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만5세 초등입학 정책이 집행된다면 코로나시기에 발달의 어려움을 겪은 영아들이 2025년부터 취학하게 된다. © 이완정 아동학회장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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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아동데이터를 분석한 ‘스탠퍼드 연구’(2015년) 결과, 초등취학연령이 1년 늦은 아동은 자기통제 수준이 높고 주의력 부족·과잉행동 수준이 뚜렷하게 낮았다.
아동끼리 경쟁을 시켜서 각자도생하게 할 것이냐?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아동의 발달 적기를 따져볼 것이냐? 감수성 있는 아동친화적 전이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보낸 영유아들, 이 아이들은 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바깥 활동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무수히 만나는 생애 사건들, 생일잔치나 친척과 만남, 즐거운 경험들을 정상적으로 겪은 아이들이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전쟁 같은 삶을 산 이 아이들에게 어떤 정책도 급격하게 하면 안 된다. 코로나 세대 아기들을 1년 먼저 학교로 보내겠다는 것은 부모들 처지에서는 울고 싶은 사람한테 뺨을 때리는 기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세대 아기들을 1년 먼저 학교로 보내겠다는 것은 부모들 처지에서는 울고 싶은 사람한테 뺨을 때리는 기분"
이 말은 지난 5일, ‘만5세 조기 입학 반대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이완정 한국아동학회장이 ‘5세 취학이 부적절한 이유, 발달의 적기와 순조로운 전이의 측면에서’라는 주제 발제에서 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교육개혁전략포럼이 주관하고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도종환·문정복·서동용·유기홍 의원실과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교육시민단체 등 58개 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 범국민연대’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는 유아발달과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정책 문제점부터 정책의 조속한 폐지, 교육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토론회 현장에는 80여 명이 참석하였고, 약 500여 명이 실시간 온라인 중계를 지켜보았다.
▲ 8월 5일, 국회 제1회의실에서 ‘만5세 조기 입학 반대를 위한 긴급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한국교육개혁전략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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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학생을 혼란에 몰아넣은 윤정부, “책임 따져 묻겠다.”
유기홍 의원은 인사말로 “이 정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손보기 위한 일환이다. 단순하게 취학 연령하향이 아니라 초중등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 지적했고 강민정 의원은 “행정학의 기본도 모르는 교육부장관이다. 조기입학 대신 조기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종환 의원은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있었고 보류로 결론을 내렸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적 고려다. 교육격차를 해소할 교육과정, 시설, 교사가 준비되어 있는가? 국가교육위원회 등 사회적 숙의를 통해서 결정할 문제를 비전문가가 발표했다.”라고 비판했고 서동용 의원도 “무리하게 정책을 통보했다. 국민적 동의나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어른의 이익에 실종되는 어린이의 고유한 권리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부연 한국영유아교육과정학회장은 “유아를 조악한 ‘읽고, 쓰고, 셈하기’ 교육으로 내몰아 교실에서 긴장, 경쟁, 불안 속에서 실패한 교육적 경험을 가중할 우려가 크다.”라면서 “세계적 교육동향에 역행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기의 충분한 삶과 양질의 배움이 유지되는 유아학교체제의 확립”을 주장했다.
임승렬 한국교원교육학회장은 “UN의 경고가 있었듯 이미 우리 아이들은 과잉학습에 따라 발달권과 놀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만5세 유아를 4년에 걸쳐 일정 비율만 입학시키면 동일연령의 유아들에게 불공정과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초등교사와 유아교사의 양성과정이 크게 달라 만5세를 가르치는 초등교사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초등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족을 높여 사회적 신뢰감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5세 초등입학은 아동학대 정책...“유아교육에 대한 공적투자를 확대해야”
토론자로 나선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만5세 의무교육은 환영하나 유아교육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마유미 학부모는 “놀이를 통한 배움의 적기교육은 뒤로 한 채 만4세 유아들이 학교교육의 준비를 위한 조기 사교육을 하게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공론화를 지시한 대통령에 대해 “공론화는 찬반 의견이 팽팽할 때 하는 것이다.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을 공론화에 부친다는 건 시간을 끌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며 당장 철회를 강조했다.
초등취학 출발선부터 커지는 발달 격차
마지막 토론자인 박성경 금나래초 교사는 가장 큰 우려로 “1학년과 2학년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만 5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온다면 아이들의 발달 격차는 더 심화할 것”을 꼽았다.
‘요즘 아이들이 신체적‧인지적으로도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만 5세 입학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서 박 교사는 “인간의 발달이나 학교생활 적응은 신체적‧인지적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공감능력‧지적인 능력 등 모든 발달이 같이 이루어져야지 온전한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고 또 그런 것을 지원해주는 게 초등학교 1학년‧저학년 담임교사의 역할이다.”라면서 1학년은 40분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쓸 수 있는 소근육 발달, 다양한 친구들과 다양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성 등이 필요한데 만 5세가 초등학급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면 다방면의 발달 격차가 출발선부터 심해질 것을 지적했다.
이어, “급식과 용변처리는 만5세 1학년에게 정말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면서 생활면에서 우려와 만 5세를 위한 교육환경 미비 등 학교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철회를 바라는 교사들의 입장을 전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 되기가 두렵지 않은 사회’를 위한 교육정책 대안 모색의 장이 지속적으로 열리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