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사건 40주기, 국가폭력 피해자 묘 참배

김고종호 주재기자 | 기사입력 2022/08/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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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사건 40주기, 국가폭력 피해자 묘 참배
전교조 전북지부, 경찰국장·비서관 등 과거사 문제 인물 임명 관련 윤석열 정부 규탄
"국가폭력 진실 끝까지 묻고 명예회복 위해 노력할 것..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김고종호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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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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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북지부, 경찰국장·비서관 등 과거사 문제 인물 임명 관련 윤석열 정부 규탄
"국가폭력 진실 끝까지 묻고 명예회복 위해 노력할 것..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윤석열 정부가 밀정(프락치) 활동 인물을 경찰국장으로, 여당이 용산참사 책임자를 비대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전북지부는 전북에 있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묘를 찾아 참배하며 현 시국에 대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지부장 송욱진)는 8월 31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고사리에 있는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넋을 위로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지부장 송욱진)는 8월 31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고사리에 있는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넋을 위로했다.  © 김고종호 주재기자


이 사건은 정확히 40년 전인 1982년 8월, 최씨 집성촌인 이 마을에 살던 최을호 씨와 조카인 최낙교, 최낙전 씨가 간첩 활동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남영동 공안분실로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의해 40일 간 고문당하고 기소당한 사건이다. 최을호 씨는 사형이 집행되었고,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사망했으며, 최낙전 씨는 9년을 복역하고 출소 후 보안관찰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201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후 무죄 판결문을 들고 묘를 찾았던 최을호 씨의 장남 최낙효 씨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을호 씨는 농사를 지었고, 최낙교 씨와 최낙효 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국가보안법 누명에 취약하다.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다.

 

▲ 국가폭력 피해자 최을호 씨의 묘.  © 김고종호 주재기자

 

▲ 국가폭력 피해자 최낙전 씨의 묘.  © 김고종호 주재기자


간첩 조작 당시, 학교 교육도 국가폭력의 가해자였다. 당시 각급 학교에서는 김제 간첩단 사건을 반공사례로 교육하여 피해자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최을호 씨의 막내딸 최승연 씨는 고등학교 조회 시간에 교장에게 “우리 학교에 간첩의 자식이 있다. 반공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는 치욕스러운 말을 들었다고 한다. 국가폭력 과오에 대한 반성은 경찰, 군인, 법관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도 해야 한다. 전교조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다.

 

이 사건은 한 가족을 풍비박산 냈다. ‘간첩의 가족’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마을을 떠나 객지로 흩어져 살아야 했다. 진실 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구치소에서 사망한 최낙교 씨는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유족들은 경찰의 고문사를 자살로 위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최씨 가족을 기소한 정형근 검사는 이후 국회의원이 되어 승승장구했다. 간첩 조작에 연루된 많은 검사·판사들이 영전해 높은 자리까지 갔다.

 

간첩 조작 사건은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담당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영전해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사건의 피해자인 유가려 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폭행당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최근 사건들도 많을 것이다. 조작을 일삼던 국정원, 경찰 보안수사대 조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도 그대로다. 언제든 죄 없는 우리를 집어삼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검사들과 특히 국가폭력 가해자들을 중용하는 것은 공직자들에게 아주 좋지 못한 시그널을 준다. 국가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언제든 침해해도 좋다는 시그널 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전교조는 이런 국가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공안탄압의 기반을 더욱 튼실히 만들어가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절대로 굴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그 진실을 끝까지 묻고 가르쳐 망각하지 않도록 하고, 폭력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과 연대할 것이다. 김형근 선생님 같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해자들이 설치고 다니는 사회에 저항할 것이다. 누구든 간첩으로 이적단체로 몰아갈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한 가족을 풍비박산 내는 국가폭력이 작동하지 않도록, 전교조가 나서서 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 간첩 누명은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이었다. 최을호 씨의 장남 최낙효 씨도 교사였으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재심 판결 직후 돌아가셨다. 최낙효 씨의 묘 옆에서 송욱진 전북지부장과 경태윤 전북지부 김제지회장이 묵념하고 있다.  © 김고종호 주재기자


송욱진 전교조 전북지부장은 이날 참배를 마친 후,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던 것이, 밀정이 민주화운동가를 잡아넣는 것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철저히 계통을 이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시대 밀정이 다시 경찰국장이 되어 또 다른 교사들을 간첩으로 만드는 시대를 전교조가 막아내겠다.”라고 다짐했다.

 

같이 참배한 경태윤 전교조 전북지부 김제지회장은 “지금 자기 삶이 과거의 흔적과 연계되어 있음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지역사 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측면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묘소 참배는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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