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말그-교사가 학부모에게⑥] 학교폭력 무섭다던데..우리아이 잘 지내고 있나요?

윤수경· 서울발산초 수석교사 | 기사입력 2022/08/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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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말그-교사가 학부모에게⑥] 학교폭력 무섭다던데..우리아이 잘 지내고 있나요?
학부모를 위해 교사가 띄우는 편지글 걱정말아요 그대 여섯번째 이야기
윤수경· 서울발산초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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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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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를 위해 교사가 띄우는 편지글 걱정말아요 그대 여섯번째 이야기

 

편집자주 : 전국교사신문 '교육희망’에서 학부모를 위한 연재글을 준비했습니다. 오랜기간 학부모 상담을 해온 발산초 수석교사 윤수경 선생님이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생기는 걱정과 질문을 엄선하여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연재합니다

 

1화 : 처음 하는 학부모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나요?

2화 : 학부모 상담주간, 선생님과 상담을 잘 하려면?

3화 : 우리 아이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려면?

4화 : 맨날 휴대폰만...아이 속을 모르겠어요.

5화 : 진로 교육 빠를수록 좋다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6화 : 학교폭력 무섭다던데 우리 아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걸까요? 

   

* 학교폭력 너무 무섭다는데 우리 아이 친구랑 잘 지내고 있는 건가요?

 요즘 부쩍 학교생활에 다녀오면 화가 늘어난 아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 애들끼리 툭탁거리는 건지 우리 아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지…. 헷갈려요.

 


선생님, 대화하고 싶어요…….


 

 

2학년 아이들과 생활할 때의 일입니다.

한 아이(**)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00이 때문에 자기는 너무 힘들다는 것이 요지였고,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로 ‘방과 후에 00이와의 대화 시간 갖기’를 협의하였습니다.

  

**이는 교사와 학습한 절차대로 먼저 00이가 방과 후에 언제 시간이 가능한지 묻고, 대화하고 싶다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약속 시각을 알려주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두 아이의 온전한 대화를 위해 혹시라도 있을 방해 요소(전화 통제, 교실에 남는 사람 없기, 문 앞에 ‘상담 중’ 표지 걸기 등)를 사전에 없애고 대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부탁이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요. 그동안 우리 대화하기 연습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선생님 빼고 너희끼리만 대화할 수 있을까요? 대신 선생님이 일하면서 들을 수는 있어요.”

 

아이들은 둘 다 괜찮다고 수락했고, 교사는 일부러 없던 일을 만들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학년 전체가 학년 교육과정으로 학기 초부터 ‘비폭력 대화’를 수업과 교실 활동에서 학습하고 있었고, 2달 정도의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용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기회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자신이 불편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00이는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살펴보며 흐뭇해하고 있던 순간!

 

“너, 나한테 계속 이러면 내가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너하고 너네 엄마 공개 사과시킬 거야!”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말이 들렸습니다.

  

“잠시만요! 둘의 대화에 갑자기 끼어서 미안한데, 선생님도 이 대화에 들어가도 될까요?” 아직 더 많이 연습해야겠다는 마음속 피드백을 하고, 다시 이전에 학습한 비폭력 대화의 방식으로 대화를 풀었습니다. 00이는 **이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이가 원하는 대로, 앞으로는 **이와 놀고 싶을 때 허락을 구하고, 혹시라도 놀다가 **이가 싫어하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멈추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제 이 시간 이후로 둘 다 마음속에 불편함이 없는지, 그래서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놀 수 있는지 확인’하고 00이를 집으로 보낸 후, 교사는 **이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님, 아까 **님이 이야기한 공개 사과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는 작년에 자기 형이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할 때, 형네 반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형은 그럼 지금 그 친구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이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아니요……. 그런데 선생님! 형한테도 알려줘야겠어요. 이 대화법을.”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아하! 그럼 **님은 그 방법보다 오늘이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어떤 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내일 00이와 중간놀이 시간에 함께 할 놀이도 정하고, 불편한 마음도 없어지고, 00이가 친구라고 생각되는데, 형은 친구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을 준비하며 애썼을 **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교문까지 손잡고 배웅을 하며 오후 내내 가슴 가득 행복을 선물한 아이들에게 감사했습니다.

