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장] ‘교권보호조례’... 교사의 심리적 구명조끼

이수일·충남지부 교섭국장 | 기사입력 2022/07/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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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장] ‘교권보호조례’... 교사의 심리적 구명조끼
전교조충남지부, 2021년 충남교권보호조례 전면 개정 이끌어내
이수일·충남지부 교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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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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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충남지부, 2021년 충남교권보호조례 전면 개정 이끌어내

▲ 2020년 11월 5일, 전교조충남지부는 충남도의회 앞에서 '충남교권보호조례'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2021년 8월 10일. 전부개정을 이끌어 냈다.     ©전교조충남지부 제공

 

“학생에게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도를 넘어서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학생에게 교사로서 지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교육적 상황과 구조가 안타까울 뿐입니다.(하략)”   - ○○○ 충남 교사(2020년 교권보호 조례 개정 의견조사 답변 내용 중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는 사문화된 기존의 ‘충청남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이하 교권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2020년 도내 2천 5백여명의 교사에게 조례 개정에 관해 의견(이하 설문조사)을 물었다. 설문지 마지막, 기타의견 문항에는 위의 답변처럼 교권보호 정책에 대한 간절한 바람들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교권을 교사의 권위와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기득권이 사라지는 것을 괴로워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교조충남지부 교사들이 <교권 조례 전부개정안>을 가지고 도의회 의원들을 만나면서 수없이 했던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도의원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우리 내부에도 교권이야기를 하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거나 여전히 교사 권력이 막강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지금 학교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나 ‘친구’의 배경이던 시대와 다르다. 학교폭력 결정에 불만을 품은 보호자가 무차별적으로 보복성 민원을 제기하여 학교를 풍비박산 내거나 불만을 품은 해당 교사의 교육활동을 감시하여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려다가도 ‘어디 누구는 억울하게 정서학대 혐의로 신고당했다더라’는 말이 떠오른다. 교직 사회는 뒤숭숭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곧바로 파면 된다’거나, ‘학생인권조례로 생활지도는 끝났다’는 낭설들이 교직 내에 빠르게 확산 된다는 것은 학교와 교직 사회가 그만큼 위축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교조충남지부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교사들은 권위적인 교실로 회귀를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법적, 제도적 안전망을 원한다. 적법한 교육활동이 부당하게 위협받지 않기를 바라고 교권이 침해받는 특정 상황에 의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대한민국 법령에는 교권과 교육권(수업권)에 대한 정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교원의 지위향상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도 교권의 통상적인 정의라 할 수 있는 ‘교원의 권리와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단지 ‘교육활동’을 보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교원지위법과 교육부 고시에 나와 있는 교육활동 침해 기준은 폭행, 협박, 공무집행방해 등인데, 대부분은 현행 법률로도 처벌 가능한 항목들이다. 이 항목 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교원지위법 제15조에서 위임한 교육부 고시를 통해 ‘교권을 존중하지 않거나 교원의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하는 경우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또한 교원지위법 제19조에 의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학교별 ‘교육활동 침해 기준 마련’을 심의할 수 있다. 전교조충남지부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조례 개정을 통해 충남교육청이나 학교에서 교권 보호 지침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조례 개정의 당위성을 마련하기 위해 도내 교사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2천 500여 명이 답했고 조례 개정에 대해 99%가 동의했다. ‘교권침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 80%보다 ‘7회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이 13.7%라는 비율에 더 아팠다.

   

조례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물은 질문에 ‘교권 보호를 위해 현실적, 구체적 법규 필요(46.4%)’,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 문화 조성(36.4%)’, ‘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호(14.4%)’순이었다. 개정안에 포함되길 희망하는 내용(복수선택 4개 가능)은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71.8%)’, ‘교육적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한 대응(71.4%)’,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대응(69.1%)’, ‘교원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44.5%)’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 방안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앞선 질문 중 주된 교권침해 주체는 누구인지를 묻는 항목(복수선택 2개 가능)에서 ‘학부모(80%)’가 ‘학생(60.9%)’보다 높게 응답한 것과 관련된다. 교사들은 학생보다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과 교권보호위원회 접수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되는 교육청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은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당한 간섭 없이 정상적인 수업과 생활지도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충남도교육청 및 도의회와 몇 차례 협상하는 과정에서 기존안에서 일부 후퇴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문구들이 만들어졌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조례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아래는 교사들이 교권 조례 개정에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항목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충청남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교육권(수업권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

