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날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기후정의 수업

김기훈 · 충북 추풍령중학교 | 기사입력 2022/08/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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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기후정의 수업
고마운 자연을 감각하는 에너지가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
2학기, 더 많은 기후 수업이 열리는 상상
김기훈 · 충북 추풍령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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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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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자연을 감각하는 에너지가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
2학기, 더 많은 기후 수업이 열리는 상상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학교의 일

영국 의료인들이 제이피모건 사옥 1층 유리창을 깨뜨렸다고 한다. 이들은 ‘환자의 안전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될 시 지체 없이 행동하라’는 직업 행동 강령에 따라, 화석 연료 기업들의 최대 자금 조달처로서 기후위기 심화에 일조한 제이피모건에게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다. 올해 폭염이 유럽을 강타하여 한 주 동안 수천 명이 사망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환자의 안전이 위험에 처했다’는 영국 의료인들의 판단대로 기후위기는 취약 계층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교사들은 어떤 직업 행동 강령을 따라 행동해야 할까. 학생들의 삶을 위해 지체 없이 행동해야하지 않을까.

 

기후위기는 우리들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새롭게 인식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지만 상상과 경험은 충분하지 않다. 학교는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삶의 전환을 상상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도록 돕는 수업을 더 많이 열어야 한다. 이런 고민으로 추풍령중학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 기후 불평등 등을 다루는 수업과 생태 농업이나 재봉 기술 등 생활 기술을 배우는 수업을 해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우는 수업

  

  퍼머컬처 숲밭에서 명상을 한 후에 느낀 점을 나누는 서클 활동 모습 © 김기훈 선생님 제공

 

기후 수업을 하면서 청소년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성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금 청소년들은 도시 문명을 보고 자랐으며 삶에 필요한 것은 대형마트나 인터넷 상점에서 얻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기후 수업의 출발점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한 감각을 일깨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을 담아 중학교 1학년 국어 수업을 ‘퍼머컬처(지속 가능한 농업과 문화)’를 배우면서 생태계와 연결하는 수업으로 준비했다. ‘관찰’이라는 주제의 첫 활동은 학교 숲과 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시작한다. 먼저 관찰의 의미(관심 두기, 다양하게 보기, 새롭게 보기, 끈기 있게 보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학교 숲에서 명상과 관찰을 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기록했다. 청소년은 학교 숲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감각하게 되었다. 숲 명상은 눈을 감고 자연을 그대로 느끼거나 걷는 활동, 혹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으로 진행되었다. 숲 명상을 할 때 자주 읽었던 ‘아파치 인디언 기도문’을 소개한다.

 

날이 밝으면 태양이 당신에게 새로운 힘을 주기를

밤이 되면 달이 당신을 부드럽게 회복시켜 주기를

비가 당신의 근심 걱정을 모두 씻어주기를

산들바람이 당신의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당신이 이 세상을 사뿐사뿐 걸어갈 수 있기를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그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를

-아파치 인디언 기도문

 

교실에서는 봄날에 관한 시를 읽었다. 봄날을 느끼는 시인들의 감각에 감탄하면 충분히 시를 즐긴 후에는 ‘학교의 봄날’을 소재로 짧은 글을 썼고, 이를 시로 바꾸어 쓰게 했다. 시를 쓰면서 학생들은 학교 숲을 생각하고, 자연 속의 자신을 확인하고, 무언가에 관심을 두는 연습을 하면서 자연과 연결될 수 있었다.

 

 ‘학교의 봄날’을 소재로 한 학생들의 시  © 김기훈

 

고마운 자연을 감각하는 에너지가 기후위기에 맞서는 힘

위 국어 수업은 다른 기후 수업의 첫 출발로 응용해볼 수 있다. 기후 수업 전 숲 명상을 한 뒤 감각들을 기록하여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게 수업을 할 수 있다. 학교 숲이 없다면 운동장, 벤치 등 교실 밖 어디서든 명상할 수 있으며 도시 소음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도 좋다. ‘선생님, 숲 명상가요!’ 이 말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직접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한편 아름다운 자연을 교실에서 만날 방법도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8부작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 중 1편 ‘하나뿐인 지구’를 함께 보고 영화대화(서클활동)을 나눠보고 감상문을 써보게 할 수 있다. 아주 압도적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이 활동은 환경 운동가 조애나 메이시가 열었던 ‘생태 위기 시대 치유와 전환’ 워크숍에서 착안했다. 조애나 메이시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인류의 기본적인 의식과 활동을 모방하여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세상의 고통 존중하기>, <새로운 눈으로 보기>, <앞으로 나아가기>의 흐름으로 워크숍을 운영했다. 위에서 제안한 수업은 이중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단계에 해당한다.

 

우리는 주변의 생명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살짝만 시선을 옮겨도 이 존재들이 아름답고 귀중하며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을 만드는 많은 관계망, 고마운 자연을 확인 하면서 일어나는 행복감, 설렘과 같은 긍정적인 힘이 기후위기 시대에 맞설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2학기, 더 많은 기후 수업이 열리는 상상

청소년기후행동과 Friday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는 9월 23일 기후 파업을 제안했다. 9월 24일에는 매우 큰 규모의 기후정의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2학기 개학과 동시에 전국 수많은 학교에서 기후 수업이 열려 기후위기, 기후정의가 더 많이 이야기되면 좋겠다. 더 많은 행동들이 연결되어 전국 곳곳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일을 해내는 것이 지금 교사들이 지체없이 해야할 행동강령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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