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날다] '우리마을 인물지도'로 연결하는 기후정의수업

김기훈·충북 추풍령중학교 | 기사입력 2022/09/20 [11:58]
참교육on
기후정의
[수업날다] '우리마을 인물지도'로 연결하는 기후정의수업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를 외치자
기후정의수업 함께 해요.
김기훈·충북 추풍령중학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2/09/20 [11:5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를 외치자
기후정의수업 함께 해요.

 

▲ 기후 수업 - 글로벌 기후파업 참가(2021)  © 김기훈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일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생태전환교육이 지워졌다. 큰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다. 미래 세대가 변혁적 주체로 스스로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다른 존재들과 공존을 추구하며 사는 힘을 길러주어야 할 교육이 그 책임을 포기해버리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기후 재난은 벌써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있고 학생들과 우리 모두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데 우리의 대응은 점점 후퇴하고 있을까.

 

‘기후 변화(위기도 아닌 변화)’는 피할 수 있는 이들 혹은 피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기득권 세력, 부유층, 관련자들 등)은 기후 위기를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소득 수준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상위 10% 소득계층은 전체 소득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비슷하다. 소득 수준 하위 50%가 전체 소득의 10%, 온실가스 배출량도 10% 정도라고 한다. 어떤 이들의 부의 축적이나 유지를 위해서, 우리 모두의 위기는 과소 평가되고, 교육과정에서 지워지고, 핵발전과 석탄 발전을 늘리고 재생 에너지를 줄이는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아닐까. 동시에 약자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일자리를 잃는 등 피해와 고통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해, 기후 정의의 관점으로 지금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삶의 전환을 상상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도록 돕는 수업, 기후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수업을 더 많이 열어야 한다.

 

지난 글에서 기후 수업의 첫걸음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제안했다. 이는 조애나 메이시의 ’재연결 작업‘,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세상의 고통 존중하기>, <새로운 눈으로 보기>, <앞으로 나아가기>의 흐름 중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단계에서 착안한 수업으로 자연과 삶의 아름다움과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는 감각을 일깨우고 행복감, 설렘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맞설 힘을 기를 수 있다. [수업날다]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기후정의 수업

 

▲ 기후수업_기후정의온라인띠잇기     ©김기훈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정의, 인권, 삶의 지속의 관점으로 기후 위기를 바라보고 이에 맞서고 적응하도록 돕는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수업은 수업 참여자들이 진실을 직시하고 실천(개인적, 사회적)하고,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기술(지속 가능한 농업과 문화(퍼머컬처))을 배우고 서로 돌보는 연습을 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수업은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디자인했고 각 학년별로 수행평가와 연계하여 비중 있게 다루었다.

 

우리 마을 인물 지도

기후 위기 시대 우리에게는 ‘비빌 언덕’, ‘피난처’, ‘연결’, ‘연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삶의 터전인 마을을 공부하고 가꾸는 일, 즉 ‘마을 공부’를 1학년 2학기 ‘면담하기’ 활동과 연결했다. ‘기후 위기’, ‘지속 가능성’ 등을 전체 주제로 학생들이 이와 연결된 세부 주제를 모둠별로 정하고 마을 주민들과 면담하면서 수업 참여자들이 우리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 함께 그린 '우리 마을 인물 지도' 점점 작아져가는 우리 마을의 가치를 복원하여 기록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을 이해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 김기훈

 

이 수업은 모두 네 단계로 진행되었다. 먼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기후 위기 시대 마을 공부의 중요성,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는 활동으로 우리 마을에 기후 변화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을 나눈 후에 마을에 관한 자신의 역사를 기록했다.

