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교권상담] 아동학대로 신고되었습니다. 당장 조퇴하세요.

김민석·교권상담국장 | 기사입력 2022/08/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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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교권상담] 아동학대로 신고되었습니다. 당장 조퇴하세요.
교육은 없고 매뉴얼만 지배하는 학교에서 상처받고 절망하는 교사들
김민석·교권상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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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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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없고 매뉴얼만 지배하는 학교에서 상처받고 절망하는 교사들

 

 



“아동학대로 교육청에 신고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조퇴하시고 내일은 출근할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초, C 고등학교 학교장이 A 교사를 교장실로 긴급히 호출하여 내린 복무 명령이다. 순간 A 교사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학급 학생이 자신을 아동학대 범죄자로 신고했다는 사실, 마른하늘 날벼락이다. 더 큰 충격은 자신을 해명할 어떤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다.

“찌르겠다.” 

십여 일 전부터 공공연하게 담임을 ‘찌르겠다’라고 말하고 다닌 B 학생이 떠올랐다.

 

교육청 조사관 파견해서 설문지로 불합리한 전수조사 진행

A 교사가 출근하지 못한 다음 날, 교육청은 다섯 명의 조사관을 학교에 파견했다. A 교사의 수업을 듣는 1, 3학년 전체 학생에게 설문지를 배부했다. 교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한 사실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기록하라는 이른바 ‘전수조사’ 방식이다. 한 학생의 신고만으로 해당 학교의 모든 교사가 잠재적 아동학대 범죄자로 몰리는 전수조사 방식은 불합리하다.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추가 목격자 또는 추가 피해자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 전체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의례적인 전수조사가 대부분 이뤄진다. 두 개 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되었지만, 교사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사례는 없었다.

 

B 학생과 A 교사의 진술은 달랐고 성희롱 주장 수용되지 않았으나...

B 학생은 담임교사가 1m 근접 거리에서 하의 속옷만 입고 있는 자신의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봤다”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벌도 매우 무겁다.

 

A교사의 진술은 다르다. 휴식 시간, 간단한 전달을 위해 담임 학급을 방문했다. 교실에 머문 시간은 30초 이내 짧은 시간이다. 짧은 전달 후 돌아서는데 학생들 속에 하의 속옷만 입은 B 학생이 보였다. 교실에 탈의실이 설치되어 있는 점, 담임의 눈에 띄지 않게 책상 아래쪽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데도 자신을 드러내며 담임을 바라 보고 있는 A 학생에게 몸을 가리라는 질책의 의미로 “보인다”라고 한마디 언급 후 후다닥 교실 문을 나섰다. 속옷만 입은 것을 얼핏 인식했고 태연한 학생의 표정에 황당하고 불쾌하여 황급히 돌아섰는데 시선을 아래쪽으로 향하며 세 번이나 ‘봤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학급 학생을 상대로 조사하면 단번에 드러날 진상임에도 아동학대 범죄자로 몰아가는 상황이 어처구니없다는 주장이다.

 

일주일 후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렸다. 만장일치로 성희롱이라는 B 학생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당연한 결론으로 보인다. 교육청의 지시로 경찰서에 신고되었지만, 이 사안은 수사당국의 조사도 없이 이렇게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 교사의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A 교사는 보호조치 요구했으나 교권보호 위원회 열 수 있는 법적근거 없어...

교육청은 A 교사에게 어떤 사실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은 신고 학생에 대한 2차 가해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의 눈에는 학생 인권만 보였다. 진정 학생 인권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A 교사는 학교장에게 교원지위법에서 정한 보호조치를 요구했다. 학교장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수 없으므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반면 학생의 학급 교체, A 교사의 수업 학년을 변경할 예정이라 했다. 모두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다. 학교장의 눈에도 학생 인권만 보였다. 진정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소설을 써서 무고하게 자신을 신고한 학생, 신고한 이후에도 천연덕스럽게 개인 카톡으로 성적 관련 문의를 하는 학생. A 교사는 자신을 아동학대 범죄자로 모함하는 학생에 대한 두려움보다 동료 교사들의 무심함, 학생의 눈치만 살피는 교육청과 학교장의 태도에 절망했다. 신고받는 순간 학생은 피해자, 교사는 가해자로 구분 짓는다. 격리 조치, 경찰서 신고, 전수조사가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진행은 동료 교사를 움츠러들게 한다. 2차 가해로 몰릴 수 있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교육은 없고 매뉴얼만 지배하는 학교 현실에서 절망하는 교사들

A 교사의 깊은 절망은 교육은 없고 형식적 매뉴얼만 지배하는 학교 현실에 있다. 학생에게 잘못된 선택, 잘못된 신고임을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교육 부재’의 현실, 피해 교사의 아픔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교권 부재’의 현실에 직면하고 절망했다.

 

아동학대, 성적 학대를 주장하는 학생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권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인권 보호의 핵심은 정확한 진상조사에서 출발한다. 피해 호소에만 주목하고 정확한 진상 확인에 소홀할 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학생 인권을 위한 진정한 선택일 수 없다.

 

교육청과 학교는 정확한 사실 확인 후 B 학생의 주장이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려주었어야 했다. 팬티만 입은 자기 몸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행동이 오히려 담임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음을 설명했어야 했다. 담임에게 사과를 권유했어야 했다. 그것이 교육이다. 교사, 학교, 교육청의 존재 이유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고1 남학생의 세계에서 그들의 언어로 담임교사를 ‘찔러’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게 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인권도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없고 형식적 매뉴얼만 지배하는 학교에서 교사는 절망한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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