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조성 無 고교학점제 추진 ... ‘취지에 맞는 운영 불가능’

오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2/08/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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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조성 無 고교학점제 추진 ... ‘취지에 맞는 운영 불가능’
교육당국, 11월 ‘고교학점제에서의 평가와 책임교육’ 1차 정책포럼 개최
전교조, 교사 수업시수 감축, 대입제도 개편 등 선결과제 이행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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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11월 ‘고교학점제에서의 평가와 책임교육’ 1차 정책포럼 개최
전교조, 교사 수업시수 감축, 대입제도 개편 등 선결과제 이행이 먼저

▲ 전교조는 지난해 11월 26일, 교육부 앞에서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고교 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 김상정 기자

 

교육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준비와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 등 선결과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조기 철회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전교조가 요구한 고교학점제 6대 선결과제는 △성취평가제 전면 확대 및 대입제도 개편방안 우선 제시 △다과목(교과) 지도교사 수업시수 감축 △교원 행정업무경감을 위한 대책 마련 △기본소양 함양을 위한 공통과목 확대 △교육과정 편성 시 민주적 운영 제도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중·소도시 및 농·어촌 지역 특별지원 등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 '고교학점제에서의 평가와 책임교육'을 주제로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2022년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에 참여한 6명의 발제자들은 현장에서의 경험 및 연구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에서의 평가 방안 및 미이수 제도 정착을 위한 고민과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준비와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운영하고, 1학년 학생들이 주로 이수하는 공통과목은 ‘성취평가제’와 현행 ‘석차등급제(상대평가)’를 병행하여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교사들은 ‘성취평가제’와 ‘석차등급제’의 병행은 기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고교평가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두 평가제도의 취지를 모두 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석차등급제의 경우에는 등급 산출을 위해 시험 출제 시 문제의 변별력을 높여야 하지만 성취평가제의 경우는 변별력이 중요하지 않다. 수업과 과제를 잘 수행한 학생이라면 모두가 기준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통과목 평가 시 변별을 목표로 하는 순간 성취수준보다 어려운 문제를 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성취평가제는 왜곡된다. 공통과목에 대한 ‘석차등급제’가 폐기돼야 하는 이유다.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대입제도가 개편되지 않으면 고등학교의 수업 및 평가는 계속 왜곡될 수밖에 없다. 선택과목만 성취평가제가 된다면 학생 변별을 위해 등급제를 병행하는 공통과목이 상대적으로 강조될 수밖에 없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통과목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내신 경쟁 쏠림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공통과목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조기에 수능 준비에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수능 정시 비중이 확대’되거나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학생들은 정시 준비를 위해 수업시간에 수능 과목 문제 풀이에 매진할 수밖에 없고, 학교는 그러한 상황을 방임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지난달에 진행한 ‘고교학점제 실태에 대한 고교교사 의견조사’를 보면 교사의 평균 주당 수업시수는 17시간 내외로 나타났다. 또한 교사들은 1주에 평균 8개의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1개의 수업 준비를 위해 2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수업 준비에만 주당 16시간이 필요하다.

 

주당 40시간 근무인 상황에서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롯이 수업과 수업 연구만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각종 회의, 학생과 학부모 상담, 행사나 연수, 방과후지도 등을 해야 한다. OECD가 발간 한 ‘교원 및 교직환경 국제 비교 연구: TALIS 2018’ 결과를 보면 주당 5.4시간 이상의 행정업무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 40시간 안에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에게 초과근무는 다반사인 상황이다.

 

미이수 제도의 목적이 학생들을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적에 맞게 진행되려면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업시수를 낮추고, 교육 외의 행정업무를 대폭 경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성취평가제 추진’에 대해 “미이수 예방, 보충이수, 대체이수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별도의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학생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해야 하고, 그에 따라 교사는 한 과목당 여러 차례의 평가와 기록을 해야 한다. 과정 중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 모두를 해낼 수 있는 시간이 교사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여건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고교학점제는 절대로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없다.”며 “정부가 고교학점제 조기 철회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선결과제부터 이행하라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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