 

우리 마을 지도를 크게(전지 6장 정도 크기) 그렸고 여기에 B6 크기의 종이(점착신 메모지도 좋겠다)에 우리 마을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붙였다. 두 번째 단계는 이전 학생들의 면담 기록들, 마을의 설화 등으로 마을 공부를 했다. 올해는 우리 마을 설화 속에 담긴 생태적 지혜(성장의 한계, 연결성 등)를 찾아보기도 했다. 본격적인 면담 준비에서는 면담 이론을 가볍게 다루고 짝 면담으로 면담 연습을 했다. 이후 면담 계획을 세웠다. 전체 주제 ‘기후’와 관련한 소주제를 모둠별로 정하고 면담 대상자와 어떻게 만날지, 어떤 질문을 할지 정했다. 면담은 대면, 비대면(화상통화) 방식 모두를 사용했다. 올해는 비대면 면담의 경우 전화, 서면보다 화상통화를 권장했다. 우리 마을 인물 지도 프로젝트로 농촌 마을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고 우리 마을이 ‘비빌 언덕’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 퍼머컬처 숲밭학교 수업-퍼머컬처의 원칙     ©김기훈

 

지구를 구하는 체인지메이커 

2019-2020년에는 2주에 걸쳐 ‘지구를 구하는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구를 구하는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는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하면서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통합적인 활동을 수업에 접목하는 활동이다. 수업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의 단계(공감하기-정의하기-아이디어 내기-시제품 만들기-시험하기)에 따라 진행되었다. 미리 ’생태‘, ’지구를 구하는‘을 열쇳말로 정하였고, 세부적인 주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하게 했다.

 

분리수거, 플라스틱 제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채식 확대, 캠페인, 펀딩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이 진행되었는데, 지금 이 프로젝트를 다시 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학교와 마을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여 실천하거나 정책 제안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해보게 될 것 같다. 참,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면 좋다. 흉내만 내고 적당히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 기후위기전문가과정_기후위기의 진실 보드 게임

교육과정 재구성을 더 해볼 수 있다면, <기후 위기 전문가 과정>처럼 긴 호흡으로 기후 위기 전반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수업을 고안해보면 어떨까. 추풍령중학교는 총 5단계, 한 달 반 정도(20차시)로, 기후 위기의 현황과 문제점, 대응 방법 등에 대해서 깊게 배우고 연설하기 활동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앞서 언급했던 환경 운동가 조애나 메이시의 재연결 작업에서 착안하여 단계를 구성했는데, 1단계에서는 <고마움으로 시작하기>로 숲 명상을 자주 나갔다. 학교숲 곳곳으로 흩어져 고요히 숲을 느끼면서 긴장이 풀어지고 자연과 연결되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다른 방식의 기후 위기 전문가 과정도 가능하다. 기후 위기를 이해하는 활동을 줄이고 체인지메이커를 접목하여 모둠별로 실천 활동을 해보는 프로젝트도 가능할 것 같다.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기후정의를 외치자

9월 19일부터 23일까지는 기후정의주간, 9월 24일 서울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이와 관련하여 전교조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서는 ‘기후 정의 수업 이어달리기’를 제안했다. 전교조 누리집-참교육마당-계기수업에서 초등, 중등 수업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다. 학내 구성원들이 기후 위기와 기후 정의, 삶과 사랑, 두려움과 슬픔, 가능하다면 희망과 용기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며 서로 돌볼 수 있게 기후 정의 수업들이 잇달아 열렸으면 한다. 기후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면 좋겠다. 내가 아는 한 지구는 사랑이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 서로를 돌보며 낙관할 것.

 

우리는 모두 한 배에 탔다. 우린 말한다. 

어떻게 세상을 구할지 모르겠지만 구해야만 해. 

어떻게 나 자신을 지켜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지켜야 해. 

어디에 내 영혼이 머무는지 모르지만 내 영혼을 찾아야만 해. 

나는 그 안에 숨 쉬고 있으니까.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사랑 노래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시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그러니 이제 인생을, 사랑을 축복하자.

 

영화 '익숙함과 작별하기, 변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기(조쉬 폭스)'중에서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기후정의수업, 924기후행동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메인사진
[만화] 새학기는 늘 새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