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총론 공청회' 폭력사태로 중단...교육부는 사과해야

김상정 기자 | 기사입력 2022/10/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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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총론 공청회' 폭력사태로 중단...교육부는 사과해야
총론공청회, 욕설·혐오·폭력행위 난무로 아수라장
학교로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폭력행위자 고소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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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0/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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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공청회, 욕설·혐오·폭력행위 난무로 아수라장
학교로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폭력행위자 고소 천명

▲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특성화고 졸업생의 발언이 시작되자, ‘내려와’라는 함성과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목사님’이라고 불렸던 이가 무대에 난입해 특성화고 졸업생을 향해 돌진했고, 이를 본 사회자가 온몸으로 이를 막았다.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공청회  © 제보자


10월 8일 교육부 주최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검토 공청회’가 폭력사태로 인해 일정을 다하지 못하고 중단됐다.

 

공청회는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연구·개발한 연구자들의 발표에 이어 교수,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공청회석의 2/3가량을 차지한 이들의 집단고성과 무대 난입, 토론자를 향한 기습 폭행 시도 등으로 공청회장은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 공청회장이 욕설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계속되자, 현장 교사들이 노동교육과 기후위기 생태전환 교육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라고 적힌 종이를 높이 들었다.     ©김상정 기자

 

폭력사태는 공청회 시작 전부터 예상됐다. 13시경 한국교원대 입구는‘전교조 OUT’과 ‘교육부 STOP’ 현수막과 피켓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별금지법=평등법 반대한다.’라고 적힌 트럭과 ‘동성애 옹호, 자국민 차별, 자유 억압, 악마의 의도’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성조기와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와 모자를 쓴 노인들도 공청회장에 들어섰다.

 

오후 3시 공청회 시작 1시간 반 전인 오후 1시 30분, 공청회가 열리는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육연수원 문화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생태전환 교육, 노동교육 등을 총론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 오후 3시 공청회 시작 1시간 반 전인 오후 1시 30분, 공청회가 열리는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육연수원 문화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생태전환 교육, 노동교육 등을 총론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 김상정 기자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상임대표인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대통령이 바뀐 지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교육과정의 후퇴는 이리도 일사분란하다. 어처구니없는 이 현실 앞에서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로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통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 전환의 시기에 살아갈 힘을 기르며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는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 민주시민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성 교육은 더욱더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목표가 하루아침에 달라져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과정의 퇴행을 당장 멈추고 은근슬쩍 삭제해버린 노동교육, 생태전환교육, 속히 원래대로 되돌려놓아야 할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은 폭력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공청회장은 민주시민교육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로 난입해 발제자를 향해 돌진하거나 욕설하는 행동을 방치한 교육부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손 부위원장은 “혐오와 폭력은 의견도 아니고 토론의 대상도 아니다. 교육부가, 혐오와 폭력 또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할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대폭 축소된 민주시민교육을 지금 바로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혐오 발언과 무대 난입 등 공청회장의 폭력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다. 전교조는 5일, 성명을 통해 공청회 폭력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교육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8일 총론 공청회 때도 폭력 사태는 계속됐다.     ©김상정 기자

 

공청회는 시작부터 생태전환과 노동교육을 총론에 명시하라고 요구하는 이들을 향한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이를 제지해달라고 교육부와 경찰에 요구했지만, 경찰은 방관만 했다. 몇몇 이들은 시종일관 공청회장 내의 고성과 방해 행위를 주도했지만, 교육부와 경찰의 제지는 없었다. 사회자가 자제할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특성화고 졸업생의 발언이 시작되자, ‘내려와’라는 함성이 공청회장을 채웠다. ‘목사님’이라고 불렸던 이가 무대에 난입해 특성화고 졸업생을 향해 돌진했고, 이를 본 사회자가 온몸으로 이를 막았다. 그제야 경찰들이 대거 무대로 올라와 폭력을 시도한 이를 사회자와 토론자로부터 떼어냈다.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공청회에 참석했던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향한 폭력행위는 무대 아래에서도 벌어졌다. 교사들이 밀치는 이들을 막아서는 동안, 교육부와 경찰은 방관했고 물리적 상황이 격화되자 그때야 경찰은 이를 말렸다.

 

▲ 현장 교사들은 공청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인 8일 오후 1시, 2022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기후위기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 등을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펼쳤다.     ©김상정 기자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는 공청회 조기 종료 후 8일 밤, ‘무대 난입과 폭력행사를 방조하고 총론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끈 교육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청회 시작 전부터 진행이 불가할 정도로 보수단체에서 난동을 부리고 욕설과 혐오 발언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교육부는 방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계속되는 보수단체의 방해 행위에 관련자들에 대한 퇴정 조치를 수십 번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제지를 하지 않았다.”라며 “공청회가 파행으로 치닫도록 자초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청회 파행, 보수목사의 무대 난입과 폭력, 이로 인한 공청회 중단 사태의 책임은 무능한 교육부에 있다.”라며 “무대 난입과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 고소,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교로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는 교육부에 “공식적 사과와 총론에 노동과 생태를 명시하라.”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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