04]
now 전교조
조합원 인터뷰
포시라운 대구 김교사의 국회 앞 하루 농성기
금손이라 불리는 그는 어느 지부 정책실장일까?
2022년 겨울, 이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찬바람 속 포시라운 삶을 꿈꾸며
김상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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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2/0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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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손이라 불리는 그는 어느 지부 정책실장일까?
2022년 겨울, 이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찬바람 속 포시라운 삶을 꿈꾸며

▲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축구를 잘합니다. 배구를 잘합니다. 농구도 잘하고 자전거도 잘 타고, 별 자리도 잘 알고, 환생교 활동도 하면서 새에 푹 빠져 지낸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텃밭에서 농사도 지었었지요.. 올해는 지부에서 단체교섭을 체결해 낸 정책실장이기도 합니다. 초등교사입니다. 마지막 힌트를 드리자면, 말 문이 열리면 청산유수가 따로 없는 임모지부장이 있는 지부에서 정책실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김교사입니다.   © 김상정 기자


정치기본권 없는 한국 교사들이 한국 정치의 한복판 국회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골짜기며 논밭이며 바닷가며 도시 한복판이며, 곳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아가는 교사들은 저마다의 뜻을 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됐다. 촌지, 비리로 얼룩진 학교를 바꾸고, 경쟁교육에 내몰린 교육현장을 즐겁게 배우는 학생들의 삶터로 바꾸기 위해 묵묵히 오늘을 일구는 이들.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 교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2022년 겨울, 빽빽하게 들어선 수많은 국회 앞 농성장 중 한 곳은 이들이 꾸린 곳이다.

 

이어달리기.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교육을 일구는 교사들이 새벽 한파를 뚫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국회 앞 농성을 이어 달린다. 오늘은 11월 30일, 이달 15일에 농성을 시작했으니 어느새 보름이 훅 지났다. 대구에서 올라온 김교사는 이날 농성이어달리기 주자다.

  

2022년 겨울, 이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10대 전후의 삶을 모조리 배움의 시간으로 채우는 학생들. 이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가르침으로 자신의 삶을 온연히 쏟아붓는 교사들.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간절한 꿈이 있다. 

 

이제는 위험한 공간이 된 낡은 학교 건물, 학생들 머리 위에 버젓이 자리한 석면 천장,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교를 일상에서도, 재난 속에서도 끄떡없고 안전한 공간이 되게 하고, 한 명 한 명 학생들과 눈 맞추며 부족함과 어려움을 알고 채우며 배우고 가르치는 기쁨을 나누고, 감염병을 지나며 고립되고 닫힌 마음을 열고 멀어져 버린 관계들을 이어 함께라서 즐거운 교실을 만들고픈 간절한 바람이 있다. 

 

누군들 언 손 비벼가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피켓 앞에 선 국회 앞 풍경이 되고 싶을까. 정치인들이 잘 입법하고, 정부가 나서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든다면? 그러나 정부는 교육과정도, 교육재정도, 교사정원도 모두 줄이면서 교사와 학생들의 삶터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전교조 전임 임기 2년, 이제 한 달만 지나면 학교로 돌아가는 때, 김교사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서울을 오가는 이유다. 

 

“어떻게 요즘은 좀 포시랍소?" 

대구에서 올라온 김교사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촉구하며 바로 앞 천막에서 막 단식에 들어간 고향 사람을 만났다. 그는 김교사에게 “어떻게 요즘은 좀 포시랍소?"라고 인사를 건냈다. 포시랍다는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편안한 삶을 누리는 모습'이라고 알려주는 김교사는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이다. 나흘 전, 젊은 세대의 농성 이야기를 듣고자 농성 동행의 뜻을 전했더니 대뜸 "저 내년에 50입니다.’' 아뿔사! 그렇게 11월 30일, 반백 살을 한 달 앞둔 김 교사를 만났다.

