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 특수교사의 시선, '우영우' 판타지 아닌 세상을 꿈꾸며

안수영·밀양교육지원청 교사 | 기사입력 2022/09/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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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공감+] 특수교사의 시선, '우영우' 판타지 아닌 세상을 꿈꾸며
특수교사의 시선, 드라마 우영우
모두가 판타지라 불리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안수영·밀양교육지원청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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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9/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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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의 시선, 드라마 우영우
모두가 판타지라 불리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우영우를 보지 않는 특수교사가 더 많다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인도인, 스위스, 별똥별, 우영우입니다." 자연스레 텍스트가 배우 박은빈의 음성으로 자동 변환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자기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자폐를 가진 변호사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야기라서 특수교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할테지만, 주변에서 우영우를 보지 않은 특수교사들이 더 많다.

 

자폐인 팽하 보면서 정주행 시작

사실, 나도 이 드라마를 외면하다 4화 즈음 되어서야 보기 시작했다. 그저 그런 장애 극복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생각, 더군다나 자폐에다 변호사라니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우영우와는 다른 자폐인 팽하를 보면서 ‘아! 정말, 자폐인에 대한 고민이 담긴 드라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가 그냥 그런 판타지를 보여주려고 쓴 이야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정주행을 시작했다.

 

다양한 자폐인을 보여주는 우영우 하지만 현실은..

3화 <팽수로 하겠습니다> 속의 자폐 장애인은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하고, 자해를 한다. 작가는 그러한 자폐 장애인을 넘어 의사소통이 힘든 발달장애인의 행동과 말들 속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같은 자폐지만 우영우와 팽하는 다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성향과 생각이 다른 것처럼 우영우와 팽하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부터 끊임없이 분리를 강요받는 특수교육의 현실에서 아무리 천재라고 한들 '자폐'라는 명칭이 먼저이다.

 

개인의 성향, 다름의 고려가 아닌 '자폐' 혹은 '지적', 'ADHD'라는 장애로 그들은 묶는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이나 성격이 모두 똑같을 것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그들끼리 있을 때 행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대상화하고 분리하는 것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등학교 특수학급을 운영하면서 '특수반은 따로'였다. 소풍, 수학여행, 시험, 급식 모든 환경 속에서 물리적으로는 함께 하지만 마음으로 함께해주는 노력은 없었다.

 

나 역시 특수학급을 운영하면서 가장 편한 것이 ‘특수반 따로’, ‘교장·감이 특수반 운영에 간섭하지 않기’였다.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고, 감정의 소모가 너무 커서 내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기도 했다.

 

보호해야한다는 전제속에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은 없어

10화 <손잡기는 다음에> 편에서는 장애인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인이 된 지적장애 여성에게 사랑을 결정할 자기 결정력을 인정해주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혜영은 "사랑해요. 감옥에 가게 해주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하지만, 법정은 혜영의 찐 사랑 정일을 강간혐의로 처벌한다. 혜영의 어머니는 우영우에게 소리친다. 사랑할 권리? 나는 우리 혜영이를 지켜야 한다고, 매번 혜영이를 이용할 생각뿐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라고.

 

맞다! 세상에는 장애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나도 어린 교사일 때는 내가 대신 싸워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의 모든 아이들로부터. 장애가 있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묘한 나만의 전제로 지켜내야 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 아이들로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바라봤다. 나의 그 묘한 전제 속에 아이들의 자기 결정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일이는 정말 혜영이를 사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장애가 없는 우리도 나쁜 사랑에 빠지고 후회하고, 슬퍼하며 한탄을 하곤 한다. 하지만 혜영이에게는 그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혜영의 찐 사랑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여전히 지적장애인들의 자기 결정력이 있음을 전제하지 못하고 또한 인정하지도 않는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부모가 결정하고 교사가 결정하고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수동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매회 볼때마다 한명씩 떠오르는 아이들

드라마를 보면서 매회마다 한 명씩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의 삶이 궁금해졌지만 연락할 용기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 자립하여 사회인이 되는 아이들은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가정에서, 혹은 시설에서 성인기·노년기의 삶을 보내는, 사회와 분리되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자기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의지로 살아가는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피자 가게 이름을 다 외우고, 가게마다 판매하는 피자의 종류와 가격을 다 외우던 그 아이, 학교 선생님들의 전화번호, 차 번호를 다 외우던 그 아이, 교실의 책상과 모든 물건을 반듯하게 각을 세워 맞추던 그 아이도…

 

나는 드라마를 매회 보면서 즐거움보다는 가슴에 돌덩이처럼 내려앉는 죄책감이 더 컸었다. 나 역시 이러한 현실 속에서 때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하기보다는 지시를 하던 내 모습들이 매회마다 머릿속을 스치고 그 장면이 가슴에 그대로 박혔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우영우가 아니라 최수현, 정명석, 권민우, 동그라미다.

드라마처럼 우리 현실에서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도 없고, '패널티를 주는 것보다 서로 다독이며 함께 일하는 팀'의 일원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받아주는 정명석도, 장애인을 자신의 경쟁자로 인식하며 시기 질투하는 권민우도, 자폐인을 친구로 두고 서로 우정을 이야기하는 동그라미도 없다.

 

누군가는 나에게 드라마에서 가장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 권민우라고 했다. 장애를 보지 않고, 우영우의 천재성만을 보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니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지 않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도 장애인을 경쟁상대로 봐주지 않는다. 그저 열외 시키거나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바로 볼 뿐이다.

 

우영우를 보고 판타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의 판타지는 우영우가 아니라 최수연, 정명석, 권민우, 동그라미일지도 모른다. 교사로서 나는 최수연, 정명석, 권민우, 동그라미……. 우. 영. 우. 이 모두가 판타지라 불리지 않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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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자 2022/09/07 [22:13] 수정 | 삭제
  • 가슴을 울리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고복수 2022/09/06 [16:26] 수정 | 삭제
  • 드라마 속에서의 판타지는 우영우가 아니라 최수연, 정명석, 권민우, 동그라미일지도 모른다.... 반전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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