제2조(정의) 1. “교권” 교원의 기본적인 인권과 교육권,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원의 권리와 권한

5. “수업권”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교원이 교육활동에 대한 권한과 독자성을 타인의 침해 없이 인정받을 권리

 

“교권”의 정의에서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원권리와 권한으로 한정한 것은 아쉽다. 다만 수업권(교육권)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권리이며 타인에 의해 함부로 침해될 수 없는 권리임을 명시했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

제4조(책무) ③ 학교장은 교권보호 책임관을 지정해야 함. 교권보호 책임관은 민원인과 교원의 분쟁 발생시 민원인을 직접 응대하고 갈등을 중재해야 함.

⑤ 보호자는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에 협조해야 함. 보호하는 학생이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함.

제5조(민원 등의 조사·관리) ② 학교장은 민원인의 학교 방문 시 사전 예약 등 시스템 마련, 학교 차원의 민원처리 방안 마련

③ 학교장은 민원인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 소집

 

민원인과 교원의 갈등이 심화되는 대부분은 감정 악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교권보호 책임관을 통해 중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별로 민원처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시스템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교권보호위원회로 사안을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교육적인 지시 미이행> 및 <수업 방해>

제5조(교원의 교육활동 보장)

학교장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음. 또한 교육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함.

 1.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교원의 수업권 및 타인의 학습권을 반복적으로 침해

 2. 교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동으로 교권을 심각하게 추락시킴

 3. 교육적으로 합당한 교원의 지도를 의도적, 반복적으로 거부

 4. 교원의 교육활동을 무단으로 촬영, 녹음, 합성, 유포 등

 5. 그 밖에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교원지위법이나 교육부 고시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최근 4호가 교육부 고시에 포함되었으나 조례 개정 이후의 일이다)들을 교육활동 침해 기준에 명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교 규칙을 제·개정하도록 안내함으로써 학교 자치 속에서 토의와 토론을 통해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권보호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위 조례 조항과 초·중등교육법 제8조 (학교 규칙) 조항을 근거로 다양하고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 제도 등을 고민하여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 의거 위 사항을 규칙으로 제정할 때는 반드시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구명조끼는 꼭 위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여행객에게 여행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법과 제도도 마찬가지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면 비빌 언덕이 있다는 생각 덕분에 본인이 위법하지 않고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면 근거없는 불안감에 위축되지 않아도 된다.

  

자치법규인 조례가 갖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조례를 통해서라도 교육청과 학교에서 지금보다 개선된 교권보호 지침을 만들 수 있길 바랐다. 극단적인 교권 침해 사례들이 횡횡하는 속에서 조례를 통해 교사들이 조금이나마 교육적 신념과 열정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솔직히 말하면 작은 심리적 구명조끼 역할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술먹고 전화해서 행패 부리는 학부모님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근무시간에 전화오면 애기 하원 못 데리러 오시는걸까봐 전화받으면.. 한시간 통화이구요. 제가 안받으면 행정실, 교무실 전화해서 저 받으라고 소리지르고 난리입니다.” - ○○○ 충남 교사(설문조사 답변 중)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건은 언제든 어느 직장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위 선생님처럼 이런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 피해는 교사 한 명에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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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제 2022/07/21 [21:44] 수정 | 삭제
  • 거짓말로 고발당하는 유치원 학부모에게 끌려다니며 사건이 해결될때꺼지 고통당하는 교사를 위한 지원법을 필요합니다.
  • 맞아맞아 2022/07/15 [16:15] 수정 | 삭제
  • “학생에게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도를 넘어서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학생에게 교사로서 지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교육적 상황과 구조가 안타까울 뿐입니다.(하략)” 이게 딱 내마음. ㅜㅜ
  • 가르치고싶다 2022/07/15 [16:14] 수정 | 삭제
  • 심리적 구명조끼란 표현이 아프면서도 든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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