 

▲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인 김교사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전교조하면 빨갱이인줄로 알고 자랐던 그는 대학에 와서 축구를 하다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 전교조 교사가 되었다. 좌우를 넘나들며 상대방을 설득해내는 힘이 있다고 주위사람들이 거듭 말해도 한사코 아니란다. ©김상정 기자

  

#11:00 

오전 11시, 김교사는 교사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국회 사거리에서 들었다. 이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충을, 교원정원 확보를 번갈아 가며 들었다. 11시 반이 되자 예비교사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고, 퇴임한 초등교사는 대학평준화 피켓을 들었다. 

 

#12:30 

12시 반 부랴부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언 몸을 따뜻한 국물에 녹였다. 

 

#14:00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 지부장 임교사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실을 방문했다. 대구지부 임교사는 방문한 3곳의 국회의원실에서 마음을 다해 교육현안을 이야기했고 김교사는 그 옆을 묵묵히 지켰다. 

 

#16:00 

국회 앞 농성장의 하루는 삭풍 이는 추위 속에서도 금세 간다. 피켓 들고 점심 먹고, 의원실 방문해 현안 설명하다 보니 뚝딱 4시가 지나 이들은 또 국회 정문 앞에서 피켓 들고 섰다. 어느새 오후 5시를 넘어서 금세 어둠이 자욱하다. 이렇게 김교사의 농성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아쉽다. 대체 김교사가 누구란 말인가? 

#17:30 

5시 반이 되자 시린 손 비벼가며 지부장 임교사와 사무처장 장교사가 농성천막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다 싶어 김교사에 대해 물었다.

 

김교사는 상대가 어떤 정치성향을 가졌든 편안하게 설득하는 힘이 있다 한다. 대구에서 올해 교육청 교섭을 체결한 데도 김교사의 힘이 컸다. 장교사는 “굉장히 정확하게 잘 읽어내고 잘 쓴다”고 말하는데 정작 김교사는 겸손의 손사래를 친다. 김교사는 뭔가에 푹 빠지면 완벽하게 해낼 때까지 힘을 쏟아붓는다. 배구, 자전거, 탁구, 새, 별 등등 그동안 심취했던 분야들이 줄줄 나온다.

 

지부사무실에 뭐 고장 난 거 있어도 걱정이 없다. 장교사가 ‘정책’하고 부르면 문서를 쓰다가도 달려와 해결한다. 척척 만능 ‘금손’ 김교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주변 사람들은 부르면 기꺼이 팔 걷어부치는 김교사를 ‘따뜻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전교조는 죄다 빨갱이로 알았던 김교사는 대학 때 축구에 빠졌다가 만난 선배들을 시작으로 전교조에 가입해서 마냥 좋은 사람들과 몇십 년을 푹 빠져 지내고 있다. 

 

#18:30 

교섭도 척척, 고장 난 기계도 척척, 별자리 수업자료 만드는 것도 척척, 축구도 배구도 농구도 자전거도 척척. 김교사는 천상 만물 박사 초등교사다. 그러고 보니 11월 30일 국회 앞에서 만났던 예비교사, 퇴임 교사, 현직 교사 모두가 초등교사다. 이들이 이토록 간절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키려고 찬 바람에 서있던 11월 30일, 국회의장은 관련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저녁 6시 반, 한국 정치의 한복판인 국회에 짙게 내린 어둠을 뚫고 김교사는 대구로 향했다.

 

“잘해라 잘해라. 추운 겨울, 포시랍게 지내보자, 국회야, 정부야, 잘 좀 해라”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단식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에게 ‘포시랍다’는 말은 그들의 삶이 그러길 바라는 덕담이자 그러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테다. 찬바람 속에서 교사들의 포시라운 삶을 꿈꾸며 오늘 하루 국회앞을 지킨 김교사의 마음이 따뜻하다.

 

▲ 11월 30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 도착한 이들이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농성을 시작했다.   © 김상정 기자

 

▲ 11월 30일,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전교조가 차린 천막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곳이 단식농성 천막이다.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비롯해 이 날 6명의 노동자가 함께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 김상정 기자

 

▲ 이 날은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지방교육재정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국회 앞 피켓 농성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교육재정 수호를 위해 나선 초등 예비교사들과 초등 현직 교사들 © 김상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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