 


학교는 ‘잘 자라기 위한 연습을 하는 안전한 공간’


 

00이는 다문화 모자가정의 아이로, 친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어떻게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함께 노는지 방법적인 면에서 아직 서툰 부분이 있어서 교사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원하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른들로부터 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경험을 통해 사회의 규범을 익히고 우주의 유일한 반짝이는 별빛을 찾아갑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다양한 경험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우리 아이들은 지금 자라고 있고, ‘잘자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연습이 필요하며, 그것을 제공하도록 만들어 놓은 사회의 합의된 공간이 바로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며 실패를 통해 더 큰 배움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끼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정 역시 우리 아이의 첫 번째 학교이며, 아이가 가장 오랫동안 경험하는 학교입니다. 만약 아이가 학교라는 사회에서 어려움을 만났는데, 그것을 부모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가 살아가는 삶을 부모나 교사가 절대 대신 살아줄 수 없으므로,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잘 극복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부모와 교사는 교육하고 있습니다. 즉, 아이가 세상에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는 두 발 단단히 디디고 아이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직한 존재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있는 중’이라는 관점으로 보시면 어떨까요?

그래서 연습의 기회가 별로 없는 성인이 되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자라는 동안,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기회를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기회가 왔다면 놓치지 말고 잘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을 해야 해. ~을 하지 말아야 해.’라는 것은 많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들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의 ‘어떻게’를 필요로 합니다. ‘어떻게’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키우고, ‘어떻게’를 경험을 통해 연습하여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슬기로운 학교폭력 대응 방안


 

1단계. 아싸! 단계.

아이에게 이 부분에 대한 경험과 현명한 행동을학습할 기회가 생겼으니, 아이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그것이 학교에서 생긴 일이라면 더 다행이지요. 교사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까요.

 

2단계. 저런~! 단계.

아이가 부모에게 이야기하면 ‘저런~ 아주 속상하고 힘들었겠네. 엄마(아빠)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하고 공감하고, 속에 감추거나 삭이지 않고, 말을 하는 게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하여지라는 시그널을 보여 줍니다. 작은 상처일 때는 금방 치료가 되지만,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내버려 두다가 더 큰 상처로 커지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작은 문제라도 드러내서 말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문제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문제에는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을 함께 찾으면 된다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단계. 너는? 단계.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해결되면 좋겠니?’ 하고 잘 해결된 후의결과에 관해이야기를 나눕니다. 긍정적 자성 예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바람직한 방향을 상상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법인가 아이와 되짚어가며 현명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봅니다.

 

4단계. 드디어! 단계.

이야기 나눈 대로 상황이 전개되기 위해서 주변의 조력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합니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담임교사를 필두로 아이의 친구들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 교사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성장의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 작전을 짜며 정보를 공유하고, 친구들에게는 아이의 힘든 상황의 위로가 되거나 새로운 긍정적 에너지가 채워질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여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아이와 함께 그렸던 현명한 결과의 모습에 비슷하게 다가갔다면, 이번 경험은 아이의 인생에 더할 나위 없이 보탬이 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상처 없기를 바라지만, 모든 아이는 성장하면서 정말 많은 상처를 버라이어티하게 보여 줍니다. 상처는 흠이 아닙니다. 도전과 시도가 많을수록 상처도 많을 수 있습니다. 상처가 아물면 흉터가 되고, 잘 아물면 흉터 역시 점차 옅어져 갑니다. 상처를 입은 곳에 또 상처를 입으면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흉터도 깊어집니다. 하지만 작은 상처를 입었을 때, 즉각 적절한 치료를 하면 거의 흉터가 생기지 않습니다.

 

과정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더 잘못했고 등을 따져서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하는 ‘응보적 정의’를 기반으로 한 해결 방안은 모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상처 입은 사람이 누구이며, 어떻게 그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지,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는 ‘회복적 정의’가 답입니다.

 

학교폭력은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단순하게 둘의 다툼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어쩌면 사회의 모두가 그 원인을 제공했을지 모릅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찾아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즉각 행동하는 것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치유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작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우며 ‘잘 자랄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데에 협력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우리 아이들의 상처에 대한 몸짓입니다. 학교폭력은 아이들이 많이 아프지 않게 부드럽게 보듬으며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입는 상처에 집중해야 하는 우리 어른들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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