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모 사립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자차로 출근하시던 선생님은 학교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본인 자동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시동을 끈 상태에서 본닛을 열어 이상 유무를 살피려다 과열된 라디에이터의 냉각수가 폭발하여 하반신에 6주 치료를 요하는 화상을 입게 됩니다. 이 부상은 출근길 직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A : 이 이야기를 접한 분들은 백이면 백 출근 직후 발생한 차량 이상을 살피는 것도 출근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재해 보상을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립학교 연금 관리공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공단은 재해 보상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학교 도착 이후 차량 정비는 출퇴근과 무관한 사적 정비행동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까지 보상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보내옵니다.
이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 인천지부 노무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안타깝지만 승인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이 적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펴낸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 지침” 등을 보면 이동상의 재해가 아닌 경우 불승인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교조인천지부에서는 본부와 의논하여 사립학교연금 급여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최초 청구에서는 간단히 상병경위만을 썼지만 재심 청구시에는 좀 더 상황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 교사의 증언도 첨부하기로 했습니다. 증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날 아침 주차장에서 K선생님이 차에서 내렸을 때 본닛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차량이 금세 폭발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되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시 주변에는 교무실로 수업자료 인계, 과제 제출 등의 사유로 왕래하는 학생들의 통행이 꽤 있었다. 차량 손상도 손상이려니와 학생 안전관리가 염려되어 목격한 여러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K교사에게 본닛을 열어 확인해 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등 현장 상황을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증언을 첨부했습니다
몇 개월 후 받은 재심결정문에는 선생님의 신청을 ‘인용’한다, 즉 청구를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취지의 통보서가 왔고 이전 치료비 환급 이후 장기간 통원치료비 등도 보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당사자인 K선생님은 사건 후 정년 퇴임을 하셨는데 퇴임 이후에도 관련 통원치료비를 정산해 주어서 재정적으로도 도움을 받아 고맙지만, 자신이 학생안전까지 고려해 감행했던 활동이 공익적이었음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사건에 해당되는 법조문은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의 53조’ 심사의 청구에 관한 조항으로 공단이 내린 처분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가 이를 심사한다는 규정입니다. 재심결과에서도 불만이나 불복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사립의 경우는 민사소송에 다시 한 번 호소할 수 있습니다. (공립은 행정소송)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상·직무상 재해는 보장받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녀를 맡기기 위해 시댁이나 친정을 들러 출퇴근 하는 경우, 매주 일정한 요일에 퇴근하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러 이동 줄 발생한 사고, 건강상 불가피한 식이조절의 사유로 학교 급식을 하지 못하고 학교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러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발생한 교통사고 등이 모두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경로를 통해 이동했다는 개념인 “순로”라는 개념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공무원이 사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정상적인 경로를 이탈하여 출퇴근하다 발생한 재해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필요에 따라 수련원이나 명상원에서 1박하고 출근하다 발생한 사고 등은 일상적인 거주지에서 근무지로의 출근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등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사고가 없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만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셨을 때는 출퇴근 시 발생한 재해를 보장하고 있는 법규를 숙지하고 적극 대응하여 재활과 복귀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