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 나의 후원일지 "술 한번 안먹으면 되잖아"

문병모·전교조 사립위원장 | 기사입력 2022/07/25 [09:19]
교사공감+
물음표와 느낌표
[교사공감+] 나의 후원일지 "술 한번 안먹으면 되잖아"
이제 정기후원은 그만 늘리자고 마음 먹어보지만
정 힘들면 술 안먹으면 되잖아! ^^
문병모·전교조 사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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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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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기후원은 그만 늘리자고 마음 먹어보지만
정 힘들면 술 안먹으면 되잖아! ^^

 

편집자주 : 교육희망 [교사공감+]에서 월급의 일부를 기부 또는 후원하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잔잔히 담아보려고 합니다. 어떤 고민과 의미에서 가진 것을 나누고 실천하는지 들려주실 첫 번째 조합원은 서울 조합원 문병모 선생님입니다.

 

 

 

처음에는 마냥 기부가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혼자 하기에는 왠지 부담스럽고 부끄러운, 봉사와 기부를 대놓고 할 수 있다니! 대학생이 되고 아르바이트 수익이 생기면서 텔레비전에서 본 유니세프에 후원을 시작했지만, 미국을 위시해서 독점자본이 저지르는 만행을 알게 되면서, 또 그런 미국의 힘에 눌려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유엔에 실망하면서 유니세프 후원을 중단했다. ‘후원을 중단하면, 그 불쌍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고민이 따라왔지만 ‘내가 모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기부 행위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착취 세력의 치부를 감추고 모순을 은폐하도록 돕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함으로써 그 아이들을 돕자’로 고민을 정리했다. 그러나 그런 결론이 내 마음의 모든 갈등을 없앤 것은 아니었나 보다.

 

 

다음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면서 돕기로 했다. 

그러나 그런 결론이 내 마음의 모든 갈등을 없앤 것은 아니었나 보다. 교사가 되고 담임 반 아이들과 유명 자선 단체에 후원 시작! 반에 저금통을 놓고 자발적으로 모은 뒤, 모자라는 액수는 내가 채워서 후원하는 방식으로 해외의 어린이를 도왔는데, 별로 감흥이 안 생겼다. 아이가 보내오는 자기소개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편지는 감동적이지 않았다. 뭔가 꾸며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 아이들과도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시작한 것도 문제였나 보다. 어느새 시들시들해져서 후원을 중단했다. 지금은 ‘근원적인 문제해결 방식이어야 한다. 가능한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활동하는 방식으로’라는 원칙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러면서 주로 운동단체를 후원하게 되었다.

 

다음은 직접 들어가서 활동하는 방식의 후원으로 확장했다.

북녘돕기- 시네마 북(北)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행사에 참가하고 이렇게 좋은 행사를 위해서 일하시는 데 상근자들은 제대로 생활은 하시나 걱정이 되어 ‘통일의 길’ 회원가입!

 

재일 조선인 학교– 우리학교 방문단 참가 이후,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회원가입, 행사와 집회 때마다 만나는 6.15 남측위원회 활동가를 보면서 내가 한 달에 한 번 밥 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싶어서 바로 회원가입.

 

파업 연대기금 - 노동자가 돈 때문에 파업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만 명이 만 원씩 1억을 만들어서 파업 현장에 주자는 말이 마음에 확 다가와서 ‘사회적 파업 연대기금’ 후원 돌입!

 

인권단체 - 명절 때 인권활동가들 휴가비라도 주자는 호소에 마음이 흔들려 ‘인권재단사람’에 후원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중복으로 돈이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한 개는 빼야 하는데…, 근데 코로나로 가뜩이나 기부가 줄었다는데…, 일단은 두자.’

 

산업재해 - 교육청에서 하는 노동인권연수 강사가 의사다. 산업재해 해결을 위해서 애쓰고 있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일한다고? 아! 미래의 노동자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런 단체는 후원회원 가입해야 함!!

 

국보법 - 분단을 지속시키고 민주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이고 무엇보다도 통일교육을 원천봉쇄하는 국가보안법을 없애기 위해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연대”가 발족했다고, 그럼 당연히 가입해야지! 아, 근데 민변에서 “국보법폐지교육연대”라는 단체도 만들었네. 강의도 공짜로 들었는데, 당연히 후원해야지!!!

 

활동의 폭, 생활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왜 이리 가입하고 후원할 곳이 많은지. 그럼 ‘반올림’(삼성 반도체 투쟁 단체)은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하니 후원 중단? 그런데 마음에 걸린다.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데, 다시 가입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그래서 후원의 방식을 바꿔야겠다 마음 먹었다. 한 번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후원을 중단하는게 쉽지 않으니 앞으로는 정기후원이 아니라 일이 생길 때마다 후원하자!

 

이제 정기후원은 그만 늘리자고 마음 먹어보지만 

‘빠리바게트 투쟁이 진행된다고? 거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하는데 돈 모아서 월급을 주자고? 그럼 당연히 돈 보내야지.’ 대신 액수는 조금씩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정도만 보내자!

 

그러나 정기후원은 더 늘리지 말자 마음 먹어놓고는, 해외까지 아우르는 통일운동을 하는 조직이니 당연히! ‘A.O.K.(Action One Korea)’ 정규회원가입,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예우법) 통과를 위한 1만인 선언 신문 광고비 보내고, 내친김에 국회 앞 농성장도 방문! 근데,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 사무장님이 가입원서를 주시니, 이런 건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ㅠㅠ.

 

정 힘들면 술 안먹으면 되잖아! ^^

이렇게 스스로한 결심을 못 지키니 어찌할꼬? 결국 다시 마음을 먹는다. “미안하지만 여러 단체를 번갈아 도와주자. 어느 단체를 도울지는 연말에 결정하면 되겠지! 정 힘들면 술 한 번 안 먹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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